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 센스

2005/09/03 05:28 / My Life/Diary
기술 습득의 제1단계를 드리퍼스 형제는 '초보자(novice)' 단계라고 했다. 초보자는 아무런 의심 없이, 환경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규칙을 따라 행동한다. 예를 들어 수동 변속 장치가 있는 자동차 운전을 배우는 경우에 초보자는 '어떤 속도에서 기어를 변속한다' 또는 '얼마큼의 거리를 두고 앞차를 따라간다' 등의 규칙을 따른다. 초보자의 동작은 일반적으로 그렇게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초보 운전자의 움직임은 갑작스러우며 예측할 수가 없다. 그들은 엔진의 소리, 경사의 각도, 그 외에 다른 도로 사정과 같은 환경적 요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어 변속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그들은 또한 교통이 아무리 혼잡해도 권장된 차간 거리를 유지한다.

제2단계는 '중급자(advanced beginner)' 단계이다. 중급자가 초보자와 구별되는 특징은 두 사람 모두 규칙을 따라 행동하지만 중급자는 그러한 규칙들을 환경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는것이다. 예를 들어 중급자 운전자는 언제 기어를 변속할지를 결정할 때 엔진 소리를 고려할 것이다. 그리고 교통 상황에 맞게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할 것이다. 상황 이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중급자는 특정한 유형을 인식하고 그러한 유형에 맞게 규칙을 변경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3단계는 '상급자(competence)' 단계이다. 상급자도 여전히 규칙을 따르지만 상당한 융통성을 지니고 있다. 단 상황이 정상적일 때에 한한다. 단순히 하나의 규칙에서 다음 규칙으로 넘어가는 것 -- 초보자와 중급자의 행동 특성 -- 이 아니라 각 단계마다 다음 단계를 의식적으로 결정한다. 상급자의 경우에는 모든 규칙에 대해서 좀더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는 종합적인 행동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규칙들 중에서 적절한 것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상급자 운전자는 마음속에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운전을 하며 기어를 변속하거나 차간 거리를 조절할 때 엔진소리,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한다. 그러나 운전자는 여전히 운전하는 데에만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에 보행자의 안전, 운전자 예절, 안전 규칙, 심지어는 교통 법규조차도 거의 신경 쓰지 못한다. 게다가 그는 돌발 상황에 아직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제4단계는 '숙련자(proficient)'이다. 많은 경우 숙련가들은 규칙을 선택하거나 따르지 않는다. 이들은 풍부한 경험으로 현재의 상황을 이전에 여러 번 부딪혔던 상황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서 인식하고 훈련을 통해 형성된 반사작용으로 적절히 반응한다. 예를 들어 숙련가 운전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비가 오는 날씨에 굴곡 심한 모퉁이를 향해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음을 깨닫고 가속 페달을 늦추거나 브레이크를 밟는다. 속도를 늦추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다 의식적인 판단과 규칙을 준수하는 행동을 포함한다고 해도 운전자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사용해서 과거의 비슷한 상황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러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제5단계는 '전문가(expert)'이다. 전문가는 규칙을 따르지 않으며 실제로 행동을 지배하는 어떠한 규칙도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한다. 전문가 운전자는 자신이 운전하고 있는 차를 인식하지 못하며 심지어 자신이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전문가는 판단하거나, 규칙을 따르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상적 상황이 아닐 경우에 그렇게 한다.

위의 설명에 따르면 진정한 전문가는 단순히 효과적이고 빠르게 규칙을 따르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전문가는 오히려 규칙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도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배우는 것을 돕기 위해 규칙이 있지만 일단 그 일에 전문가가 되면 더 이상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규칙은 어린아이들이 자전거를 배울 때 사용하는 보조 바퀴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보조 바퀴를 땅에 닿도록 부착하여 자전거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계속해서 받쳐주도록 한다. 얼마 후 아이가 연습을 좀 하고 나면 보조 바퀴를 약간 높게 달아서 아이에게 보조 바퀴의 도움 없이 자전거를 타는 느낌을 가르친다. 하지만 넘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여전히 보조 바퀴를 떼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히게 되면 보조 바퀴를 모두 떼어낸다. 이 단계에서 아이의 기술은 보조 바퀴의 필요성을 완전히 제거한다.

...

모든 경영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진정한 전문 지식은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전문가(expert)'와 '경험(experience)' 두 단어가 공통 어근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고 교육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너무 추상적이다. 당신은 진료 경험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을 책과 강의로만 배운 '내과의사'에게 내과 진료를 맡기고 싶은가? 이것이 전문의들이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들에게 모두 인턴 과정을 통해 철저한 감독 하에 진짜 환자들을 치료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훈련은 강의를 듣고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이론적 가르침과 많은 시간동안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실습과 철저한 감독 하에 실제 비행을 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유사한 많은 전문직의 경우에도 일정 기간 동안의 현장 실습을 마친 후에나 자격증을 수여한다.

처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거나 수영을 배울 때, 우리는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가르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방법을 말로 듣긴 했지만 이들이 배우는 유일한 방법을 계속해서 연습하는 것뿐이다. 자전거를 타고 끊임없이 넘어지고 물 속으로 가라앉는 끔찍한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마치 마술처럼 갑자기 그것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일단 그러한 기술을 익히고 나면 우리는 그것을 거의 잊어버리지 않느다.

...

많은 일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키스 데블린, 『인포센스』
2005/09/03 05:28 2005/09/0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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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31

2005/08/31 00:02 / My Life/Diary
바라 볼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오늘은 하루종일 시간 죽이기에 몰두했다. 일감을 받아와서는 한 건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시간에 취해서 흐르는 시간을 멀뚱하니 바라만 보다…. 이제서야 일감을 정리하고는 작업에 들어간다. 제 시간에 끝낼 수 있을까?





어쨌건 간에,

바라 볼 일감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2005/08/31 00:02 2005/08/31 00:02

[다산칼럼] 못난이 따라하기

입력시각 :08/25 17:20

김병주 <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 >

뇌물, 공짜 해외여행, 섹스 등 스캔들로 얼룩진 기업비리가 얼마전에 들통났다.

국내 어느 대기업의 치부가 또 드러난 게로구나 지레 짐작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문제의 기업은 국내기업이 아니라 유럽 대형 자동차회사의 하나인 폭스바겐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독일이 자랑하는 경영자와 노동자가 공동으로 경영의사를 결정하는 제도를 자랑해온 회사이다.

경영진이 노조측 간부들을 회사 돈으로 해외 휴가여행을 보내고 콜걸 접대까지 주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하나의 의혹은 회사 간부가 인도, 앙골라, 체코 소재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비리의 핵심에 인사담당 간부가 깊이 연루돼 있다는 혐의로 해직됐다.

기업이 누구의 것인가? 전통적으로는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 즉 주주가 주인이라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회사의 장기적 성과에는 관심이 없고 단기 주가변동 차익을 챙기려고 일시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사람들이 과연 주인인가? 이들이 주주의 대다수를 구성하게 된 근래에는 그게 정답이라고 고집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러한 주주보다는 기업의 장기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경영자와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실질적 주인이라는 주장이 성립한다. 후자의 견해를 출발점으로 하면 경영과 노동,즉 이해당사자의 두 축이 서로 협의해 기업경영을 결정하는 노사 공동의결(Mitbestimmung)제도에 이르게 된다. 이론상 그럴싸하게 보이는 이 제도에도 결정적 맹점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사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서로 감싸며 범할 수 있는 비리를 감시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가치와 주주의 이익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감사위원회도 유야무야 되기 십상이다.

노사가 서로 짜고 보수를 올리게 되면 노동비용이 높아져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된다.

생산기지를 해외이전 시켜야 살 길이 열리지만 노조가 발목을 잡는다.

흥미를 더하는 것은 폭스바겐 감사위원회에 노사 양측 인사와 함께 지방정부 최고위 정치인들이 참여하고 있어 정치권 비리 연루의 냄새가 풍기게 됐다는 것이다.

사뭇 후진국적이다.

폭스바겐은 독일기업 문제의 대표사례일 뿐이다.

이래서 독일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두자리 숫자의 실업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집권여당인 사민당(SPD)의 인기가 바닥이다.

오는 9월18일 독일 총선거가 있다.

지금 예상으로는 여성당수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CDU)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메르켈은 이미 슈뢰더 총리가 발동을 건 '아젠다 2010'의 개혁적 측면(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을 이어받고,재정건전성 확보 등에 박차를 가해 시장경제 쪽으로 방향타를 잡아나갈 것이라 공언했다.

한마디로 지난날 못난 짓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국내의 정책입안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남이 쓰다 버리는 못난 관행을 신주단지처럼 모셔 들이겠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마음껏 '학문의 수월성'을 지향하는 연구·교육을 할 수 없던 독일 대학들이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 반면, 여전히 평준화 교육을 강요 받고 있는 것이 한국 대학들의 모습이다.

독일은 상점 영업시간 연장을 추진하는데,한국은 편의점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여야 모두 인기영합주의에 물들어 대다수 국민의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

일본식 장기불황이 아니라 독일식 경제 침체가 한국의 문제라는 지적을 깊이 음미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불황은 어디서 오는가? 정부가 '개혁'의 이름으로 깊숙이 시장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잘못된 사례를 '사회정의''분배우선' 등의 명분으로 답습하려고 하는 정부 때문에 빚어지는 시장의 불확실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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