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소파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까작까작 사료 씹는 소리 들린다. 붕붕이는 안방에 들어가 있고 거실에는 아무도 없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쳐다보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붕붕이 밥을 먹고 있다. 밥 맛 어떠냐고 묻는데 까작까작. 사진을 찍는다. 찰칵 대는 셔터 효과음에 놀랬는지 슬금슬금 도망간다. 이리 오라고 불러 봐도 소용없다. 몇 시간 지났을까, 다시 들어와 밥 먹는다. 이번엔 많이 먹으라고 그냥 두었다. 까작까작 사료 씹는 소리만 들린다. 붕붕이 나오는 기척에 도망간다. 이제는 해가 져 밖도 어둡고 책도 거진 다 읽어 간다. 야구 중계도 다 끝났다. 다시 까작까작 소리 들린다. 말을 건다. 나를 쳐다본다. 이 아이의 눈동자는 초록색이다.
시원한 바람. 어제 불던 바람이 오늘도 분다. 그러나 이제는, 어제와 오늘의 바람이 다르다는 걸 안다.
가을이 부쩍 다가온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