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기업일 수 밖에 없습니다. 교과서 맨 앞장에 나오듯이 (듣기도 지겨울 정도로)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이고, 주주는 "지분만큼의 권한"을 갖습니다. 지분만큼의 권한을 갖는 것은 불합리한 요소가 아닌, 다수결과 같은 민주적 요소입니다. 채권과 주식이 다른 점은 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유권이 앞선다는 겁니다. 이것 역시 민주적입니다. 내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돈을 빌려서 떼어먹고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만큼 더러운 짓도 없죠.

기업의 가치가 주주에게 배분되는가의 여부는 기업 자체가 "계속 기업"이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업이 성장하고 그 성장분을 그대로 주주에게 돌려주면 그 기업은 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없습니다. 오늘 100원의 이익은 20원 30원 50원이 모여서 이뤄진 것입니다. 20원을 벌고 10원을 나눠주면 10원 가지고 30원을 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100원의 이익은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 후에나 이뤄질 것이고 어쩌면 전혀 이룰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현명한 주주들은 이런 사태를 전혀 바라지 않습니다.

기업이 100원을 벌면 부채와 비용을 제외한 모든 순이익은 주주겁니다. 자기 지분의 권리를 주장하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증가된 이익(부채와 비용을 모두 제한)은 한 사람의 돈이 아닌 모여진 돈이 이뤄낸 결과입니다. 이 자금의 집행은 주주 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거죠. 현재 배당금이 산정되는 방식도 이와 같습니다. 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의결이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죠.


기업의 이익과 자산은 법인에 귀속되있다 하지만 이건 단지 한 방편일 뿐 입니다. 법인이란 주체가 없다면 기업이 영위하는 모든 활동과 그에 대한 결과는 그대로 주주가 감수할 겁니다. 이건 주식회사의 가장 큰 장점과 완전히 대비되는 것이죠.


주주의 권한

주식회사, 소유권은 모두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아래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수 주주가 횡포를 부리면 어떡하느냐, 소수 주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아니냐… 하는 "보완적" 논의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죠.

소액주주는 경영권이 없다고 합니다. 0.0001% 지분을 사면서 회사를 인수한다는 건 웃기는 소리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회사의 0.0001% 는 내가 인수한 것이고 0.0001% 의 권한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겁니다. 웃긴다구요? 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를 맹점을 변명하고 여러분과 이념적 논쟁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체제 아래서 우리의 소유권이 인정받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급의 논리를 여러 곳에 적용합니다. 주가 역시 수급으로 결정이 납니다. 그러면 그 수급은 어떻게 결정이 됩니까? 이 주식을 사면 오를 것 같다는 사람들의 마음이겠죠. 그럼 그 마음은 어떻게 결정됩니까? 이 기업이 앞으로 돈을 벌 것이라는 예상에서 동합니다. 그럼 이 기업이 돈을 벌 지 안 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주식과 채권은 경쟁 관계

워렌 버펫이라면 기업이 이뤄온 과거의 기록을 유심히 살필 것 입니다. 기업이 지금 100원을 벌고 15%씩 더 벌어 왔다면 500원에 살 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가치는 어디 있습니까? 지금 100원과 앞으로 벌어들일 돈 (이 벌어들일 돈에 대한 얘기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논의해보겠습니다.) 에 있습니다. 워렌 버펫처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해서 단순히 지속적으로 배당금만 받아 와도 매년 늘어난 순이익만큼의 배당금을 받습니다. 주가가 수급에 의해 난동을 쳐도 배당률은 그 수급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경영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집에 앉아 불평하는 대신 소액주주를 모아 주주총회에서 적은 배당률에 태클을 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채권이 등장합니다. 배당률은 고정적이지만 늘어난 이익으로 배당이 증가하면 주식의 수익률은 높아집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습니까? 바로 채권가격과 이자율의 상관관계입니다. 사람들은 투자 수단의 비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주는 주식으로 몰립니다. 그럼 주가는 오릅니다. (그레이엄의 간단한 "진짜 이익" 공식은 배당금+주당순자산의 증가분입니다. 탁월하지 않습니까?) 이건 수급에 의해서 오른겁니다. 그럼 이 수급은 어디서 왔습니까? 바로 기업의 가치에서 온 겁니다. EPS가 변했고 BPS가 변했습니다. 더욱이 여기엔 "장미빛 미래"에 대한 고려는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기업의 성장이 곧 주가의 상승으로 이어진 겁니다. 주식은 기업입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

이번에는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앞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추천"이 들어오는 기업들입니다. 아직 돈을 못 벌고 있습니다. 자본이라고 해봤자 주식공개로 얻은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주가가 오릅니다. 역시 수급에 의해서 오릅니다. 그럼 이 수급은 어디서 왔습니까? "장미빛 미래"에서 왔을 뿐 입니다. 가치가 어디에 있습니까? "비즈니스 모델"과 "평가", "추천", "장미빛 미래"에 있습니다. 거기에 무엇이 있나요? SHOW ME THE MONEY! 돈이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 수급 예찬론자들이 쉽게 간과하는 한 가지는 수급이라는 것이 실질적인 가치에 근거를 두지 않는다면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것 입니다. 아시다시피 수 많은 닷컴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주식은 휴지쪼가리가 됐습니다. 왜? 가치가 없으니까. 그리고? 주식이 기업이니까.

여기서도 수급 덕택에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그래서 수급이 전부입니까? 수급은 단지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합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실체가 없는 것들은 수급이 모든 것을 결정하겠죠. 하지만 아무도 실체가 없는 것을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300원 주고 옆집 아가씨의 마음을 사겠다고 해봤자 제 동생은 거들떠도 안 볼 겁니다.


2004.06.24
2004/06/24 04:10 2004/06/2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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