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9

2010/10/09 06:29 / My Life/Diary
  엄마는 순교자 같이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떠나온 곳에서 시작하는 거야. 이 모든 게 나쁜 꿈이었던 듯이 행동하자꾸나.”
  나쁜 꿈.
  벨자 안에 있는 사람에게, 죽은 아기처럼 텅 비고 멈춰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그 자체가 나쁜 꿈인 것을.
  나쁜 꿈.
  난 모든 걸 기억했다.
  해부용 시신, 도린, 무화과 이야기, 마르코의 다이아몬드, 광장에서 만난 해병, 닥터 고든 병원의 사시 간호사, 깨진 체온계, 두 종류의 콩 요리를 갖다 준 흑인, 인슐린 투약으로 9킬로그램이 늘어버린 체중, 하늘과 바다 사이에 회색 두개골처럼 튀어나온 바위.
  어쩌면 친절한 눈처럼 망각은 그것들을 무감하게 하고 덮어버리리라.
  하지만 그것들은 나의 일부였다. 그것들은 나의 풍경이었다.

ㅡ 실비아 플라스,『벨자』(문예출판사), p.289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요, 두근, 두근. 말할 때마다 퍼지던 이름 모를 샴푸의 꽃내음. 네가 들어주지 않았다면, 난 살아 있는지도 몰랐을 거야. 유난히 햐앟게 보이던 가르마. 라일락꽃. 나쁜 꿈. 사라진 기분. 우울도 절망도 뭣도 아닌, 그저 순수하고 명징한 의미에서, 죽음.
2010/10/09 06:29 2010/10/0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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