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

2013/11/19 04:00 / My Life/Diary
피터스가 고심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정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는 3대에 걸쳐 내려오는 유서 깊은 은행가 가문의 자손이었고, 설령 부동산 사업이 망하더라도 길거리에 나앉을 일은 없었다. 그는 부와는 별개로 모든 사람들을 무거운 압박감 속에서 잘못된 결정으로 이끌며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과 씨름하고 있었다.

“나를 괴롭힌 것은 바로 자존심이었습니다. 시장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는 다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지점을 닫는다면 회사의 재정 사정이 안 좋다는 걸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되죠.”

피터스는 무엇이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자존심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감정이다. 특히나 재정적인 문제가 관련되어 있을 때, 자존심은 시야를 가리는 뿌연 연막처럼 작용한다. 숫자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에서부터 합리적인 행동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적재적시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방해한다.

자존심은 당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만들고, 현 상황이 언젠가 저절로 개선되리라고 믿게 한다. 그러나 명심하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자존심은 파멸을 이끈다’는 잠언을 들어본 적 있는가?

ㅡ pp.241~242


물론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이제 나는 왜 내가 그토록 자주 질식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껏 내가 늘 주장해왔듯이 무겁게 짓누르는 중압감 때문도 아니었고 정신력이 나약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질식한 이유는 바로 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질식하는 사람들 특유의 세 가지 특성을 골고루 남용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별로 어렵지도 않은 코스에서 과신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너무 지나치게 앞서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책임지지도 않았다. 대신에 나는 내 형편없는 플레이에 대해 시합의 부담감이 너무 심했다거나 코스가 나빴다는 둥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해댔다. 그런 건 다른 사람들도 다들 마찬가지인데도! 진실은, 상위권 선수라면 응당 칠 수 있어야 하는 샷들을 나는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깨달음을 얻은 지금, 이제 나는 내 샷이 빗나가면 내 실력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 연습장에서 제대로 치지도 못하면서 실전에서 기적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나쁜 샷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는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금 클럽을 휘두른다.

ㅡ 『클러치』, 폴 설리번, pp.282~283
2013/11/19 04:00 2013/11/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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