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16

2006/03/16 00:16 / My Life/Diary
지난 3일간 몸살을 앓고 나니 온몸이 다시 허무로 가득찬 것을 느낀다. 척추를 지지하던 약간의 열정, 의지, 욕망이 아스피린과 함께 사라져 버린 듯. 나는 다시 굽은 채 오늘의 일기를 적는다.

대학 강의가 과연 나에게 유용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된다.

오늘은 전산 착오로 학교에서 제적 통보서가 날라왔다. 두 번째 받아보는 등록금 미납 제적 통보서, 단순히 실수로 온 편지라기엔 내용이 갖는 의미가 너무나도 크다.

국문과 수업은 정말로 재미없다. 내가 교수를 평가할 입장은 아니 되지만, 적어도 나와는 맞지 않는 교수가 많다는 점. 학생을 바보로 아는 교수가 많다는 점. 정작 우리의 선배인 그들은 당시에 우리보다 더한 바보였음에도! 당당해지자. 모르면 모른다고.

방하착(放下着).

놓아버리질 못하겠다. 기억이 기억이 기억이 둥둥둥 떠다니면서 생각을 가로 막고 심장을 뛰게 한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학교를 그만 두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곰곰이 되짚어 보자. 몸살 기운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하루종일 피곤하고 정신이 없고 무표정하다. 웃는 낯이지만, 나는 사실 웃지 않는다. 단지 선택권이, 웃거나, 웃지 않거나 뿐이기 때문.

나는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인간이 될 지도 모른다. 책임을 전가하기엔 나는 이미 너무 많은 결정을 해버렸다. 가진 것 없이, 자존심도 다 헤어진 채. 변하고 변하다보면 다시 처음이라는.
2006/03/16 00:16 2006/03/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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