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9

2011/06/29 23:58 / My Life/Diary
  사람들이 쉼 없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용케 자리 잡았나 싶어 대견하더니 제 목숨을 굳건히 지키고 마침내 꽃봉오리를 내밀 때가 되었나 보다. 또 그렇게 꽃을 피우고, 마침내 모든 것을 털어버린 채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살아나기 위해 모든 것을 이겨낸 다음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살아가는 것에 열중한다. 자연의 섭리는 원래 그렇게 되어 있다.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노력하지 않는 식물은 하나도 없다. 노력하지 않는 식물은 생존을 쟁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이나 ‘열심히 산다’는 말을 자신과는 거리가 먼 특별한 일처럼 생각해버리곤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만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기 위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으로 일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섭리다.

  ㅡ 이나모리 가즈오,『왜 일하는가』, pp.108~109

  살아나기 위해 모든 것을 이겨낸 다음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2011/06/29 23:58 2011/06/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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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7

2011/06/27 07:49 / My Life/Diary
  빗속의 긍정.
  비가 좋다, 빗소리도, 물방울도. 비와 관련해서는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지만,
  비가 좋다.

  너무 즉흥적으로 살아온 건 아닐까. 곰곰이 돌이켜보니, 모든 게 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탓할 권리가 내게는 없다. 스스로의 착각, 스스로의 선택, 일말의 자존심.

  어제 쓴 글 몇 단락을 지우면서, 나는 여전히 어리디 어린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느꼈다. 모든 게 이 나약함에서 생긴 과오다. 그저 내가 문제였다. 내게 던져지는 모든 질문들에, 다만 비굴하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빗속의 긍정.

  좋건 나쁘건, 자신의 본모습을 직시한다는 건 어쨌든 긍정적인 일 아닌가.

  비가 온다.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011/06/27 07:49 2011/06/2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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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6

2011/06/26 13:52 / My Life/Diary
  태풍이 몰아치는 날엔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샤워를 하는 게 좋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이면 영화『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생각난다. 재밌는 건, 비가 참 많이 내리던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못봤다는 사실.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이야기가 절정에 달하는 그 시점에, 내내 참고 있던 내 대장 운동도 절정에 달해 화장실을 가야 했고, 돌아왔을 때 이미 영화는 잔잔한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다른 어떤 것보다 비와 태풍, 아쉬움의 느낌만이 강하게 남아있는 영화다.

  나중에 영화를 꼭 다시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6~7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다시 보질 못했다. 사실 그 기간은,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것 같은, 내가 살아 있지 않은 채로 이 세상이 꾸역꾸역 시간의 흐름을 견뎌내다, 어느 순간 내가 다시 살아나 지나온 시간을 회상했을 때, 그 무엇도 바로 떠오르지 않는 그런 어리둥절한 느낌만 남아있는 곳이다.

  밤새 덜컹거리는 창문, 끝을 저민 호스의 틈에서 뿌려지듯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

  흠뻑 젖은 마음을 잘 걷어 놓고, 일 속에 빠져 살아야 한다. 그 어떤 관계도 지속할 믿음이 없다. 메아리가 올라온다.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샤워를 해야 겠다. 붕붕이를 좀 안아주고, 혹은 붕붕이에게 안긴 다음.

  창문이 계속해서 덜컹거린다. 현실이다.
2011/06/26 13:52 2011/06/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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