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 경주마
Secretariat




동전 던지기
시크릿테리엇(Secretariat)이 태어나기 전 해인 1969년 가을 벨몬트파크의 뉴욕 경마협회장 Alfred.G.Vanderbilt의 사무실에 몇 사람이 모여 동전던지기 내기를 하고 있었다. 경마계에서 동전던지기 일화라면 우선 Derby경주의 명칭을 정한 내기가 떠오르지만, 이곳의 게임도 어쩌면 경마계의 작은 지각변동을 이루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 - 버지니아주 메도목장의 Mrs. Helen ‘Penny’ Tweed(목장 창설주 Chenery의 딸이자 나중의 Secretariat의 생산자 겸 마주), Ogden Phipps(Bold Ruler의 마주), 그리고 당대 최고의 목장 클레이본의 Arthur Boyd ‘Bull’ Hancock Jr(생김새와 목소리가 워낙 거인스러워서 애칭으로 Bull Hancock으로 불림), 마지막으로 사무실 주인 반드빌트(Native Dancer의 생산자 겸 마주) -의 동전던지기는 메도목장이 소유하고 있는 씨암말 2두(Somethingroyal, Hasty Matelda)와 Ogden Phipps 소유의 Bold Ruler 사이에서 태어난 망아지에 대한 ‘Foal Share’(씨수말과 씨암말에 각각 투자하여 태어난 망아지를 나누어 가지는 제도) 계약을 이행하기 위함이었다. 그해 봄 Something royal은 암망아지를, Hasty Matelda는 수망아지를 생산했다. 지금은 Something royal의 경우 Bold Ruler의 자식 수태가 확인되었으나 Hasty Matelda는 불임으로 판정되었다.

Penny와 Phipps가 내기를 해서 이긴 사람이 Something royal의 암망아지만 갖고, 진 사람은 나머지 2두를 갖게 될 상황이었다. 반드빌트가 동전을 던지고 Bull Hancock이 심판관이었다. 연장자인 Phipps가 동전의 뒷면을 선택했고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보고 행콕이 “뒷면이다”고 판정했다. Penny가 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하느님 고맙습니다”하고 기도했다. 내년 봄에 태어날 망아지가 Secretariat였고, 더불어 최고 마주의 지위도 예약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Nasrullah와 Prince quillo의 Nicks
이 닉스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메도목장과 클레이본목장의 관계를 이해해 보기로 하자. 양 목장의 창업주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으며, 그 관계는 후세에도 계속 이어졌다. 메도목장의 창업주가 은퇴한 후 그의 자식들 중 큰아들과 큰딸은 이미 금융업계에서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목장 후계자의 유산을 거절했고, 어린 막내딸 Penny가 목장을 떠안았다. 그리고 행콕의 후세들은 Penny의 혈통공부와 경주마 비즈니스의 가정교사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Penny의 손에는 항상 혈통서적이 들려 있었으며,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Seth Hancock에게 물었다. Lucien Laurin 조교사의 아들 Roger도 가정교사를 자임했다 (Roger는 후일 은퇴 예정인 60세의 아버지 루신 조교사를 설득하여 Secretariat의 조교사로 복귀시킨다).

사진 속 Penny의 모습에서 사람을 끄는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여인에게 당대 최고의 고수들이 모여든 것은 Secretariat라는 걸출한 스타를 만들어 내라는 ‘신의 명령’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클레이본목장은 유럽에서 Nasrullah와 Prince quillo를 수입해 위닉스의 기초를 마련했고, Penny는 가정교사들의 가르침을 받아 그 닉스를 완성시켰다. 물론 Secretariat가 태어나기 1년 전에 Riverman, 2년 전에 Mill Reef라는 챔피언이 태어났지만 이 이론이 일반화되기 전이었다.

Bold Ruler와 Something royal
많은 사람들은 Bold Ruler의 단거리 스피드와 Something royal의 지구력 결합을 위닉스의 성공 요인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다. 물론 Prince quillo계통은 분명히 지구력의 화신이다. 그러나 Bold Ruler는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가 4세 때 챔피언 스프린터이기는 했지만 중거리 소화능력도 충분히 있었다. 혈통표에서 보는 것처럼 나스눌라의 스피드에 모마의 부마인 Discovery의 장거리 능력도 충분히 물려받았다.

Dosage Profile도 26-8-8-11-1(D.1:2.38)이어서 2,000m 거리도 소화할 수 있다. 그의 경주 성적표에도 이 사실이 잘 나타난다. 3세 때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1,900m)를 거머쥐었으며 2,000m경주에 4번 출주하여 3번 우승했고, 1,800m 코스 기록을 2번이나 수립했다. 만일 스피드와 지구력 결합 하나만을 성공의 비결로 지적한다면, 필자가 Northern Dancer의 글에서 소개한 Type To Type이론 중 거리적성이 비슷한 것끼리 짝지우라는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물론 경주마의 혈통이론이라는 것이 지구상의 과학 중 정확성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라는 점도 있긴 하지만…. 그러면 Penny가 선생님들로부터 터득한 성공의 열쇠는 무엇인가?

Bold Ruler는 만성 관절염 환자였다. 자식들 중 다리가 허약한 망아지가 한 둘이 아니였으며 씨수말로서 활동이 왕성한 시기인 17세 때 암으로 사망했다. 한마디로 ‘건장함’의 결여가 그의 약점이었다. Penny는 Prince quillo를 이용해 이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경주마 생산업계에서 건장함의 대명사는 당연히 Prince quillo의 몫이라는 데 이견이 없음)





Secretariat의 탄생
혈통표 중 부마 Bold Ruler는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생략하고 모계쪽을 살펴보기로 한다. 창업자 Christopher Chenery는 1947년에 모마의 모마인 Imperatricer라는 스테이크스 승리마를 당시 3만달러의 거금을 투자하여 구입한다. 그 말은 생애 4두의 스테이크스 승리마를 생산했으며, 1952년에 태어난 Something royal은 단 1회 출주 후 번식마로 전용된다. 지식이 부족한 생산자들이라면 경주성적으로 봐서 분명히 이 씨암말을 지나칠 것이다. 그러나 모마의 우성 유전력과 Prince quillo의 결합으로 이미 최고의 씨암말로 대접받았으며(1959년에 챔피언 Sir Gaylord 생산 등) 1965년부터 리딩사이어 Bold Ruler에게 시집보내졌다. Ogden Phipps도 이 사실을 알고 ‘Foal Share’를 제의한 것이다.

1970년 3월 30일 0시20분 메도목장 분만 마방에서 Something royal과 Bold Ruler의 3번째 망아지가 태어났다. 그 망아지는 분만 20분 만에 스스로 일어나 걷기 시작했으며, 45분 만에 어미젖을 빨기 시작했다. 크고 강하고 잘생겼다. 목장일기 한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다.

“1970. 7. 28. 세 다리가 희고 잘생긴 수망아지. 뒷다리가 잘 뻗어 있으며 훌륭한 어깨와 완벽한 후구, 누구나 보기만 하면 매료될 것이다.”

20세기 최우수 경주말을 선정할 당시 Man O’War와 Seretariat 사이에 상당한 경합이 있었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아 전문위원이 선정한 말을 Man O’War, 경마고객이 선정한 최고는 Secretariat로 나뉘었다.

여기에는 마격의 우수성도 포함되었을지 모른다. 그는 일찌감치 챔피언감으로 지목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Secretariat의 마체 형태를 교본으로 삼거나 “지구상에 존재한 서러브레드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마체였다”고 평가한다.

세 다리가 흰 것과 관련하여 생산자들 사이에 옛날 속담이 다시 회자되었다. “흰 다리가 하나면 그냥 크는 대로 버려두고, 둘이면 아내에게 선물하고, 셋이면 아들에게 물려주고, 넷이면 빨리 팔아 버려라. 네 다리와 코에 흰 선이 있으면 머리를 쳐 까마귀 밥이 되게 하고…. 제일 좋은 것은 당연히 Secretariat처럼 세 다리와 코에 흰 줄이 있는 것이다.”

- 다음호에 계속 -


글 / 김종식 푸른목장
2006/01/04 01:33 2006/01/0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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