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7일 금요일]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엔캐리 트레이드, 그리고 한국경제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7.8.16)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16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빠르게 마무리되기는 어려운 만큼 당분간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전 세계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는 2천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 흘러들어온 규모는 60억달러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영향은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경차관 "엔캐리 청산 위험성 대비해야"' 중에서 (연합뉴스, 2007.8.16)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르게 회수되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혼란이 다시 찾아올수 있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4일 언급한 내용입니다. 참담했던 IMF사태까지 이야기한 것은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일테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위기감'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위험... 우리 주식시장이 이 두 단어 때문에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16일에는 주가가 125포인트가 급락하며 1700선이 무너졌습니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금융용어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엔캐리 트레이드라는 단어가 자주 들려옵니다. 간단히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말합니다. 쉽게말해 신용도가 낮은 개인들에게 우량 담보대출보다는 높은 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집값이 상승하고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안됐지만, 미국이 2004년 6월 이후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데다 주택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는 경로를 정리해보면... 서브프라임 대출자가 연체를 하면서 모기지업체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어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과 관련된 투자은행과 펀드가 손실을 입습니다. 요즘은 첨단 금융공학에 의해 복잡하고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만들어지고 팔리고 있어서 이런 대출연체가 해당 대출업체 뿐만 아니라 전세계 금융기관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세상입니다. 예전 같으면 해당 대출업체의 부실문제로 끝났을 일이, 이제는 미국을 넘어서 전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겁니다.

한편 자신이 투자한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이 투자은행과 펀드에 환매를 요청하면, 투자은행과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투자했던 주식 등의 자산을 매각합니다. 해당 국가의 주가는 하락합니다. 또 우량 담보대출도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신용경색이 나타납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 시중은행에서 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미국, 한국 같은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같은 국제 투기자본이 많이 활용합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일부 국내 중소기업주들이 생산설비 투자용으로 저리의 엔화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에 쓴 경우도 제법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연 0.5%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연 7.25%인 뉴질랜드 국채를 구입했을 경우, 쉽게 6.75%의 금리 차이를 수익으로 거둘 수 있는 셈입니다. 헤지펀드가 저금리의 엔화를 올해 급등했던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했었다면 수익은 더 컸겠지요. 그 결과 고수익을 노린 거액의 엔화 자금이 전세계로 흘러들어갔고, 이 영향으로 최근 수년 동안 전세계적인 주식, 부동산가격 급등이 발생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우려는 이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시에 청산되는 경우입니다. 투자자들이 해외 각국에서 투자자산을 팔고 빌린 엔화를 상환할 때 예상되는 충격입니다.
여전히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가 크기 때문에 '급격히' 청산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헤지펀드의 위기로 이어지고, 헤지펀드들이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엔화자금을 팔고 '안전자산'을 좇아 일본으로 돌아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산은 선진국에 비하면 '위험자산'에 해당되기 때문에 먼저 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나라도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국내외적으로 증시하락, 소비심리 위축,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깁니다.

물론 엔캐리 트레이드로 과도하게 하락했던 원엔 환율이 상승하면 우리의 수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16일 원엔환율과 원달러환율 모두 크게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했습니다. 반대로 세계적인 경기위축이 발생하면 수입수요 자체가 줄어들어 수출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겠지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엔캐리 트레이드... 모두 한국시장에서 외국투자자금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그래서 오늘 주식시장에 충격을 준 외부변수들입니다. 우리경제를 이해하고 전망하기 위해 계속 주목해야할 금융용어, 금융변수들입니다.
2007/08/17 23:56 2007/08/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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