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4

2011/09/04 21:37 / My Life/Diary

  거실 소파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까작까작 사료 씹는 소리 들린다. 붕붕이는 안방에 들어가 있고 거실에는 아무도 없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쳐다보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붕붕이 밥을 먹고 있다. 밥 맛 어떠냐고 묻는데 까작까작. 사진을 찍는다. 찰칵 대는 셔터 효과음에 놀랬는지 슬금슬금 도망간다. 이리 오라고 불러 봐도 소용없다. 몇 시간 지났을까, 다시 들어와 밥 먹는다. 이번엔 많이 먹으라고 그냥 두었다. 까작까작 사료 씹는 소리만 들린다. 붕붕이 나오는 기척에 도망간다. 이제는 해가 져 밖도 어둡고 책도 거진 다 읽어 간다. 야구 중계도 다 끝났다. 다시 까작까작 소리 들린다. 말을 건다. 나를 쳐다본다. 이 아이의 눈동자는 초록색이다.

  시원한 바람. 어제 불던 바람이 오늘도 분다. 그러나 이제는, 어제와 오늘의 바람이 다르다는 걸 안다.

  가을이 부쩍 다가온 느낌.
2011/09/04 21:37 2011/09/04 21:37
TAGS ,

2011.09.01

2011/09/01 08:10 / My Life/Diary
  그동안 너무 나태하게 살아왔다. “유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Come to the edge.
  ㅡ Christopher Logue

  Come to the edge.
  We might fall.
  Come to the edge.
  It's too high!
  COME TO THE EDGE!
  And they came
  And he pushed
  And they flew.


  벼랑 끝에서 떨궈졌는데도 날개가 돋지 않았으니
  나는 다만 야트막한 계단에서 넘어졌을 뿐
  편히 잠들어 절망의 꿈만 꿔왔구나
 
 
2011/09/01 08:10 2011/09/01 08:10
TAGS

2011.08.30

2011/08/30 20:13 / My Life/Diary
  어느 순간 끝없는 절망이라 느껴도,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내 절망쯤은 접시에 코 박고 어쩔 줄 몰라하는 지진아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고통은 상대적인 것이라며 자위해도, 절망은 사치다. 언제나 지나친 사치. “고통이라는 말을 이제 결코 발음하고 싶지 않다.” (최승자)

  그들은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필요에 의해서 헤어질 것이다. 그 만남과 헤어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지 간에.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모른다. 기다리는 게 무언지를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걸까. 기다림의 대상을 확신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찾아낼텐데. 기다림의 대상이 나를 스쳐 지나갈 때, 아무 의식도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

  “행복은 하룻밤 늦게 찾아온다.” (다자이 오사무)

  왜 모든 게 이해가 되고 마는지…. 왜 아무도 미워할 수 없게 되는 걸까…. 절망스럽게.
2011/08/30 20:13 2011/08/30 20:13
TAGS

« Previous : 1 : ... 29 : 30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 429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