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말을 길들였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인간이 말보다 힘이 세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들보다 현명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으니 길들였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슨 복으로 이 크고 멋진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말이 인간을 그들 무리의 한 일원으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 한번은 중요한 경주를 앞둔 자신의 경주마와 대화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말은 우승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그저 그런 경주마였는데, 최근에 갑자기 우승을 하기 시작했다며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상담을 시작하자 말은 얼마 전 경주를 마치자마자 기수와 함께 산책 나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산책길에서 둘은 함께 달렸던 경주마 중의 하나가 심장마비로 죽어 마구간 밖으로 끌려 나오는 걸 보게 되었다고 한다. 놀란 말은 걸음을 멈췄고 기수가 말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 너도 좀 더 빨리 뛰지 않으면 저렇게 죽게 될 거야! " 기수는 장난을 친 것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이해한 말은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두려움에 경주 때마다 죽어라 뛰었던 것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기수는 놀라서 거의 숨이 멎을 뻔했다. " 이 녀석이 정말 그렇게 말해요? 세상에...... 내 말을 알아들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로 그렇게 말했단 말이에요? 시기적으로 따져보면, 음...... 이 녀석이 우승을 하기 시작한 게 그러니까...... 정말 제가 그 말을 한 시기랑...... 딱 맞네요, 세상에 ! " 리디아 히비 (김보경譯), 『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 2006, pp.120~128 |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Trackback RSS : http://www.fallight.com/rss/trackback/1644
Trackback ATOM : http://www.fallight.com/atom/trackback/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