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2002/02/14 04:50 / My Life/Diary
《김약국의 딸들》(1993,나남) 을 읽다.


같이 근무하는 P씨의 추천으로 읽었으나 《레테의 연가》(1994,둥지) 를 읽고 이문열에게서 받은 실망감과 (일종의) 분노를 박경리에게서 느꼈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소설이지만 한 달 방영되고 영영 기억에서 잊혀질 시대극(時代劇)의 완성도 이상의 것을 찾을 수 없다. ① 비약적이고 허술한 사건 전개 ② 연유를 찾기 어려운 감정 표현 ③ 시대적 사상에 관한 얕은 이해(p113-115, p192-196) ④ 한·외어(韓·外語)의 비적절한 사용(p216-217) 과 같은 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많은 찬사를 받은 건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친절한 묘사와 대화속에 나타나는 토속어의 광범위한 사용 때문일 것이다. 과거 한국문학계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남발된 사투리가 대화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설에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역적, 토속적 묘사에 대한 높은 평가?)

제목 그대로 김약국의 다섯 딸들에 대한 얘기가 시간의 흐름을 타고 비극적인 종결로 마무리 짓는 이 소설은 지나치게 극적인(≒ 비현실적인) 요소(p297, p372) 와 지루한 결말(p372, p387)로 시대극으로서는 물론이고 비극소설 자체로서의 현실감도 떨어뜨렸다. 단지 봐줄 구석이라고는 소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한돌이와 한실댁의 죽음(p310-312) 부분 뿐이다.


2002.02.14
2002/02/14 04:50 2002/02/14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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