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하루

2001/03/25 22:42 / My Life/Diary
오늘 하루는 밤만 있었다.

본래 해가 잘 들지 않는 방이기도 하지만 해가 다 지고 난 뒤에야 기나긴 잠을 끝내고 깨어났으니 어두운 밤만 보이는게 당연했다. 욱신대는 목덜미와 돋아난 혓바늘이 불안한 신경을 자꾸만 흔들어대는 통에 괜한 성질로 가족들 분위기만 잔뜩 흐려놓고, 갑자기 울려댄 알람시계는 벽으로 내동댕이 쳐져 부서질 뻔 했다.

어디서 올라오는지 알 수 없는 열기는 쳐진 몸을 더욱 쳐지게 만든다. 창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아 보지만 시원한 줄을 모르고 몸은 무겁기만 하다. 감기가 걸렸나? 몸이 허해진걸까? 하루 한끼도 못 먹은 탓일까? 아니다. 모두 아닌 것 같고, 그대 없는 생일날 장례식을 치룬 탓일게다.

어제는 어제로 버려두자. 방 청소를 하고 미지근한 물에 목욕을 해야겠다. 창문도 닦아야지. 앞이 흐리다.


2001.03.25
2001/03/25 22:42 2001/03/25 22:42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고자 하는 모종의 욕구(내지는 두려움)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만나서 헤어짐을 아쉬워 하지만, 한 달도 못 다 채우고 망각 속으로 날려 버릴 그런 인연들은 아닐까…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어찌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일런지도 몰라. 최종적 자아완성을 사랑을 통해 찾으려 하는 본능적 욕망… 하지만 자신의 존재가 그 도전에 다다르기엔 너무 멀리 자리해서 시도조차 해보기 어려운 사람도 있어.

우리의 인생은 터럭보다 짧고 시간은 빛보다 빨라 망각은 시간과 비례하고 감정은 인생에 반비례 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왜 사랑하는지, 누굴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내 사랑은 진실된 것인가…?


Manha De Carnaval,
Black Orpheus 를 듣다가…
2001/01/19 22:59 2001/01/19 22:59

한 동안 나이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라고 전혜린은 말하며 여자에게 서른이란 어떤 크나큰 전환기라고, 자신의 글 속에 그녀의 우울함을 축축하게 한껏 담았다.

나도 한동안 나이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라고 말하며 헤아려보니 이제 내 나이만으로 스물이다. 감히 짐작해 보건데 내 나이 스물은, 나에게 어떤 크나큰 전환기가 될 전망이다. 빛나는 햇살 같은 청춘을 간직한 스물이 아니라 오래된 삼원색 형광등 불빛 같은, 30년전에 출판된 세로읽기쇄의 너덜한 수필집 같은 스물이다.

곧 푸른 점퍼를 입고 동사무소에 들락거리는 신세가 될 것이고, 내 시기의 보편적 청년들이 생각하듯 3년을 16절 갱지에 낙서하는양으로 보내게 될것이다. 물론, 나는 그러고 싶진 않지만… 20년간 바람은 내가 불어줬으면 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적이 없었다. 점퍼의 먼지를 털어내도 털어지지 않을 때 쯤 되면 제대를 할 테고… 어느새 23살, 학기에 맞춰 복학을 하게 되면 24살. 대학을 졸업하고 주위를 정돈할 즈음 되면, 한동안 나이를 생각해보지 않던 여인에게 우울한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 서른살이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 중학교 교무실 앞에 걸려있던 문구에 건방진 투로 왠 프리-모더니즘한 말똥이냐! 실실대며 꿈의 이십을 꼽아왔건만 그 실실대던 실없던 소년은 이리 쉽게 늙어버렸다.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채...

아무렇지 않게 먹어왔던 나이가 갑자기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역시나 건방지게 스무살 문턱을 조금 넘은 주제에…


2001.01.11
2001/01/11 22:41 2001/01/1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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