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같은 교민촌 LA에 첫발
다시 보는 숭산 스님 전법 이야기 4
- 히피사상 물든 美 젊은이들 목격 -
그 로드아이랜드 주립대학의 교수는 김정선이라는 사람이었다.
“제가 불교를 오해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김교수는 대학 교수답게 차근차근 질문해 왔다. 행원스님은 그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다 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으므로 간략히 말했다.
“불교 그 자체는 오해할 것도 없고 이해할 것도 없지요. 불교는 그저 불교일 뿐입니다. 다만 김교수께서는 한국불교를 모르고 일본불교만 공부했다고 하니 그것이 오해의 소지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김교수는 매우 진지했다. 스님은 말을 이었다.
“일본불교는 한국에서 전해져 간 것입니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변화된 불교의 수행과 신행의 모습들을 자세히 알 필요가 있지요. 더구나 그런 역사적 흐름 속에서 자생되기도 하고 변모되기도 한 사상적인 차이점도 매우 상세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스님께서는 그것을 다 아십니까.”
“어허, 이 양반이 교수님이시라더니… 다 안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불교는 지식의 학문체계로 봐서는 안되는 겁니다. 그렇게 알음알이에 얽매이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 그것 또한 오해의 불씨입니다.”
비행기가 기류를 타고 흔들리고 있었다. 스님은 이 교수에게 어디서 어디까지를 얘기해야 할 것인지 잠시 생각을 했다.
“이봐요 김교수. 이 책을 보시오. 나는 선승(禪僧)이고 이것은 <선학강좌>라는 책인데 내가 써본 것이오.”
그는 책을 받아 들더니 더욱 진지한 눈빛이 됐다. 그리고 첫장부터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그 책에 불교의 전통이 쭉 서 있을 것이오. 또 그것이 한국불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니 가져다 보시지요.”
“고맙습니다. 가능하면 제가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해 보고 싶군요. 미국 학생들에게 불교를 가르치려면 이런 책이 필요하거든요.”
“불가능할 것이 무엇이 있겠소. 당신은 교수이니 잘 해 낼 것이요…”비행기가 내릴 때까지 그 교수는 책을 덮지 않고 있었다. 그는 짐을 챙기며 자기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 주더니 “꼭 다시 뵙고 싶다”고 말했다.
“인연이 있을 것이오.”
로스엔젤레스.
1972년의 LA는 황량했다. 미국내의 사정도 황량했지만 교민들의 삶도 황무지와 같았다. 그 황량한 도시에 첫발을 디딘 한국 승려를 맞이한 사람은 선덕화보살이었다. 그녀는 일본 교또의 김은자 보살 동생이었는데 착하고 불심이 강했다.
“스님, 긴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스님이 오시니까 괜히 저희들이 든든해지는 것 같아요.”
선덕화 보살이 자기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했던 그 ‘든든해지는 것 같다’는 말이 행원스님에게는 하나의 짐이 되고 있었다. 일본에서 그랬듯이 이곳의 많은 교민들도 스님을 의지해 불교를 믿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행원스님이 미국에 처음 도착한 72년에는 미국 젊은이들의 마음에 큰 바람이 불고 있는 때였다. ‘미국 젊은이들의 생각은 어떤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스님의 LA행 비행기에서의 마음이었다.
때문에 스님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그 관심은 곧 당시의 ‘큰 바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큰 바람’이란 다름 아닌 반전운동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감이었다. 65년부터 시작된 월남전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70년을 넘기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겉으로는 평화를 내세우며 전장에 무기를 팔고 군대를 투입시키는 기성세대를 불신했다. 뿐만아니라 기성세대의 정치와 문화와 교육과 종교, 예술들을 모조리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부정적 시각은 ‘대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사상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그것이 바로 히피사상이었다.
대자연은 옳고 그름에 대해서도 높고 낮음에 대해서도 좋고 나쁨에 대해서도 구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젊은이들의 가슴에 파도치고 있었다. 그 뜨거운 파도는 순수했다. 그 순수를 표현하는 히피사상은 급속도로 미국을 뒤덮고 있었다. 히피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매우 영리한 신의 이름이다. 그 신은 대자연과 인간 사회를 바르게 연관시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히피사상가들의 논리였다.
다시 보는 숭산 스님 전법 이야기 4
- 히피사상 물든 美 젊은이들 목격 -
그 로드아이랜드 주립대학의 교수는 김정선이라는 사람이었다.
“제가 불교를 오해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김교수는 대학 교수답게 차근차근 질문해 왔다. 행원스님은 그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다 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으므로 간략히 말했다.
“불교 그 자체는 오해할 것도 없고 이해할 것도 없지요. 불교는 그저 불교일 뿐입니다. 다만 김교수께서는 한국불교를 모르고 일본불교만 공부했다고 하니 그것이 오해의 소지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김교수는 매우 진지했다. 스님은 말을 이었다.
“일본불교는 한국에서 전해져 간 것입니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변화된 불교의 수행과 신행의 모습들을 자세히 알 필요가 있지요. 더구나 그런 역사적 흐름 속에서 자생되기도 하고 변모되기도 한 사상적인 차이점도 매우 상세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스님께서는 그것을 다 아십니까.”
“어허, 이 양반이 교수님이시라더니… 다 안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불교는 지식의 학문체계로 봐서는 안되는 겁니다. 그렇게 알음알이에 얽매이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 그것 또한 오해의 불씨입니다.”
비행기가 기류를 타고 흔들리고 있었다. 스님은 이 교수에게 어디서 어디까지를 얘기해야 할 것인지 잠시 생각을 했다.
“이봐요 김교수. 이 책을 보시오. 나는 선승(禪僧)이고 이것은 <선학강좌>라는 책인데 내가 써본 것이오.”
그는 책을 받아 들더니 더욱 진지한 눈빛이 됐다. 그리고 첫장부터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그 책에 불교의 전통이 쭉 서 있을 것이오. 또 그것이 한국불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니 가져다 보시지요.”
“고맙습니다. 가능하면 제가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해 보고 싶군요. 미국 학생들에게 불교를 가르치려면 이런 책이 필요하거든요.”
“불가능할 것이 무엇이 있겠소. 당신은 교수이니 잘 해 낼 것이요…”비행기가 내릴 때까지 그 교수는 책을 덮지 않고 있었다. 그는 짐을 챙기며 자기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 주더니 “꼭 다시 뵙고 싶다”고 말했다.
“인연이 있을 것이오.”
로스엔젤레스.
1972년의 LA는 황량했다. 미국내의 사정도 황량했지만 교민들의 삶도 황무지와 같았다. 그 황량한 도시에 첫발을 디딘 한국 승려를 맞이한 사람은 선덕화보살이었다. 그녀는 일본 교또의 김은자 보살 동생이었는데 착하고 불심이 강했다.
“스님, 긴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스님이 오시니까 괜히 저희들이 든든해지는 것 같아요.”
선덕화 보살이 자기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했던 그 ‘든든해지는 것 같다’는 말이 행원스님에게는 하나의 짐이 되고 있었다. 일본에서 그랬듯이 이곳의 많은 교민들도 스님을 의지해 불교를 믿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행원스님이 미국에 처음 도착한 72년에는 미국 젊은이들의 마음에 큰 바람이 불고 있는 때였다. ‘미국 젊은이들의 생각은 어떤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스님의 LA행 비행기에서의 마음이었다.
때문에 스님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그 관심은 곧 당시의 ‘큰 바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큰 바람’이란 다름 아닌 반전운동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감이었다. 65년부터 시작된 월남전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70년을 넘기며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겉으로는 평화를 내세우며 전장에 무기를 팔고 군대를 투입시키는 기성세대를 불신했다. 뿐만아니라 기성세대의 정치와 문화와 교육과 종교, 예술들을 모조리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부정적 시각은 ‘대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사상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그것이 바로 히피사상이었다.
대자연은 옳고 그름에 대해서도 높고 낮음에 대해서도 좋고 나쁨에 대해서도 구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젊은이들의 가슴에 파도치고 있었다. 그 뜨거운 파도는 순수했다. 그 순수를 표현하는 히피사상은 급속도로 미국을 뒤덮고 있었다. 히피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매우 영리한 신의 이름이다. 그 신은 대자연과 인간 사회를 바르게 연관시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히피사상가들의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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