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25

2005/08/25 23:56 / My Life/Diary
잠에 들기 직전이지만 계획 1), 2) 를 하지 못했다.





잠을 못자서 비몽사몽하거나 취해서 앞뒤 분간이 잘 안 될 때면 너무 너무 착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모든 시비에 웃음으로 대답할 수 있는 바보 같은 착한 이.



아마도 이는 생존본능이 아닐까 싶다. 정신이 빠져 있을 때는 상대방의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분란을 만들고자 하지 않는 자기방어기재가 아닐까?



모든 동물의 새끼들이 귀여운 이유는 너무나 약해빠졌기 때문이란다. 이쁘고 귀여워서 잠재 공격자의 성질을 돋우지 않을 수 있어서래나 뭐래나….



어쨌건, 지금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헌책방과 세탁소를 들르면서 비도 좀 맞았고, 이빨도 닦았고, 개새끼들 밥도 챙겨줬으며 손과 얼굴도 씻었다. 365일 충혈된 눈의 실핏줄은 더욱 단단해졌으며 눈꺼풀을 깜빡일 때마다 뻐근한 피로가 느껴진다.



결론은, 난 지금 무조건 자야한다는 것.



알베르 까뮈, 산다는 것은 습관이라고 했다. 어제도 살았으니 오늘도 아무 의심없이 또 살게 된다. 잠을 자면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만큼 자면 별 문제없이 자동적으로 눈이 떠진다. 자살을 택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습관의 굴레에서 삶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안병무, 자살할 가능성을 갖고 있기에 인간은 존재한다고 했다. 자살이 실제로 이행되면 그 가능성은 소멸 된다. 그리고 인간은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 인간은 가능성의 존재이므로.



인생의 의미는 죽은 후에나 알 수 있다. 자신이 세상에 뻘쭘하니 나타난 것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백지, 무엇이든 쓰여질 가능성이 있는 백지로 존재할 뿐이다. 다만 그 백지에는 자기 자신의 펜으로만 기록할 수 있다. 소설을 모두 읽고나야 소설이 말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듯, 인생 역시 그렇다.



그런데 난 너무 졸립다.



심장이 뛰는지 궁금하다.
2005/08/25 23:56 2005/08/25 23:56

2005.08.24

2005/08/24 23:56 / My Life/Diary
헤어짐은 아쉽다.



아니, 실상은 아무런 아쉬움도 없으나



아쉬워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아쉬워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쉬워 하든 아쉬운 척 하든



헤어짐은 싫다.



난 척하는 일에는 소질이 없으므로….





헤어지지 않으려면 만남이 없어야 한다.



누가 그랬던가,



우리는 만날 때 헤어짐을 생각한다.





만날 때 헤어짐을 생각하는 우리는



실로 비참한 존재











어릴적의 인생은 나머지 인생을 지배한다… 라는 것인가?



그 말을 했던 이는 서정윤이었다. 중학교 때, 오래된 책꽂이 사이에서 전혜린의 에세이와 함께 꽂혀있던, 퀘퀘한 냄새가 나는 다 낡아빠진 세로읽기쇄 시집. 그게 아마 서정윤의 홀로서기였을거다. 아니, 조병화일지도 모른다. 혹은 둘의 짬뽕이거나.









홀로서기



서정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 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히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이고 있다.

떠나는 사람을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는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품을
또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공존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 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 날이 오면
가벼운 눈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2005/08/24 23:56 2005/08/24 23:56

2005.08.18

2005/08/18 23:56 / My Life/Diary
일감이 대박으로 터졌다. 일 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사무실에 갔더니 모두 분주 분주.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많이 줄 줄은 몰랐는데… 밤을 새고도 8시간은 더 해야할 양. 그래도 뭔가 주어진 일이 있다는 게 없는 것 보다야 낫다. 어처구니 없게도, 시간에 쫓기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일감을 받아 집으로 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무작위로 나는 잠자리떼를 봤다. 여름 내내 봐왔는데, 이들이 마지막 잠자리떼 일지도 모른다. 도무지 앉을 생각은 않고 수풀 위를 쏘다니는 탓에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여름이 지나면 이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마치 작당이라도 한 듯 전부.



요즘은 글쓰기도, 생활도 너무 작위적이다. 정말 재수없다. 그래도 어쩌랴.



생활신조를 '얌전히 살자'로 당분간 변경.
2005/08/18 23:56 2005/08/1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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