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22

2006/01/22 23:23 / My Life/Diary
가끔 감정 조절이 안 될 때가 있다. 나에게 나 자신은 대단히 머리 아픈 존재인데, 내 몹쓸 병 가운데 하나는, 내 그릇이다. 나는 그리 호탕하지 못하고 뒤끝이 많은 사람인지라 모든 대상마다 그 이름이 붙은 감정의 그릇을 하나씩 갖고 있다. '세상에 대한 감정의 그릇', 'xxx에 대한 감정의 그릇', 'ooo에 대한 감정의 그릇' 등 등…. 이 그릇은 몹쓸 것인데, 순전히 내 비위에 거슬릴 때마다 조금씩 그릇이 찬다. 내 잘못이 있다해도, 상대방의 의도가 어쨌건, 완전히 감정적으로 말이다. 그리고 결코 줄어들거나 덜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 그릇이 꽉 차서 넘치기 전에는 아무런 외부 변화가 없는데 일단 넘치기 시작하면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점이다. 그릇이 꽉 차면 한 방울이라도 더해질 경우 계속 넘치는 것처럼, 감정의 그릇은 줄어들거나 덜어지지 않으므로….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으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아주 간단히 관계를 단절시킨다. 그러고 나면 (아주) 나중에는 후회하고 말지만 그 순간 만큼은 주체가 안 된다. 관계가 단절되고 나면 그때서야 감정의 그릇은 줄기 시작한다. (아주) 천천히….

그래서 결국 줄어든 그곳에는 어느 정도의 恨이 남아 가슴을 꽉 죄어오는 것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해보지만, 다시 그 상황이 된다면 그러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데선 자신이 없다. 이성적 인간은 안 되나 보다.

이 점이 나와 관계하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되고, 그래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걸 주저한다. 외로움은 이렇게 구축된다. 결코 상대방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일 뿐이다. '나'에게 거슬리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궁극의 이기주의… 더러운 나르시스트쯤 되나 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정말 쓰레기 같은 가사다.

깊은 관계를 맺지 말고 순수한 타인으로만 만나야 한다. 그럴 때 나는 아주 친절하며 아주 신사적이고 아주 헌신적이므로.
2006/01/22 23:23 2006/01/22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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