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퇴출대상 ‘부정경마’



부정경마는 우리 경마가 뿌리뽑아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공감되면서도 항상 우리 주변을 악령처럼 떠돌며 되살아나곤 한다. 그러나 ‘부정경마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척결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근절시킬 수 있다는 것이 20년 넘게 경마일선에 종사하며 피부로 느껴온 필자의 생각이다. 부정경마의 유형을 쉽게 정리한 필자의 글을 통해 경마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확하게 부정경마의 실체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글을 연재한다.


금년들어서 경마와 관련해서는 조용히 넘어 갈 것 같은 예감이 완전히 빗나갔다. 올해 초 새 정부의 개혁의지에 걸맞게 경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정신을 차렸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완전히 물거품이 되었다. 1년에 한건 있을까 말까 하는 사전약물검사에서 양성이 두번째 발견되었고, 기수가 기승전에 미리 고객과 약속한 신호에 따라 말의 정보를 알려준 것이 들통이 나서 고객 몇 사람과 기수가 구속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마에서 부정이라는 종류는 모두 나왔던 한 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경주마의 약물투여는 경주 10일이전부터 경주 직전까지 이루어지지만 기수가 고객과 짜고 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결고리가 있어야 하기에 금년 들어 발생했다고 하기보다는 금년에 알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조교사 두 사람이 자살을 하고 많은 조교사와 기수들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을 때, 일부 신문에서는 기수의 95%가 고객과 부정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해 가을에 많은 경마 관련단체들이 부정경마 추방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는데, 그 시점에 또다시 일부 기수가 부정적인 모의를 하다가 들통이 나기도 하였다.

부정경마가 저질러 지는 방법

경마는 돈이 걸린 경기이므로 부정한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정한 돈을 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경기를 시행하는 시행체나 관련자들은 모두가 이 부정경마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경마에서 부정이 저질러지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말의 능력을 가감할 수 있는 약품이나 약제 혹은 물품을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수가 말의 능력을 조절토록 하는 것이다. 또, 우리들이 흔히 부정경마라고 하면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레이스 자체를 조작하려는 것이다. 즉 말이 가진 원래의 능력대로 혹은 기수가 가진 원래의 기술대로 기승하는 것이 아니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말의 능력을 은폐하거나 향상시키든지, 의도적으로 기승기술을 은폐하거나 타기수를 방해해서 타기수가 기승기술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는 경주마에 약물을 투여하거나, 의도적인 부담중량의 증감 혹은 타마를 방해하거나, 경주중 기수의 이상한 행동으로 말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하거나, 각종 장구를 교묘히 이용하여 말의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방법들이 사용될 것이다.


둘째로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이 들어온 ‘정보경마’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수는 공정하게 경마를 진행하면서 자기가 아는 말의 능력이나 자기가 아는 레이스 전 행동에 대해서 혹은 자기의 작전 등을 아는 사람에게 알려서 베팅하는데 참고토록 하는 것이다. 엄격히 이야기해서 승부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니까 부정경마와는 유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것도 부정경마라고 하는 것은 기수가 단순히 말의 능력이나 컨디션을 알려준 것이 아니라 재결위원이 모르게 어떤 행위를 함께 했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올해 검찰에 구속된 사건도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사실 우리 경마에서 기수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예는 많다. 재결위원의 제재결과를 보면 상당히 많은 기수가 무성의 기승이나 기승법부적절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기승정지를 당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말의 능력을 의도적으로 은폐시켰다는 간접적인 자료이기도 하다.


세째는 공정하지 못한 경마를 한 것이다. 의도적이 아니더라도 타마를 방해한다든가, 사행으로 남을 방해하거나 혹은 사행으로 자기말의 능력에 손상을 가져 오는 경우 등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부정경마라고는 부르지 않는데, 정확한 것은 기수만이 알 것이다. 경마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부정경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끄집어 내려고 하지 않는다. 웬지 말하면 덮어두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하도 오랫동안 부정경마소리가 나오니까 이제는 창피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조교와 경주시 마체의 생리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약물투여와 기수가 말의 능력을 조종하는 것과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들, 즉 ‘정보경마’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부정경마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외국에서 배워 온 것이다. 경마 선진국이라는 영국, 미국, 호주 등지에서도 항상 말썽은 일어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만 ‘부정경마’가 있는 것이라고 창피하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이다.
한가지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이 글이 지상을 통해 발표된다면 일부 경마관련자들이 불만스럽게 생각할지 모른다. 나도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고객들 사이에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과거 내가 현직시절에 생각했던 그 이상의 생각을 고객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우리 경마계에서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해왔지만 오히려 나보다도 더 많은 지식과 새로운 사건들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경마에서는 쉬쉬할 것이 없다. 쉬쉬한다면 고객이나 관련자들의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이시영/경마평론가
2006/01/03 03:14 2006/01/0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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