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시장 反기업 정책… 현 경제상황은 위기”



정부가 경제 운영에서 손을 뗐거나 아니면 그냥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시중을 떠돌고 있다. ‘연정(聯政)놀음에 경제 썩는 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연초에 노무현 대통령이 다짐한 ‘경제 올인’ 약속은 이제 그 여운조차 들어보기 어렵다. 연정에만 매달리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노 대통령 스스로 종합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주가 1000포인트는 이미 10년 전부터 되풀이해온 등락의 한 단면이다. 실물경제를 반영한다고 믿기 이른 증시이며, 그나마 현 정부의 공적도 아니다.

정부가 가장 시급한 국정현안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자면 8월 들기 무섭게 줄을 잇는 불안한 경제지표에 위기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1일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2004년 세입·세출 결산 보고서’는 현 정부들어 경제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수출은 전년대비 31% 증가한 데 반해 민간소비는 1.1% 감소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간의 소득배율은 2003년 5.22에서 2004년 5.41로 확대됐다. 고용의 질도 악화해 비정규직화 진행이 가파르다. 설비투자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인 9.2% 수준으로, 성장잠재력의 위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같은날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설비투자 동향 보고서’ 역시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이 80~90년대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투자부진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집행된 투자조차 대부분 기존 설비의 개·보수에 머무른 채 신규투자는 25.7%에 불과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8월중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1.7에 그쳐 지난달의 96.5보다 더 떨어졌다. 소비심리 위축과 노사관계 불안 등이 겹치면서 기업 체감경기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적신호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재계를 향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수익모델을 찾으라고 다그치면서 기업책임론을 펴고 있다. 과연 그런가. 지금 경제전문가의 85%는 “현 경제상황은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그 원인을 반시장, 반기업 정책기조에서 찾고 있다. 문화일보와 한국신용정보가 지난달 하순 실시한 경제전문가 100인 설문조사의 결과다. 현 정부가 이들이 제시하는 경제 해법을 익히 알면서도 시장과 기업을 못 미더워하는 한 경제난국의 수습 길은 멀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정부는 반시장, 반기업 정책 기조를 교정해야 한다.




기사 게재 일자 2005/08/02
2005/08/02 20:29 2005/08/0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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