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6

2006/10/16 18:46 / My Life/Diary
무엇이 사람을 천박하게 만드는가. 혹은, 무엇이 사람을 존귀하게 만드는가. 사람은 스스로 천박해지고 스스로 존귀해지나? 스스로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스스로 천박해지나, 대중이 저 사람이 천박하다고 하면 천박해지나? 스스로 존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중이 저 사람이 천박하다고 하면 스스로 천박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천박해지나? ... 이 역시 스스로 천박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천박해지는 것이니, 스스로 천박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천박해진다. 그렇다면, 내가 저 사람은 천박하다고 하면 과연 그 사람은 천박한가 천박하지 않은가? 동의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저 사람은 천박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선 저 사람은 천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천박하기도 하고 존귀하기도 하다. 즉, 천박하지도 존귀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를 뭐라고 하던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난 누굴 욕할 필요도 누구의 욕을 먹고 성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누굴 욕하고 싶고 누구의 욕을 먹고 성을 내게 되는가? ...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천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내가 있다고 치자. 나는 어느 순간 불현듯, 천박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무슨 근거로 천박함을 느끼는 것일까? 내가 애초에 태어난 후 무인도에서 홀로 어떻게든 살아갔다면, 그 어떤 기본적 소양 교육도 받지 않고, 천박이란 단어 조차 모른다면 나는 천박함을 전연 느낄 수 없다. 결국 본래 천박함이란 사회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고 교육되어 머리 속에 박힐 뿐이다.

그런데 왜 나는, 사람들이 천박하게 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까. 왜 당당하게 직접적으로 굴지 못할까. 왜 남을 욕하면서 자위할까?

나는 왜, 당당하게 직접적으로 굴지 못하고 남을 욕하면서 자위하는 모습에 화가 나야 하는가? 불쌍하게 생각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가? 내 머리 속에 기입력된 어떤 사회적 규범체계가 화를 돋구고 있을 것이다.

실상, 나는 너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무의식적으로 조작당한 것과 다름 없다. 그것이 누구에 의해서건, 혹은 어떤 패러다임이나 역사적으로 확립된 규범에 의해서건.

2006/10/16 18:46 2006/10/1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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