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발표문 중에 논문 내용의 어느 부분에 '인위적 실수' 가 있었다고 한 발언을 들으면서 아리송해졌다. '조작' 이라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리라 내심 짐작을 했지만 그 표현에 있어 참으로 듣는 이를 호도하기에 탁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소 편향적인 시각에서 이 문구를 분석해보자면,


의도적(意圖的) 실수(失手)

의도(意圖) : 무엇을 이루려고 속으로 꾀함, 또는 그 계획.

-적(的) : 한국어에서 접미사 적은 '그런 부분이 많음' '그런 성질을 띔' 이라는 뜻.

실수(失手) : 부주의로 잘못을 저지름, 또는 그 잘못.


1)

거칠게나마 끼워 맞춰보면, " 무언가를 이루려고 다분히 꾀하여 부주의로 저지른 잘못. "

여기서 표현이 아리송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으니, 실수란 단어에 내포된 '부주의'란 의미 때문이었다. 부주의란 단어까지 의미를 파헤쳐서 해석해보면, " 무언가를 이루려고 다분히 꾀하여 주의하지 않고 저지른 잘못. " 이 말인즉슨, 무언가를 이루려고 꾀했는데 주의하지 않은 탓에 드러나고 말았다. -- 결국 조작을 하려고 애썼는데 주의하지 않은 탓에 조작이 탄로나고 말았다….

이 말을 황우석 교수가 당당한 표정에 강한 어조로 말을 하니 아리송할 수 밖에.



2)

위의 글은 의도적 장난이고(!), 실제로 실수란 말에는 의도적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가 없다. 실수는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실수다. 의도적이라는 말에는 능동적인 의미가 깃들어있는데, 실수는 완전히 수동적인 것이다. 조작이라는 사실 자체를 다른 말로 꾸며보려고 장고 끝에 찾아낸 문구인 것 같으나 결론적으로 조작임을 더 확신하게 만들게 됐다….



3)

과연 황우석 교수는 어떤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황우석 교수는 아무 잘못이 없을 수도 있다.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납득 가능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어떤 실수에서 기인한 해프닝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세상의 모든 인식은 극과 극을 오갈 수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사건이 돼 버렸다.
2005/12/19 19:34 2005/12/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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