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복

2002/03/23 23:02 / My Life/Diary
어느 고장에서는 새벽을 새복이라고 발음한다. 어째 좀 덜 쓸쓸해 보이고 덜 차가운 느낌이 아닐까?

밤은 깊어가고-혹은 아침은 밝아오고- 정신은 퇴폐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흔해빠진 말이 묵직하니 아랫배에 증오스럽게
쌓여간다. 이기와 위선에 저주 받아 불룩해진 내 배를 움켜잡고 고통에 벌벌벌 떠는 이 새복에는,

폭죽 터지듯 무수한 창자들이 작열했으면 하는 우스운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돈다. 터져라, 터지지 말아라, 터져라, 터지지 말아라, 터져라... 주문을 외우다, 외우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느끼다, 잠이 들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무척이나 많은 예외를 제외하고.

우울한 글은 어울리지 않는 이곳에, 다소 미안하지만 이런 글 하나쯤 서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야. 아주 가끔은.

이런 나도 당신을 생각해도 되겠지- 허락없이, 아주 가끔은.
2002/03/23 23:02 2002/03/23 23:02

객혈(喀血)

2002/02/26 22:43 / My Life/Diary
객혈(喀血)을 하다. 화장지 열댓장을 흠뻑 적실 정도의 양이었으나 아무런 고통도 없었다. 야간진료 병원의 말린 멸치 같은 젊은 의사는 엑스-레이에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예의 그렇듯 환자의 걱정만 늘리는 헛소리를 뱉어냈다. " 원칙상 입원입니다만, 내시경 검사를 해야하는데 이 병원엔 장치가 없습니다. 다시 객혈할 경우 기도가 막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일주일간 입원을 권고합니다. " -숫자 계산 속에 우리는 멈칫했고, 그러자- " 아니면 주사를 맞고 내일 큰 병원으로 가시던지요. " 의사는 건성으로 말했고, 주사실의 간호사는 반말을 쏘아대며 벗겨진 엉덩이를 후려쳤다. 내가 주사를 맞고 나온건 의사가 9시 뉴스를 보러 대기실로 사라진 후였다.

병원 앞 약국의 약제조사는 " 야간진료 담당의(醫)는 의사로 볼 수 없지… 갑자기 그런 것이라면 신경과민과 과로로 인해 생겼던 코피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기도에 쌓였던 것이야… " 라며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했지만 전화번호와 호수를 헷갈려했다. 검은 챙모자를 쓰고 나온 어머니는 치료비 걱정에 어두웠고, 까만 바탕 속 하늘의 보름달은 노랗게 밝았다.

집에 돌아와 3일간의 휴가를 내고 뒷수습을 끝내자 역사드라마 상도의 방영에 앞서 CF가 흘러가고 있었다. 더 이상의 객혈은 없었으며 가슴도 아프지 않았고 몸은 나른했지만 정신은 평온했다. 모든 것이 지난주와 같았다.


2002.02.26
2002/02/26 22:43 2002/02/26 22:43

2002.02.24

2002/02/24 23:13 / My Life/Diary
아침 5시에 잠들어 오전 10시에 일어나다. 남자 500m 쇼트트랙, 여자 1000m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12시까지 봄. 온 몸이 쑤신다.
2002/02/24 23:13 2002/02/2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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