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다

2004/10/16 22:49 / My Life/Diary
요즘 들어 죽음에 다다르는 꿈을 자주 꾼다. 죽음에 다다른다는 표현을 쓴 까닭은 죽으리라 생각되는 바로 직전에 깨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우스운 것은 깨어나서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에 안도해 한 숨을 쉬기 때문이다.

꿈은 다음과 같다.

공익 때 후임병과 만나는데, 그는 버스를 몰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그 버스에 홀로 탔고 그는 나와 무슨 일인가를 하러 갔다. 가는 길에 어느 예배당 안을 지나게 됐는데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이리저리 가다보니 외길이 하나 있었고 우리는 그 길로 들어간다. 뱅뱅 돌아 가다보니 밖으로 통하고 있었으나 역시 길은 하나였는데, 그 길은 낭떠러지 위에 만들어진 외길이었다. 그 길은 하늘을 향해 죽 늘어져있었다. 우리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버스를 몰아 계속 위로 올라갔는데 오르막이 끝나리라 생각되는 지점에서 썩은 나무로 길이 막혀버렸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후진을 했다. 그런데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채 빠르게 뒤로 나아갔다. 내가 당황한 얼굴로 후임병을 쳐다보자 그는 자신만만하다는 표정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갔다. 결국 우리는 완만했던 커브길을 돌지 못하고 낭떠러지 옆으로 튀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나는 차 밖으로 튕겨나갔고, 낭떠러지 옆에 우뚝 솟아있던 절벽 꼭대기에 죽을 힘을 다해 매달린다. 그리고 버스가 저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젠 죽는구나, 이렇게 죽는구나. 죽기 싫다' 하는 생각을 한다. 죽기 싫어 손아귀 힘을 꽉 쥐는 순간 '어짜피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오래버텨봤자 떨어져 죽을 뿐이다. 여기서 떨어져 죽으면 고통조차 없을 듯 하니 지금 뛰어 내릴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 순간 잠에서 꺤다.

나는 컴컴한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살았다는 사실에 한 숨을 내쉬었다.

몇 달 전 꿈에서 나는 역시나 버스를 타다가 추락사고를 맞았다. 당시에는 버스와 함께 추락, 버스 후미가 지면과 수직으로 꽂힌 덕분에 뒷자리에 앉았던 나는 뒷통수가 부서졌다. 엄청난 충격이 실제로 머리를 울리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피가 스스스 빠져나가는 것과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이런게 죽는 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결국 나는 꿈에서는 죽을 지경까지는 갔으나 죽지는 않았던 것이다. (부정의 의미를 내포한 '~는' 을 난 4번이나 사용했다. 이 점에서 난 죽음을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드는 생각에, 만약 내가 꿈에서 죽어버린다면 현실에서도 죽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다. 혹은 나는 죽었으나 이 생이 죽기 바로 직전에 나타난다는, 전생애에 걸친 기억의 파노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는 이 생 자체가 전부 꿈일 뿐 나는 이미 존재치 않는 것인가? 사실 난 내 생 이전을 알지 못하므로 이 것이 내 생인지 내 생이 아닌지 알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것을 나는 알지 못한다.


2004.10.16
2004/10/16 22:49 2004/10/1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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