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0

2011/10/20 01:07 / My Life/Diary
  그들은 노무현을 잃었을 때 자기 자신의 장례식을 치른 거야. 무슨 소리냐면, 노무현은, 내가 아주 어린 시절 옳다고 배운 모호한 정의에 대한 감각, 우리 편은 이기고 나쁜 놈은 진다는 수준의 정의에 대한 감각, 그래서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반드시 그렇진 않다는 걸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그런 게 있다고 믿고 싶은 그 정의에 대한 원형질에 가까운 감각이, 사람으로 체화된 상징이야. 그래서 노무현의 죽음은,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살아 있던, 그런 단순한 정의를 믿었던 어린아이의 동반 죽음이야. 내 안의 어린아이가 죽은 거라고.

  씨바, 또 슬프다.

  ㅡ 김어준,『닥치고 정치』, p.315


  아주 오래된 기억인 줄 알았는데, 겨우 2년 남짓 지났다. 개인적 절망이 시대적 절망과 궤를 같이 하던 시절이었다. 한 방울의 눈물까지 갈무리하려고 애쓰던 날들이었다. 노무현이 갔고, 땅콩이가 갔고, 나는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정말 아주 오래된 기억인 줄 알았는데.
2011/10/20 01:07 2011/10/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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