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논리를 천연가스에 그대로 적용시켜보세요. 천연가스 역시 한정되있고 이 역시 반 정도를 유정에서 발굴합니다. 일반적으로 석유 매장층 위에서 천연가스 매장층이 발견됩니다. 이 천연가스는 석유 사업자들이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석유 시추시에 그냥 내다버렸던 것들이죠.

똘빡이 아니기에 발을 떼지 않고 고유가를 지양하는 겁니다. 석유의 중요성을 유지시키려면 고유가가 되어선 안 되죠. 높은 가격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의 가속 위험을 안고 한정된 자원을 단기간에 팔아버린다면? 네. 똘빡입니다. OPEC의 경우 산유국 정부수입의 대부분이 석유 수출로 벌어들이는 겁니다. 한정되있기에 과부족 없는 적당한 가격으로 오랜 기간 팔아야겠죠.

한 시장에서의 하방경직성이란 말 자체가 일종의 넌센스가 아닐까요? 시장원리는 높은 가격에 수요는 줄어드는 것이고, 경제원리는 모든건 순환한다는 것이겠죠. 높은 가격에 높은 수요의 지속? 그 수요를 꾸준히 지탱해줄 하락 없는 경제적 성장?

과거 사우디의 석유장관은 이미 2050년까지의 매장량을 언급한바 있고 이 매장량이란 게 웃기는 것이 시추 구멍 하나 개발하면 그에따라 늘어나는 겁니다. 2003년 확인매장량 비중이 석유의 경우 중동과 동유럽이 73%를 차지합니다. 천연가스는? 이들 지역이 71% 입니다.

천연가스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시추 기간과 수송 요건등을 감안하면 그에 발맞춰 장기간 LNG 공급이 늘어날 순 없습니다. 석유가격이 오릅니다. 그리고? 천연가스 가격도 오릅니다. 1차 석유파동이 있기 전까지 천연가스는 1세제곱피트당 5센트였습니다. 이후 3달러로 폭등했죠. 천연가스로 에너지의 20% 이상을 조달하는 미국의 경우 작년 석유 가격 상승과 수급 불균형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전해 대비 두배로 폭등하여 어려움을 겪었죠 (이후 폭락했다가 석유 가격의 상승으로 다시 그 수준에 와 있습니다). 대체에너지가 아무리 나와도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석유와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3년 세계 제2위의 LNG 수입국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르크추크 PNG 사업은 현명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가스공사의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런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원천 자원을 갖지 못한 우리의 에너지 자급도는 계속 열악할 것이고, 이런 부문의 규제는 더욱 심해질 따름입니다.


2004.06.06
2004/06/06 03:37 2004/06/06 03:37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라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말을 하기 전에 수를 먼저 셌다는, 19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불리는 칼 프레드릭 가우스(Karl Friedrich Gauss)에 관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로 활약하며 여러 제자를 거느리던 그가 어느 날 앞선 세대의 천재,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접하게 됩니다.

그의 제자들과 뉴턴의 법칙들에 관해 얘기하던 중에 제자 가운데 한 명이 가우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선생님, 이 뉴턴이란 사람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고 만유인력을 알아냈다고 하는데 정말 기막힌 운이 아닌가요? 」

그러자 가우스가 이렇게 답합니다.

「 이 바보야, 뉴턴은 엄청난 연구와 노력 끝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고 공식을 만들어서 모두에게 발표했다. 그렇게 유명해진 뉴턴이 좀 쉬려고 고향으로 돌아갔어. 산책 겸 길을 지나는데 어느 촌부가 와서 그에게 물었지. "선생님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굉장히 유명하신데 그것이 도대체 뭡니까?"」

가우스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말합니다.

「 뉴턴은 물리학도, 수학도,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의 노인에게 자신이 오랜동안 연구한 이론을 자세히 설명해도 그에겐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모두 줄여서 간단하고 듣기 쉽게, 사과나무의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 만유인력이라고 말한거야.」



저는 가끔 여러 구루들이 내뱉는 짧은 말들을 볼 때 마다 이 글을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필립 피셔와 워렌 버펫을 얘기하지만 과연 그들의 말을 이해하고 그들이 말한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자신은 피터 린치식 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아무도 그처럼 구두 밑창이 닳도록 수 많은 회사를 찾아가보지 않으며, 필립 피셔의 성장주 투자를 외치지만 자신이 투자할 회사의 수 많은 경영자를 만나보거나 산업과 사업의 구조를 파악하는 이가 누가 있을까요? 혹시 여러분 가운데 템플턴처럼 전세계적인 기업분석을 통한 투자를 하시는 분 계십니까?

수 년전 인터뷰에서 워렌 버펫은 그레이엄과 도드의 증권 분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13번 읽었고 지금도 읽는다고 했습니다. 워렌 버펫식 투자를 하는 분은 어디 계십니까?

그 점에서 모두가 관심 밖에 두고 있는 그레이엄식 투자가 빛을 발하는 겁니다. 그레이엄은 일반 투자자들을 위해 간단한 방법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증을 보여줬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쉽게 보입니다. 수익률도 다른 구루들에 비해 별로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레이엄을 구시대적 인물로 치부하고 투자론의 변형을 꾀합니다. 그러면서 버펫을 얘기하고 린치를 얘기하고 템플턴을 얘기합니다.

그런데,
과연 누가 그들처럼 투자하고 있습니까?


2004.06.05
2004/06/05 03:35 2004/06/05 03:35

씨앗의 교훈은, "수확을 거두려면 일을 하라"는 것이다. 흙을 파고 씨앗에 물을 주고(노력) 한동안 기다렸다가(인내) 그리고 나서 열매를 따는 것이다. 노력 + 인내 = 결과! 사람들은 종종 이 법칙을 잊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 오늘 콩을 심으면 내일 무엇이 돌아올까? 」

그 대답은, "젖은 콩"이다. 씨앗의 법칙은 말한다.

「 오늘 심고, 한참 후에 거두어라 」


첫째가 노력이고 그 다음이 수확이다. 그것이 원칙이다. 그 과정을 거꾸로 갈 수는 없다.

앤드류 매튜스,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장기 투자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기업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매입 후 기다렸다가 이익을 보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종자를 골라서 심었다해도 다음날 열매를 얻으려 하면 젖은 콩만 나올 것이고, 몇 주 있다 땅을 파본들 썩은 콩만 나올 뿐입니다.

좋은 토양에 튼튼한 종자를 심었다면, 결국 탐스런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2004.03.24
2004/03/24 03:54 2004/03/24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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