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31

2006/11/01 13:04 / My Life/Diary

술을 먹었다. 오랜만에. 가끔 이름이 다른 친구와 헷갈리는 N과. 오돌뼈를 안주로 소주를 한 병씩 먹으니 어지러웠다. 우리 한창 때는 이보다 더 먹고 또 토하고 더 먹고도 또 먹고도 먹었지 않지 않았는가? 과거의 일이므로 알 수 없다. 정말 그렇게 먹었는지도 알 수 없다. 술이란 본래 현실의 이탈인데 어떻게 그걸 알 수 있나? 옛날 얘기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얘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사실 그 때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무런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이야기인 것이다. 2차로, 어느 재쯔바에. 우리는 태초부터 그다지 많은 돈을 갖고 있지 않았으므로, 나는 잭콕을 N은... 뭐더라. 영어를 쓰지만 한국 토박이 같은 여자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MISTY, FALLEN LEAVES, GREATEST LOVE OF ALL... 가요 한 곡과 그렇게 부르고는 가버렸다. 우리도.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샀다. 아니... 삿뽀로는 너무 취해, 골라 잡은 게 사과 과일 맥주. 보라매 공원 벤치에서. 추웠다. 추웠기에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은 춥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술에 취해있었으므로. 술이란 본래 현실의 이탈인데 어떻게 그걸 알 수 있나? 나는 한 겨울날 술 쳐먹고 나체로 뛰어다니는 사람도 본 일이 있다. 인생의 묘미는 반전이다. 살만해지자 죽어버리고, 죽을 것 같지만 살게 되는. 반전을 원하는 사람, 반전을 원하지 않는 사람. 혹은 반전 시위를 하는 사람 등 세상에는 같은 말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뜻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인생의 반전을 바라지 않지만 영화 속의 반전에 열광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 이후의 삶은 모든 종교가 가진 반전의 매력이다. 엘 씨에고. 오늘은 11월의 첫날이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시월의 마지막이었다. 째즈바에서 누군가 그랬다. " 시월의 마지막 날인데,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날' 들려줄 수 없나요? " 영어를 쓰지만 한국 토박이 같은 여자 가수는 " 없다. " 고 대답했다. 마지막 날엔, 마지막이므로 없는 것이 정답이다. 마지막에 없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마지막이 아니지 않은가. 마지막을 마지막이라고 말하지 않는 건 종교뿐이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은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6/11/01 13:04 2006/11/01 13:04
TAGS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Trackback RSS : http://www.fallight.com/rss/trackback/750

Trackback ATOM : http://www.fallight.com/atom/trackback/750


« Previous : 1 : ... 601 : 602 : 603 : 604 : 605 : 606 : 607 : 608 : 609 : ... 768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