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들어 한국 가요 음반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대중들은 팝보다 가요를 선호했다. 서태지와 김건모에게 열광한 대중은 밀리언 셀러(판매량 100만 장 이상) 음반을 만들어냈다. 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도 음반시장을 완전히 위축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사람이 이야기한다. 음악산업은 망했다고.

2000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음반시장의 하락세는 도대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음반시장은 2000년 4104억원을 정점으로 2001년 3733억원, 2002년 2861억원, 2003년 1833억원, 2004년 1338억원까지 3분의 1 규모로 축소됐다.

음반 판매량 현황을 봐도 마찬가지다. 2001년을 끝으로 밀리언 셀러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04년 가장 많이 팔린 서태지 7집의 판매량은 48만 장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동네에서 흔히 보이던 레코드 판매점은 전국에 350여 개밖에 남아 있지 않다. 과연 음악산업계 종사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추락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자.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는 청소년, 미니홈피의 BGM을 위해 음악을 구매하는 젊은이, 근무시간에 컴퓨터를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이렇게 CD와 카세트 중심의 음반시장이 음원(곡) 중심의 디지털 음악시장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소비자도 모르게. 음반시장 종사자들이 준비도 하기 전에.

디지털 음악시장의 규모는 2000년 450억원에서 시작해 2001년 911억원, 2002년 1345억원, 2003년 1850억원, 2004년 2014억원까지 약 다섯 배로 성장했다. 2003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음악시장이 음반시장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디지털 음악시장은 인터넷을 통한 음원 파일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등의 유선 온라인 음악 서비스, 또 휴대전화.PDA 등을 활용한 무선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포함한 것이다.

◆ 음악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초고속인터넷의 발달과 신규 디지털 매체의 등장은 음악의 제작.유통.수용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다. 21세기 음악은 더 이상 음반이라는 물리적 용기에 고정되지 않는다.

대중들도 더 이상 음반이라는 형태로 음악을 소유하는 데 관심을 갖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MP3파일을 다운받고 교환하는 데 익숙하다. 한국 음악시장에서 디지털 음악은 단지 음반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로 자리잡은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음악시장의 침체가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일시적 불황이 아닌 음악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결과라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음악산업의 패러다임은 음반에서 음원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주된 요인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압축기술(Compression).네트워크 기술(Networks)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이다.

이는 여러 가지 변화를 이끌어낸다. 기존 음악산업은 몇몇 대형 음반사가 배급과 유통을 장악한 과점적 구조였다. 따라서 타 산업계에서 음악 산업계로의 진출은 극히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KT.SKT.CJ 등 대기업들이 콘텐트 부문의 투자와 사업 역량의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안석준 문화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팀장
2006/01/29 04:35 2006/01/29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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