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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0

2011/10/20 01:07 / My Life/Diary
  그들은 노무현을 잃었을 때 자기 자신의 장례식을 치른 거야. 무슨 소리냐면, 노무현은, 내가 아주 어린 시절 옳다고 배운 모호한 정의에 대한 감각, 우리 편은 이기고 나쁜 놈은 진다는 수준의 정의에 대한 감각, 그래서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반드시 그렇진 않다는 걸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그런 게 있다고 믿고 싶은 그 정의에 대한 원형질에 가까운 감각이, 사람으로 체화된 상징이야. 그래서 노무현의 죽음은,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살아 있던, 그런 단순한 정의를 믿었던 어린아이의 동반 죽음이야. 내 안의 어린아이가 죽은 거라고.

  씨바, 또 슬프다.

  ㅡ 김어준,『닥치고 정치』, p.315


  아주 오래된 기억인 줄 알았는데, 겨우 2년 남짓 지났다. 개인적 절망이 시대적 절망과 궤를 같이 하던 시절이었다. 한 방울의 눈물까지 갈무리하려고 애쓰던 날들이었다. 노무현이 갔고, 땅콩이가 갔고, 나는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정말 아주 오래된 기억인 줄 알았는데.
2011/10/20 01:07 2011/10/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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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온 편지
ㅡ 여름에 ㅡ

무슨 일 있는 거니?
말해 봐.
이유는 없어도 돼. 때로는.
괜찮아.
나도 그냥 울어.

사실 난 위로를 할 줄 몰라.
그냥 나 니 곁에 있어 줄게.
아침이 오도록.
밤이 새도록.
있어 줄게.

때로는 나, 깊은 밤 홀로
어둠에 몸을 누인 채 지구 반대편을 상상하곤 해.
 
때로는 나, 밤이 새도록
얼굴도 본 적 없는 한 사람의 눈물을 상상하곤 해.
 
아무 말 안해도 돼.
그냥 너 내게로 기대면 돼.
가만히 시간이, 흘러가도록

기다리자.

어쩜 우리, 더 많은 밤을
혼자서 울며 잠들다 나쁜 꿈을 꾸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우리, 멀리 있어도
지구 반대편에 있대도 서로의 아픔을 상상해 주자.

말해 봐.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나도 그래.


라디오 듣다가 좋아서…
2011/10/13 17:45 2011/10/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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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 to Me.S03.E13

2011/10/09 23:33 / My Life/Diary

ㅡ 아빤 웃겨요.
ㅡ 나도 알아. 비극이지.
ㅡ 물어볼 게 있어요.
ㅡ 응? 그 표정은 뭐니?
ㅡ 질리언 아줌마, 사랑하세요?
ㅡ 그래 사랑하지. 물론 질리언을 사랑해.
ㅡ 아뇨. 제 말은, 아줌마를 진짜 사랑하냐구요.
ㅡ … 그래.
ㅡ 음, 그럼 뭘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ㅡ …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라이투미의 시즌4 일정이 취소되었다. 막판 시청률에서 선전했지만 시즌3 자체가 시청률이 너무 안 좋았던 모양. 팀 로스와 켈리 윌리엄스 모두 좋았는데 아쉽게 됐다….
2011/10/09 23:33 2011/10/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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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7

2011/10/07 12:45 / My Life/Diary
  그것은 끝나지 않는 음악과 같다. 누군가 소리를 줄여야만 끝이 나는, 끝이 났다고 착각하게 되는 그런 음악.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난 볼륨과,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란 이들.
2011/10/07 12:45 2011/10/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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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2

2011/10/02 23:51 / My Life/Diary
  그가 말했다. “세상엔 온갖 종류의 나쁜년이 많더라구요.”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 심각해진 얼굴로 그가 말했다. “더 나쁜 건, 지만 비련의 여주인공, 가녀린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나는 헤헤거리면서 반쯤 남은 콜라를 마셨다.

  “이기적인 년.” 그의 한숨.

  어색한 침묵. 술 한 방울 안 먹고 이런 얘길 듣게 되다니, 역시 아저씨가 된 기분.


  한 남자가 밤에 산책을 하다가 가로등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뭔가를 찾고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산책하던 남자가 물었습니다.
  “뭘 찾고 있습니까?”
  남자가 대답합니다.
  “자동차 열쇠요.”
  산책하던 남자가 말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죠.”
  이제 두 사람이 열심히 열쇠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열쇠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몇 분 후 산책하던 남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열쇠를 여기서 떨어뜨린 게 확실합니까?”
  열쇠를 잃어버린 사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실은 한 블록 뒤에서 떨어뜨렸습니다.”
  같이 열쇠를 찾아주던 남자는 황당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왜 여기서 찾고 있는 거죠?”
  그러자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불빛이 비치는 데가 여기니까요.”
      ㅡ 고든 리빙스턴,『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해주고는, 같이 한숨을 쉬고, 기억나지 않는 그의 마지막 농담에 정신 없이 웃고는, 비틀거리면서 헤어졌다.

  눈을 떠보니, 버스 정거장을 두 곳이나 지나친 뒤였다.
2011/10/02 23:51 2011/10/0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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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30

2011/09/30 15:00 / My Life/Diary
  하얀 도화지에 그린, 아이 주먹 반만한 구름, 하늘색 파스텔도 칠해서 부푼 것 같아 보이는, 그런 구름 사오십개 가위로 잘 오려서, 둥글게 말아 폐 속에 넣어 뒀으니까, 웃을 때마다 바람타고 사각거리며 떨어지는 종이구름, 그런 웃음소리라고.
2011/09/30 15:00 2011/09/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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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2011/09/29 12:36 / My Life/Diary
  “묻지 말라, 이곳에서 너희가 완전히 불행해질 수 없는 이유는 神이 우리에게 괴로워할 권리를 스스로 사들이는 법을 아름다움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밤은 그렇게 왔다.”기형도,「포도밭 묘지2」부분

  오랜만의 비.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편안해.

2011/09/29 12:36 2011/09/2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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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8

2011/09/28 01:34 / My Life/Diary
  회사에서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 모든 게 정상, 건강함. 순간,
 “글쎄 내 몸이 괴물처럼 건강한 거야 !!” 라고, 전혜린처럼 외치고 싶었지만, 노트에 끄적거려 놓고 관두었다.

  지하철 플랫폼 나무 의자에 홀로 앉아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여자 아이,
  그 아이의 외로움을 감당이나 할 수 있겠어?
 
  아침부터 팔려고 들고 나온 김밥, 태반이 남아서 쉬었나 안 쉬었나 냄새 맡는 할머니,
  그걸 사려고 살펴 보고 있는 아저씨.

  “One idea is that whenever you think something or some person is ruining your life, it's you. A victimization mentality is so debilitating. I love spreading this stuff around. Just because it's trite doesn't mean it isn't right. In fact, I like to say, 'If it's trite, it's right.”  ㅡ Charlie Munger,「Notes from the 2001 Wesco Annual Meeting」(By Whitney Tilson)

  vicky 페이스북에서 본,
  “모른 척하기의 대미는 체념을 통한 항구적인 평화로 마무리된다.” ㅡ 연준혁,『사소한 차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짜증스럽지만, 안고 가자.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 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ㅡ 강연호,「9월도 저녁이면」부분

  조금은 슬펐다. 우울한 기사 몇 개 보았고, 가을이라, 일조량이 줄었으니까.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이 모든 감정이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

2011/09/28 01:34 2011/09/2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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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4

2011/09/24 15:34 / My Life/Diary
  다시 필립 피셔를 읽는다. 번역본이 출간된 지 꽤 오래됐는데 그간 잊고 있다 저번 주에 구입해와 읽었다. 6~7년쯤 전에 원서를 사놓고 고생고생하며 읽어냈는데, 역시나 대충 읽고 넘어간 부분이 많음을 느낀다. 세상엔 참 똘똘한 사람들이 많다. 도올이나, 워렌 버펫, 필립 피셔… 이런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복잡한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좋다. 내가 썼던 옛글들도 찾아서 좀 읽어보고… 그간 뭐했나 싶다. 정말 유죄.

  “해병에게 후퇴는 없다.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흥남 철수 당시 미군의 올리버 P. 스미스 장군이 기자들의 질문에 한 답이라고 한다. 인생사도 그런 것 같다. 후퇴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향해 전력투구했던 것이다. 자존심은 버리되 존엄은 지켜야 했다. 나는 자존심과 함께 존엄을 내버렸던 것은 아닐까.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면서 내 몸이 얼마나 차가왔던가를 느낀다. 목덜미에 손을 대어 뛰는 맥박을 찾아 본다. 거울엔 안개.

  이번 주 내내 속이 좋지 않다. 몸이 엉망이다. 등이 굽는다.

  아무 문제 없어. 이런 게 사는 거야, 라면서 늦잠을 잔다.
2011/09/24 15:34 2011/09/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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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2

2011/09/22 14:56 / My Life/Diary
  감상에 빠지지 말 것.
  유행에 휩쓸리지 말 것.
  아무도 믿지 말 것.
  상처주지 말 것.
  쉬지 말 것.

  그대로 머물 것.
  살 것.
  생존.

2011/09/22 14:56 2011/09/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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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4

2011/09/14 08:10 / My Life/Diary
  결국 그들은 필요에 의해서 헤어졌다. 누구도 누구를 탓할 자격이 없다.

  이상하게 화목한 이 집안은 슬픈 희극의 무대. 나는 슬프지도 웃기지도 않은 삼류, 사류 배우쯤 된다.

  가을, 피부 껍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얼굴에 난 상처들도 예전처럼 쉬이 아물질 않는다.

  자꾸 입술을 물어뜯게 된다. 자꾸

  노란 고무줄로 머릿단을 하나로 묶은 뒷모습을 볼 때면 왜 매번 그렇게 애처롭고 사랑스러운지.

  큰 비눗방울 안에 작은 비눗방울을 만들고, 거대한 꿈속에서 아담한 꿈을 꾸었지요. 큰 비눗방울이 터지고 깊은 꿈에서 깨어나면, 작고 아담한 것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답니다.

  연필을 한 자루 쥐고는, 따박따박,  “현실을 직시하다.”
2011/09/14 08:10 2011/09/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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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3 (2)

2011/09/13 03:02 / My Life/Diary


  사고가 난 후 아내 샌디가 응급실로 달려왔을 때, 난 아내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지금 너무 많이 다쳤어. 아무래도 다시는 좋아지지 않을 것 같소.”
  이후 나는 아주 오래도록 아주 슬피 아주 많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 깊은 절망과 무력감 속에서도 나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필요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이런 상태로 딱 2년간만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더 살지 안 살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겠노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나니 왠지 내가 내 인생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은 나의 손가락 틈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던 인생이었지만.
  그렇게 2년이 흘렀고 나는 침대로 가서 깊이 숨을 들이쉬고 사색에 잠긴 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누구와의 대화일까? 하나님? 나의 수호신? 내 신념? 어쨌건 그 대화는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그래요. 약속한 대로 여기까지 살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언젠가 걸을 수 있다는 희망만 준다면 어떻게든 살아보겠습니다.”
  그때 나는 이런 대답을 들었던 것 같다.
  “아니야. 희망은 없어. 살거나 죽거나 오직 그뿐이네. 알아서 선택해!”
  나는 다시 말했다. “그러면 제가 다시는 아프지 않을 거라는 희망만이라도 주십시오.”(그때 내 체력은 거의 바닥이었다. 조금만 더 튼튼해져서 온갖 병원균의 침입을 이겨낼 수 있기만을 바랐다.) 그런데도 나는 같은 대답을 들었다. “그렇게 계속 살거나 그게 안 되면 죽어야지. 아마 앞으로도 변치 않을 걸세.”
  내 모든 요구에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그 순간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혼란스러웠고 어떻게든 맞서고 싶었다.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말했다.
  “이런 젠장, 난 이제 어떻게 살지?”
  약속된 2년은 끝났다. 나는 협상을 해보려고 했다. 비상구를 찾고 싶었다.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아니, 조금이라도 나아질 가능성만 있다고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런 약속도 없었다. 일말의 희망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나는 삶을 택했다.
  내가 대단한 영웅이라서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사실 처음에는 용기만 있다면 목숨을 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삶을 택했다. 아이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 돌이켜보면 인간은 원래 그런 상황에서 삶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삶을 택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나의 위대한 통찰이다. 그 시절 내가 배운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희망 없음’이라는 선물이다. 나는 언젠가 내가 꿈꾸던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에 삶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기약없는 희망을 버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택했다.

  …그러나 나중에야, 그리고 운이 좋다면, 우리는 과거와 같은 삶을 다시 찾을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순간, 희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그 이후의 날들이 우리 인생의 진실임을 알게 된다.

  …희망은 언제나 미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희망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희망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 내 인생을 바꾸어주리라는 기대 속에 나를 가두어버리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희망 없음이 꼭 절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 없음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며 다음과 같은 삶의 가장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 있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ㅡ pp.137~142

  어머니와 아들은 상담실에서 나갔고 문이 닫혔다. 나는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이 잘생긴 젊은이가 앞으로 겪어야 할 수많은 고통을 생각하며 울었다. 그리고 그가 느낄 혼란과 고독의 날들을 생각하며 울었다. 나는 그가 느끼게 될 갈망, 절대로 충족되지 않을 그 욕망들을 떠올리며 울었다. 나는 그 청년을 위해 울었고 나를 위해 울었으며 마침내 우리 모두를 위해 울었다.
  이런 느낌을 솔직히 말하지 않았으니 내가 거짓말을 한 셈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 청년과 그의 어머니와 함께 집안을 돌아다닐 때는 그런 감정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한 말은 모두 진실이었다. 내 인생은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소중하다. 나는 내 인생의 거의 모든 면을 사랑한다. 나는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감사와 경외감과 사랑을 느끼며 살아간다. 내 인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축복이다.
  그렇지만 역시 나는 많이 아프다. 때로 헤어날 길 없는 절망감을 느낀다.

ㅡ 대니얼 고틀립,『마음에게 말걸기』, pp.217~218
2011/09/13 03:02 2011/09/1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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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3

2011/09/13 02:52 / My Life/Diary
  (…)
  이사 온 집의 저녁 시간이 더 좋다.
  어둠이 깔리면서 사방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황홀하다. 열마리, 스무 마리, 그리고 더 많이 빌배산 머리 둘레로 개울쪽 과수원 울타리 너머로 한없이 날아다닌다.
  혼자 있는 것이 이렇게 포근하고 아늑한 건 요즘 와서 처음 느낀다. 조용히 앉았거나 누워 있으면 행여나 깨뜨려질까봐 꼼짝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롭다.
  좀 비겁한 자세이지만 가난하다는 것 외롭다는 것은 이렇게 평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귀뚜라미는 낮에 본 산국화의 그 연보라 빛깔처럼 여리게 운다. 이래서 그런지, 우리 집 꾸구리(개)도 영 짖지를 않는다. 우리 집 꾸구리 눈빛깔이 너무 예쁘다. 강아지 주제에 항시 눈동자가 젖어 있는 듯 애처롭게 하늘을 쳐다 본단다.
  여섯 달 전에 장에서 사올 때, 제일 작고 빼빼마른 걸 골랐던 것이 너무 무던하고 착해서 오히려 걱정이다. 처음엔 강아지 사려고 생각지도 않았는 데 꾸구리 보는 순간 가엾어서 사온 것이란다.
  꾸구리는 된장에 비빈 밥을 제일 잘 먹는다. 싱싱한 무우잎과 배추잎도 잘 먹는다.
  현주야, 나는 언제 어른이 되려는지 아직도 만날 슬프고 아름다운 게 좋구나.
  오늘 편지 꼭 연애 편지 같이 씌여졌구나.
  4316. 10. 5
  正生

  ㅡ 권정생,「난 아직도 슬프고 아름다운 게 좋다」부분,『권정생 이야기 2』


유언장
 
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명호면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보통사람이다. 우리 집에도 두세 번쯤 다녀갔다. 나는 대접 한 번 못했다.
 
위 세 사람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함께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게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




  문득 권정생이 읽고 싶었어...

2011/09/13 02:52 2011/09/13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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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2

2011/09/12 12:58 / My Life/Diary
  일기를 뒤져보니 이사온 지도 4개월.

  아침 6시. 산 중턱, 풀 많은 이곳, 풀벌레와 날짐승이 울어대고, 길가에 앉아, 서로 안부를 묻거나, 그저 조용히 부채질 하는 늙은이들. 굽은 허리로 매일 언덕을 오르내리는 늙은 부부. 홀로 목발을 짚고, 단지 오르내리기 위해 밖을 나선 듯한 할아버지. 아침 미사를 마치고 우르르 몰려 나오는 할머니들. 쓰레기를 줍는 공공근로자분들. 근면한 여고생. 주인을 잃은 개들과, 애초에 주인이 없었던 길고양이들. 편의점은 하나도 없는데 지나칠 정도로 많은 슈퍼마켓. 저녁이면 세탁소 옆에서 매일 술을 마시는 같은 얼굴의 아저씨들. 한창 공사중인 동네 놀이터. 홀로 목발을 짚고, 단지 오르내리기 위해 밖을 나선 듯한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23시면 어김없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는, 아코디언을 켜는 앞집 할아버지. 초록눈의 고양이는 말없이 나를 피해 마당 수풀 속으로 도망가고, 붕붕이가 꼬리를 흔들며 울어대면.

  라면 다섯 개들이 한 개 커피 스무 개들이 한 통 감자칩 한 봉 육포 세 봉들이 한 개 맥주 한 캔. 슈퍼마켓을 뱅뱅 돌다가 도무지 무얼 먹어야 할지 몰라 들고 나온 것들. 라면 한 개 감자칩 한 봉 육포 한 봉 맥주 반 캔 먹고 잠들었다. 목덜미가 너무 쑤셔와 머리까지 깨지는 것 같아서. 쉬는 날이면 곤혹스럽다. 쉬는 날이 길수록 더욱 곤혹스럽다. 온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몸살이 몰려 오고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건 하나도 없고 붕붕이를 안고 누우면 그대로 빠져드는 깊은 잠.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사람도 너무 쉽게 변한다.

  시간도, 사람도, 두려워. 믿을 수가 없어.

2011/09/12 12:58 2011/09/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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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누가 널 쐈어?!
ㅡ 말하자면 내가 그런거지…
ㅡ 니가 스스로를 쐈다고?
ㅡ 그래… 하지만 난 괜찮아… 말라, 나를 봐. 난 정말 괜찮아. 믿어 줘.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you met me at a very strange time in my life.”


내 인생에서 가장 이상한 시기에 넌 날 만난거야. 내가 조금은 미쳤던 걸까….
2011/09/11 03:08 2011/09/1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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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0

2011/09/10 01:20 / My Life/Diary

  추석 맞이 15시 퇴근. 코엑스의 반디앤루니스에 들렀다가, 18시에 집에 와서 배를 채우고 곯아떨어져서는, 22시에 개운하게 깼다, 정말 정말 잘 잤다. 잠에서 깼을 때, 붕붕이가 옆에 누워 있으면, 그걸로 완벽해.


  개들은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잘 안다. 개들은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해서도 잘 안다. 자아가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일 그 자체를 사랑한다. 우리 인간들처럼 사랑하면서도 마음을 열어 보여도 될까 망설이고 재지 않는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 안의 에고가 속삭인다. “잘못하다 상처받지 않을까? 나도 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 공허함이 정말 채워질까? 버려지진 않을까?” 개들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전심전력으로 사랑한다. ㅡ 대니얼 고틀립,『마음에게 말 걸기』, p.32
2011/09/10 01:20 2011/09/10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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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2011/09/07 23:19 / My Life/Diary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선물이니까 !!
2011/09/07 23:19 2011/09/0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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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2011/09/07 07:19 / My Life/Diary
  바닷속 깊은, 아주 깊은 바닷속에선, 바닷물조차 움직이지 않아. 거기선 버려진 것들이 아무 말 없이 썩어가. 바닷속 깊은, 아주 깊은 바닷속에선, 바닷물조차 움직이지 않아.

  더 필사적으로 살았어야 했다는 아쉬움.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덮쳐왔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걸 포기하고 도망갈 이유는 없었는데. 피는 토했지만, 죽지 않고, 산 채로 썩어가야 했던 까닭을, 이젠 떠올릴 수가 없어.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길. 멀리 떠나온 듯해도, 이미 한 번 가본 곳이니까. 아무도 없을테지만. 다시 그곳에서. 끝나지 않을 가을을 기다리기 위해.
2011/09/07 07:19 2011/09/0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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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6

2011/09/06 17:18 / My Life/Diary
조금은 지치기도 했어
그래도 한숨 자고 일어나면
개운해, 살 것 같아, 등줄기에 힘이 붙어
괜찮아, 좋아

같이 잠을 자주는 붕붕이도
가끔 찾아오는 초록눈의 새끼 고양이도

기대이고 싶었던 거야
다른 이에게서
다른 의미를 찾으려고
너무 오랜 시간을

같이 잠을 자주는 붕붕이도
가끔 찾아오는 초록눈의 새끼 고양이도
알고 있어
모든 게 멈춰 있는 그곳을
2011/09/06 17:18 2011/09/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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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4

2011/09/04 21:37 / My Life/Diary

  거실 소파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까작까작 사료 씹는 소리 들린다. 붕붕이는 안방에 들어가 있고 거실에는 아무도 없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쳐다보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붕붕이 밥을 먹고 있다. 밥 맛 어떠냐고 묻는데 까작까작. 사진을 찍는다. 찰칵 대는 셔터 효과음에 놀랬는지 슬금슬금 도망간다. 이리 오라고 불러 봐도 소용없다. 몇 시간 지났을까, 다시 들어와 밥 먹는다. 이번엔 많이 먹으라고 그냥 두었다. 까작까작 사료 씹는 소리만 들린다. 붕붕이 나오는 기척에 도망간다. 이제는 해가 져 밖도 어둡고 책도 거진 다 읽어 간다. 야구 중계도 다 끝났다. 다시 까작까작 소리 들린다. 말을 건다. 나를 쳐다본다. 이 아이의 눈동자는 초록색이다.

  시원한 바람. 어제 불던 바람이 오늘도 분다. 그러나 이제는, 어제와 오늘의 바람이 다르다는 걸 안다.

  가을이 부쩍 다가온 느낌.
2011/09/04 21:37 2011/09/0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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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2011/09/01 08:10 / My Life/Diary
  그동안 너무 나태하게 살아왔다. “유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Come to the edge.
  ㅡ Christopher Logue

  Come to the edge.
  We might fall.
  Come to the edge.
  It's too high!
  COME TO THE EDGE!
  And they came
  And he pushed
  And they flew.


  벼랑 끝에서 떨궈졌는데도 날개가 돋지 않았으니
  나는 다만 야트막한 계단에서 넘어졌을 뿐
  편히 잠들어 절망의 꿈만 꿔왔구나
 
 
2011/09/01 08:10 2011/09/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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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0

2011/08/30 20:13 / My Life/Diary
  어느 순간 끝없는 절망이라 느껴도,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내 절망쯤은 접시에 코 박고 어쩔 줄 몰라하는 지진아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고통은 상대적인 것이라며 자위해도, 절망은 사치다. 언제나 지나친 사치. “고통이라는 말을 이제 결코 발음하고 싶지 않다.” (최승자)

  그들은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필요에 의해서 헤어질 것이다. 그 만남과 헤어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지 간에.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모른다. 기다리는 게 무언지를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걸까. 기다림의 대상을 확신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찾아낼텐데. 기다림의 대상이 나를 스쳐 지나갈 때, 아무 의식도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

  “행복은 하룻밤 늦게 찾아온다.” (다자이 오사무)

  왜 모든 게 이해가 되고 마는지…. 왜 아무도 미워할 수 없게 되는 걸까…. 절망스럽게.
2011/08/30 20:13 2011/08/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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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0

2011/08/30 00:35 / My Life/Diary
  풋- 뭐라고 써도 우습잖아 이건 ㅡㅡ;
2011/08/30 00:35 2011/08/3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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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8

2011/08/28 23:47 / My Life/Diary

  인간만이 자유로이 이 사랑을 거부할 수 있으며, 항시 비추는 이 빛을 가리개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어쨌든 사랑이시다. 그리고 우리는 어쨌든 사랑받는다. 인간에게는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자신을 숭배하는 자’와 ‘타인과 공감하는 자’ 사이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과 타인들을 고통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 사이의 구분이 있을 뿐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길 거부하는 사람들 간의 구분이 있을 뿐이다.

  유일한 신성모독은 사랑에 대한 모독뿐이다.

  강조하는 바이지만, 나는 내가 사랑과 고통을 결합시키는 긴밀한 관계의 신비를 이해하고 그렇게 살고자 했다고 해서,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당신은 참으로 운이 좋군요. 당신이 겪는 고통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나는 내가 잘 알고 있고 참으로 좋아하기도 하는 테레사 수녀를 생각한다. 그분은 가난한 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한 자들을 위한 무한한 자비를 한평생 증명해보이신 위대한 성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흔히들 그러듯 그분이 병원에서 끔찍이도 고통받는 불행한 이들에게 ‘당신은 그리스도의 대속과 고통을 이렇듯 함께할 수 있으니 운이 좋으십니다’ 라고 말하는 걸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건 안 된다. 나는 타인의 고통 앞에서는 두 가지 태도만이 바르다고 마음속 깊이 확신한다. 침묵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 그것이다.


  고통받는 자들에게 충고를 하려 들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들에게 멋진 설교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신앙에 대한 설교일지라도 말이다. 다만 애정어리고 걱정어린 몸짓으로 조용히 기도함으로써, 그 고통에 함께함으로써 우리가 곁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그런 조심성, 그런 신중함을 갖도록 하자. 자비란 바로 그런 것이다.

ㅡ 피에르 신부,『단순한 기쁨』


  살아갈 방편이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
  빈자리로 각인 된 사랑.



  과거는 단지 꿈이다.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있다고 한다면 나에게 보여달라. 그런데도 우리는 과거, 미래가 마치 실제로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 혹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분노하고 걱정하고 행복해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생각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과거와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인정하는 사람들 중에도 현재만큼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당신이 ‘현재’라고 말하는 지금 이 순간도 엄밀히 따져보면 이미 지난 시간이다. 과거란 말이다. 현재는 없다. 우리 생각이 현재를 만들고 과거와 미래를 만들 뿐이다.

  생각을 하면 시간과 공간이 생기고 시간은 언제나 끊임없이 흘러 간다. 하지만 이 시간이란 것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것은 단지 생각에서 나온다. 시간은 우리 자신의 생각하는 마음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이 순간만을 갖는다. 우리 삶은 순간순간 일어난다. 이 순간은 무한대의 시간과 무한대의 공간이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이 없음을 말하는 또 다른 길이다.

숭산 스님,『선의 나침반 2』


  읽고도 잊어버렸던 것들을 다시 읽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현재의 육체적 욕망을 억누를 수 없는가? 그 이유는 충분히 억누를 수 있었던 욕망을 습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절망감을 느낄 때면 스스로를 환자로 생각하라. 너무 많이 움직이지도 무언가 행동하지도 말고 상태가 좋아지기만을 가만히 기다려라.

  반짝거리는 새 신발을 신은 사람은 진흙탕을 밟지 않으려 조심한다. 하지만 실수로 신발을 더럽히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신경 쓰지 않고 진흙탕을 걷게 된다. 우리의 영혼의 삶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라. 잘못하여 진흙탕에 들어갔다 해도 곧 빠져나와 자기 자신을 깨끗이 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살인, 도둑질, 정욕, 거짓말, 음주를 다섯 가지 죄로 여긴다. 이들 죄를 피하는 방법은 자기 절제, 소박한 삶, 노동, 겸손, 믿음이다. 육체는 영혼에 복종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 상황이 너무도 자주 벌어진다. 이를 나는 죄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의 삶을 통제하고 행동을 지시하는 일이 쉬운 까닭은 무엇인가? 혹시 잘못된 결정을 내렸더라도 자신이 고통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타인에게 떠드는 이에게는 정작 자기 삶을 살 시간이 없다. 타인에게 자기가 시키는 대로 살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은 이를 위해 동원된 폭력을 정당화한다.

ㅡ  레프 톨스토이,『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하지만 슬프고 무섭고 견디기 어려운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나는 너희가 그것을 면하게 할 수 없었기에, 모든 것에 대항할 수 있도록 너희의 마음을 무장시켰다. 너희는 용감하게 참고 견뎌라. 이 점에서 너희는 신을 능가할 수 있다. 신은 수난의 바깥에 있으나, 너희는 수난을 뛰어넘으니까 말이다. 가난을 무시해라. 태어났을 때만큼 가난하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통을 무시해라. 고통은 사라지거나 너희와 함께 끝날 것이다. 죽음을 무시해라. 죽음은 너희를 끝내주거나 다른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운명을 무시해라. 나는 운명에 너희의 영혼을 칠 수 있는 무기를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아무도 너희 뜻에 반해서 너희를 붙들지 못하도록 배려해두었다. 인생에서 출구는 열려 있다. 싸우고 싶지 않으면 도망쳐도 좋다. 그래서 나는 너희에게 필요할 성싶은 모든 것들 가운데 죽음을 가장 쉽게 만들어 놓았다. 나는 영혼을 쉽게 사라질 수 있도록 급경사진 곳에다 세워두었다. 유심히 살펴보기만 하면, 얼마나 짧고 편리한 길이 자유를 향하여 나 있는지 너희는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너희가 나갈 때에는 들어올 때만큼 오래 걸리지 않게 해두었다. 인간이 태어날 때만큼 천천히 죽는다면, 운명이 너희에게 큰 권세를 가질 테니까 말이다.”

  “죽음이라는, 이른바 영혼이 육신에게 떨어져나가는 시간 자체가 너무나 짧아서 그 과정을 느낄 수 없다. 올가미가 목을 조르든, 물이 숨구멍을 막아버리든, 딱딱한 바닥에 거꾸로 떨어져 두개골이 박살나든, 들이마신 열기가 숨길을 막아버리든 그것은 순식간에 진행된다. 너희는 부끄럽지 않으냐? 그토록 빨리 끝나는 것을 그토록 오랫동안 두려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ㅡ 세네카,『인생론』





  2003년 11월 구입한 책에 꽂혀 있던 낙엽. 가끔 책갈피에 곱게 끼워져 있는 낙엽을 찾을 때면, 이상하게 쓸쓸하고 슬퍼진다. 혹은 쓸쓸하고 슬퍼올 때면 무의식간에 이런 낙엽들을 귀신같이 찾아내는지도 모르지….
2011/08/28 23:47 2011/08/2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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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8

2011/08/28 04:13 / My Life/Diary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 어느 쪽이던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서 더 우습지만.

  그래.

  바닥으로 떨어진 지는 한참이나 되었는데 줄곧 몽상에 빠져 있다. 현실의 두려움 앞에 쓰러져 누운 채, 몽상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뿐. 지나치게 오래도록 겁먹은 아이로 살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게 보살핌과 사랑을 원했다. 이것들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았을 때, 나는 끈적끈적한 땀을 흘리면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아무도 책임질 수 없고, 그래서 누구도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것. 불 꺼진 청춘의 반지하방에서 많은 것들이 폐기되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다. 도피. 끝없는 도피. 여전히, 몽상 속에 살아 남아 있다. 부끄럽고 미안한 일들 투성이다.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더 열심히 살아야 돼. 밟히면 밟히는 대로, 농락 당하면 농락 당하는 대로.
  “비 오면 빗속에서, 바람 불면 바람 속에서.”
2011/08/28 04:13 2011/08/28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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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1

2011/08/21 13:50 / My Life/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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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1 13:50 2011/08/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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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2011/08/15 18:15 / My Life/Diary


“확실한 건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길다는 거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우린 온갖 짓거리를 다 해가며 시간을 메울 수밖에 없다는 거다. 뭐랄까 얼핏 보기에는 이치에 닿는 것 같지만 사실은 버릇이 되어버린 거동을 하면서 말이다. 넌 그게 이성이 잠드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짓이라고 할 지 모르지. 그 말은 나도 알겠다. 하지만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성은 이미 한없이 깊은 영원한 어둠 속을 방황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야. 너 내 말 알아듣겠냐?”

“인간은 모두 미치광이로 태어나는 거다. 그중에는 끝내 미치광이로 끝나는 자들도 있고.”

“…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무서운 산고를 겪고 구덩이 밑에서는 일꾼이 꿈속에서처럼 곡괭이질을 하고. 사람들은 서서히 늙어가고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막지.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말하겠지. 저 친구는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자게 내버려두자고. 이 이상은 버틸 수가 없구나. 내가 무슨 말을 지껄였지?”

ㅡ 사뮈엘 베케트(오증자 역),『고도를 기다리며』, pp.134~152


너 내 말 알아듣겠니?
내가 무슨 말을 지껄였지?
2011/08/15 18:15 2011/08/15 18:15

2011.08.03

2011/08/03 19:16 / My Life/Diary
비가 와요.
같은 물속에 잠겨 있는 우리.
2011/08/03 19:16 2011/08/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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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31 14:24 / My Life/Diary

오래된 상실을 지나쳐 오는 길은
항상 비가 내리는
외등 켜진
골목,
그 골목에선 바람이 뒤를 쫓고
비에 젖은 도둑고양이가
나를 쳐다 보곤 하였다.
2011/07/31 14:24 2011/07/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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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3

2011/07/23 12:44 / My Life/Diary

2011/07/23 12:44 2011/07/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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