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31

2006/05/31 17:02 / My Life/Diary
일감이 너무 많아서, 질려버릴 참에, 쉴 요량으로 친구들의 싸이를 돌아다니다가 내 게시판을 다시 열고 보았다. 내 글의 최대 독자는 나 자신이므로. (할 일이 많으면 더 게을러지는 고질병은 여전하다.) 근 9개월만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놀랍도록 흡사하다. 무던한 인생은 반복되는 것일까.

어제 오늘, 10시간씩 자버렸다. 5시간씩 자고 5시간은 일을 했어야 하는데… 도합 10시간의 작업 시간을 버렸다. 게다가 많이 잔 그 후유증으로 어깨가 쑤시고 스스스 어지럽다. 밥을 먹고 헛구역질이 나와 왜 그럴까 되짚어보니, 단 하나- 잠을 많이 잔 때문이다. 잠은 뒈지면 죽도록 잘 수 있으니 적당히 자라는 신의 가르침일까?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우습게도, 절망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도, 절대로 절망하지 않는다. 누구처럼 술을 진탕 먹고 폐인이 되어 완전히 좌절해버린다던가 훽까닥 미쳐버려 나체로 동네를 뛴다던지, 길 잃은 개새끼 마냥 길가를 돌아다니며 짖는 것 -- 이것이 내가 바라는 절망하는 자의 모습이다. -- 절망할 요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는데 왜 그렇지 않을까, 왜 평생 그래본 적이 없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답은 단순했다.

삶에 대한 열정과 포기를 모르는… 그 무엇이 있어야 절망할 수 있다. 나는 둘 모두 결여되어있다. 열정은 옛날에 현실의 쓰나미 속에 잠겨 꺼져버렸고, 포기는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다. (포기를 잘하려면, 일단 포기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척 스스로를 속이고 포기하지 않을 생각만 열심히 하다가 결국엔 어쩔 수 없다는 듯 해야 한다. 그래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므로!)

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포기한다.

절망하는 자들을 존경해야 한다.
그들은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할 일이 너무 많다.

며칠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풀밭에 누워서 멀뚱히 하늘만 쳐다보고 싶다. 꼭 그럴 때면 먹구름 잔뜩 껴서 비가 오는 게 인생이지만….

어서 빨리 방학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를 때려칠 지도 모르니까.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종이와 펜과 비정상적인 가족이라고. 나는 그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시드니 셀던, 『또 다른 나』

2006/05/31 17:02 2006/05/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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