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의 실수는 폴 코너코를 너무 헐 값에 넘겼다는 것과, 부상으로 팔 수술을 받은 후 부활이 확실치 않은 페레즈를 위해 팜을 소비했다는 겁니다. 폴 코너코는 97, 98 연속으로 다저스 최고 유망주로 각광 받던 선수지만 1, 3루수를 맡던 그에게는 캐로스와 벨트레의 존재 때문에 메이저에서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어쩔 수 없는 결과죠.

97년을 끝으로 다저스를 대표하던 공격형 포수 피아자가 팀을 떠난 이후로 98년 팀 최다 타율, OBP, SLG, OPS는 모두 캐로스의 차지였습니다. 득점,타점, 홈런 등은 사람들이 그리도 '빙신' 이라고 생각하는 몬데시가 최다를 기록했구요.그 이전에도 캐로스는 95,96년엔 피아자, 몬데시보다 많은 111 타점으로 수위를 차지했고, 지겨울 정도로 꾸준히 별 부상없이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연고지 출신이자 몇 안 되는 장기체류(?) 선수를 내몰고 코너코에게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주기엔 다저스로서도 부담이 컸겠죠. 3루 역시 벨트레에게 홀딱 반해있었기 때문에 코너코는 DH가 아니면 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아쉽게도 내셔널리그에는 DH제도가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코너코를 데니스 레이에스와 함께 셔와 트레이드 한 건 아쉬운 감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셔가 그 만큼의 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97년 올해의 릴리프며 98년 올스타 출장의 경력이 있고 다저스는 토드 워렐을 보낸 후 마땅한 마무리 투수가 없었으니 토드 워렐 뺨치는 마무리를 구하는데 혈안이 되있었고 결국은 타칭 실수라 불리는 트레이드가 벌어진거죠.

가장 중요한 건 이런 트레이드가 다저스가 FOX사로 인수 된 후 98,99월드시리즈를 위해 팜을 너무 심하게 고갈시킨 데 있죠. 특히 99년엔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고...

그루질라넥의 트레이드 역시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실패한 트레이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테드 릴리와 피터 버제론 역시 마이너에서 뛰어난 유망주였지만 눈 앞의 우승에 갈길 바쁜 다저스가 코너코도 버릴 마당에 그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부여할 생각이 없는 건 당연했죠. 그루질라넥은 96년 몬트리올에서 유격수로 데뷔 2년만에 팀내 최다 타율, 최다 타석, 최다득점(99), 최다 안타(201), 최다 도루(33)를 기록하며 올스타 출전의 굉장한 능력을 보여주죠. 여기서 멈추지 않고 97년 역시 팀내 최다 안타, 2루타, 도루를 기록합니다. 물론 팀이 몬트리올이고 출루율이나 타율면에서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격수로서 짧은 기간에 이 정도의 커리어를 쌓은 선수, 그래서 더욱이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는 별로 없었고 마침 한창 독이 올라있던 다저스의 눈에 포착된거죠.

하지만 우습게도 그루질라넥은 영이 빠진 2루수를 메꿔야 했고 그 결과 유격수로 비즈카이노를 거쳐 코라가 현재까지 활동 중이고 이건 지금까지도 라인업에 엄청난 구멍으로 남아있습니다. 히람 보카치카라는 몬트리얼 탑 10 유망주를 미래의 2루수 자리를 위해 데려왔으나 작년에서야 출장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같이 보내버린 피터 버제론 역시 코너코와 비슷한 경우죠. 외야수인 그를 기용할 자리도 마땅치 않고 당시 외야에서는 토드 홀랜스워스와 로저 세데뇨를 키워보려고 한창이었기에 버제론까지는 좀 무리였죠.

현재의 투수 운용을 보면 테드 릴리 역시 참 아까운 선수죠. 또다른 유망주던 마이크 저드도 포기함으로써 다저스는 팜의 선발 요건을 갖춘 투수들을 너무 쉽게 버렸고 결국 오늘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됐죠.

제 사견이지만 이 선수들은 트레이드 하지 않았다 손 치더라고 결과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루질라넥이나 셔가 아니었더라도 당시 다저스로서는 분명 팜을 소비해서 다른 선수들을 잡았을 테고 어쩌면 더 나쁜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를 일 입니다.


2001.09.23
2001/09/23 17:55 2001/09/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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