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디젤 겸용 엔진을 단 경주마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젖산계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은 휘발유요, 유산소계 에너지원인 지방은 경유라고 할 수 있다.
또 출발시 이용되는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는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동물은 운동속도(저속도 또는 고속도)에 따라 각기 다른 경로를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사용하며, 그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의 한계가 각각 다르다. 일반적으로 말이 달릴 때 사용되는 에너지 공급형태는 크게 3종류로 구분된다. 첫째 산소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에너지(유산소계 에너지), 둘째 산소를 쓰지 않고 만들어진 에너지(젖산계 에너지), 셋째 이미 만들어져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등으로 분류된다. 이중 젖산계와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를 합쳐 무산소계 에너지라고 한다.



3종류의 에너지 공급형태



유산소계 에너지라 함은 호흡을 통해 흡입된 산소를 이용하여 생산된 에너지를 말한다.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라는 에너지 공장에서 에너지의 주연료인 포도당을 산소로 태우면 에너지가 생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산소계 에너지는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원활하게 생산된다. 만일 호흡순환기계에 질환이 있다든지 아니면 심폐의 용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산소공급이 불량하여 유산소계 에너지 생산이 감소된다. 조교를 하면 심장이 커지면서 운동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바로 유산소운동 능력이 커진 결과다. 유산소계 에너지는 운동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량도 늘어난다. 그러나 운동속도가 점점 빨라져 일정속도를 넘으면 그 속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유산소계 에너지 공급에 한계가 온다. 왜냐하면 심폐기관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산소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산소계 에너지만으로는 더 빠른 속도를 낼 수가 없을 때 산소의 공급 없이도 긴급하게 추가로 생산되는 에너지가 바로 젖산계 에너지다. 그런데 젖산계 에너지라 부르는 것은 포도당이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정식 에너지 생산공장에서 연소된 것이 아니고 신속한 분해를 통해 긴급하게 에너지를 생산하다 보니 불완전 연소되어 젖산이라고 하는 찌꺼기를 남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할 때 근육에 알이 배겨 통증을 초래하여 무리한 운동을 자제하도록 하는 피로물질이다. 그러므로 젖산계 에너지는 무한정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사력을 다해 달려야 할 경우 짧은 시간(30~40초)에만 생산된다. 이와 달리 유산소계 에너지는 한계속도만 넘지 않으면 장시간 지속적으로 생산된다.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는 이전에 생산되어 예비로 저장되었던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미처 에너지생산공장을 가동할 겨를이 없이 갑자기 신속한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에 긴급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면 서 있던 말이 갑자기 맹수의 공격을 받아 신속하게 도주해야 하는 경우, 미리 저장되어 있던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소량만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10초)내에 고갈된다.



각 에너지별 주연료도 다르다.



산소를 이용하든 이용하지 않든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본연료 즉 영양소가 필요하다. 에너지생산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영양소는 탄수화물과 지방이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즉시 에너지 생산체계에 이용되는 연료이며, 지방은 약간 시간이 걸려 가공을 해야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연료다.그러므로 긴급하게 에너지가 다량 소요되는 빠른 운동, 즉 무산소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탄수화물이 주연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장거리 저속도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가공하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많은 열량을 함유하고 있는 지방이 주연료로 활용된다. 굳이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젖산계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은 휘발유요, 유산소계 에너지원인 지방은 경유라고 할 수 있다. 또 출발시 이용되는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는 자동차의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의 효율적 활동이 경주에 미치는 영향



따라서 경주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생산에 한계가 있는 젖산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며, 유산소계 에너지와 젖산계 에너지의 사용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난다. 다시 말하면 말에게 무리를 주지 않고 효율적으로 경주를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1천8백m의 경주를 할 경우 각 구간별로 동원되는 에너지 생산체계는 다음과 같다. 발주기로부터 출발할 때는 주로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가 이용되다가 점차 젖산계와 유산소계가 동원된다. 크레아틴인산계 에너지는 출발하는 데 집중적으로 이용되어 대략 1백m 이내에서 고갈된다.

1-2코너를 돌 때는 선행싸움을 하기 때문에 젖산계가 동원되며, 그 후 유산소계 에너지 생산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백스트리치에서는 유산소계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해야 젖산계 에너지를 절약할 수가 있다. 만일 이때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면 젖산계 에너지 손실이 크게 되므로 가능한 한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를 달릴 때 유산소계 에너지와 젖산계 에너지를 총동원하여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 만약 4코너를 돌기 전에 유산소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젖산계 에너지를 잘 절약해 놓은 말이라면 직선주로에서 추진력이 살아난다.

평소에 충분한 조교를 통해 심폐기능이 향상된 말이라면 유산소계 에너지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4코너를 돌기 전까지 소요되는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므로 젖산계 에너지를 비교적 많이 절약할 수 있어 결승선 막판 전력질주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경주 중 에너지배분 실패의 예를 살펴보면 선행마들이 무리하게 선행싸움을 하는 경우, 경주 중에 감속과 가속을 반복하며 잦은 속도변화를 준 경우, 코너를 너무 외곽으로 돌면서 속도를 낸 경우, 그리고 맨 후미에서 경주를 전개하다가 급한 김에 4코너를 돌기 전에 무리하게 속도를 증가시킨 경우 등이 있다. 이런 말들은 결국 4코너를 돌아 결승선에서 전력질주도 못해 보고 뒤따르던 말들에게 어이없이 추입을 당하고 만다. 젖산계 에너지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승기수는 경주전개시 4코너를 돌기 전까지는 가능한 한 젖산계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해야 한다. 경주를 관람하는 경마팬도 어느 말의 경주 승패원인을 분석할 때 이런 각 구간별 에너지 배분상황을 고려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재결이나 핸디캡 위원들도 경주분석시 바로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김병선 / 핸디캡 전문위원
2006/01/03 21:44 2006/01/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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