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23

2011/05/23 00:27 / My Life/Diary
  “절망한 나머지 쾌락 속에 몸을 던진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진정한 절망은 오직 고통이나 무기력으로 인도할 뿐이다.” ㅡ 카뮈,『작가수첩3』

  일주일만 세상이 멈춰버리고, 나는 잠만 잤으면 좋겠다. 아무리 오래 자도 허리가 아프지 않고, 목덜미가 결리지 않고,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았으면. 잠자는 일 외에 무얼해야 할지, 너무 할 게 많아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행복할 때조차 불안하다.
 
  운명이라는 폭력, 유전이라는 운명, 부모라는 저주.

  아쿠타가와의 자전적 소설인「점귀부」첫머리는 이렇다. “나의 어머니는 광인(狂人)이었다. 나는 한번도 내 어머니에게서 어머니다운 다정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 이 소설의 후반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나의 친아버지는 그 다음날 아침에 별다른 고통 없이 죽었다. 죽기 직전에는 머리도 이상해졌던지 (중략) …라고 헛소리를 했다.”

  자격이 없는 자는, 사랑하지 말 것, 아이를 낳지 말 것, 말소리를 줄이고, 절대 화내지 말 것이며, 불행하게 홀로 늙어 죽어버릴 것.

  10년 넘게 간직하면서 종종 꺼내 읽어 보던 편지들을, 3년 전에 모두 찢어서 버린 일이 있다. 유일했던 안락의 증거를 폐기하면서, 스스로를 징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완전히 저열한 인간이 되었다.
 
  모든 걸 물려 받았고, 모든 걸 거부했지만, 모든 게 발현되었다.
 
  운명이라는 폭력, 유전이라는 운명, 부모라는 저주.

  “아무도 일찍 잠들지 못했다 아버지는 꽃 모종하고 싶었지만 꽃밭이 없었다 엄마, 어디에 아버지를 옮겨 심어야 할까요 살아 온 날들 물결 심하게 이는 오늘, 오늘” ㅡ 이성복,「꽃 피는 아버지」부분
2011/05/23 00:27 2011/05/2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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