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9

2007/11/29 02:33 / My Life/Diary

선거철이다. 아침ㆍ저녁으로 인사를 받으면서, 5년간의 실정과, 비리 후보를 지나 노동자 후보를 만나니, 만원 짜리 지갑을 팔고 있다. 이명박은 나라의 어른인 대통령 후보에 요구되던 도덕 기준을 단칼에 끌어 내린 공이 있고, 정동영은 그 느글느글함 자체가 공이고, 권영길은 니체가 말한 "권력에의 의지"를 몸소 보여주는 공이 있으니. 이번 대선은 허경영으로 가야겠다. 첫째, 근면하다.(4번째 대선 출마) 둘째, 정치인 답지 않게 진실한 구라를 보여준다. 셋째, 세상이 너무 심심하다.

헛된 버릇이 또 도졌다. 논쟁, 이건 아마 내 생존본능과 연결돼 있는 것 같다. 언제나 곤두서 있는 이 촉수는 조그만 자극에도 반응한다. 눈에는 눈을 찢어 놓고, 이에는 이를 부숴버리는. 그러나 논쟁은 말하자면, 허무를 향해 모든 정력을 쏟는 일이다.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그런 오기가 한 발 내딛게 만든다. 예수처럼 왼쪽 뺨을 내줄 생각도 없고, 달라이 라마처럼 허리를 굽힐 생각도 없다. 그래서 항상 문제였다. 끝장날 때 까지, 승리를 거두고 생존을 지속하는 -- 우습지 않은가. 나는 이런 내가 우습다. 말려 들어가지 말자. 내 독설은 한마디면 넘친다. 본능의 충족은 허무한 자기만족일 따름이다.

왜 무력감은 꿈에서만 나타나는가. 몇년 전에는 두 팔에 힘이 빠지는 꿈을 꾸곤 했다. 어제는 두 다리에 힘이 빠지는 꿈을 꾸었다. 동일한 무력감. 그 원천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왜 팔에서 발로 전이되었는지. 나를 흔드는 무엇이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셋째, 세상이 너무 심심하다. 술을 먹지 않고 잔 탓일까. 오늘은 맥주 한 캔을 마셨다. 닭튀김과 함께, 나는 닭띠 이므로 -- 이것은 고대로부터 행해진 유사주술이다.

" 밤마다 겪는 불길한 모험인 수면에 관해, 대담하게도 사람들은 매일 잠든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우리가 그것이 위험에 대한 무지의 결과라는 것을 모른다고 가정한다면, 결코 이해하기 어려울 대담성 말이다. " - 보들레르

가끔 세상이 낯설다. 뉴스를 볼 때면 더욱 낯설다. 내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었던가. 갑자기 다른 세상에서 워프한 듯한 낯설음이다. 놀이터에서 정사하는 고등학생, 전국 42개 대학학생회장 이명박 지지 선언. 나도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는 배터진 돼지를 열망한다. 곯아 죽는 것보다는 배터져 죽는 게 나은 세상이다. 전국 42개... 를 주도한 원희룡 의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명함을 공손히 건네는 모습이 사진처럼 박혀있다. 그뿐이다.

환상. 환상문학. 환타지. 무협지. 그러나 우리가 지구인이라는 사실이 나에겐 이미 너무나 환상적이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서서히 자리를 맞바꾸는 해와 달은 너무나.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인간 사이의 대화란 너무 가식적이다. 마치 이미 합의된 내용을 주고 받는 기계가 된듯. 세상엔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 무엇도 스스로를 나타낼 수 없다. 방금 쓴, 세상엔 말이 너무 많다... 그리고, 하지만 그 무엇도 스스로를 나타낼 수 없다... 역시 이미 알고리즘화 된 것이 아닐까. 제4자 입장에서는, 세상엔 말이 너무 많다. 나는 오늘 치킨을 먹었다. 를 쓰지 못할 이유와, 이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우리는 어쩌면 정말 너무나 단순한 인풋 펑션 아웃풋의 하등 동물일런지도 모른다.

나는 글쟁이들이 싫다. 책 몇 권 읽고 알만한 내용들 -- 그러니까, 모든 글쟁이들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내용들 -- 을 대단한 뭐라도 되는 양 까부는 애들이 싫다. 인문학의 위기는 너무 까분 데서 온 것은 아닐까. 왜 이렇게 얘기 하지 못할까. 할 줄 아는 게 책 읽는 거 외엔 없었다고, 몸이 약해서 집구석에서 책 읽는 게 낙이었다고, 먹고 살 걱정 없이 책만 읽으면 됐다고. 그것으로 남을 훈계할 때, 나는 우습다. 그 건방의 극치를 볼 때마다.

물론, 속으로 웃는다.

2007/11/29 02:33 2007/11/29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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