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늙은 시장의 여우가 자신의 최고 고객 몇 명과 편안하게 앉아 투자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하나씩 돌아가며 질문에 질문을 내놓았다.

「 내가 이전부터 알고 싶었던 것은, 시세상승투자와 시세하락투자가 도대체 어떻게 시작되느냐는 겁니다. 」

늙은 증권인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 자, 내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몇 십 년 전의 일입니다. 어느 날 오래된 스코틀랜드 혈통의 젊고 잘생긴 왕자가 매력적인 스페인 공주와 약혼을 했다고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지요. 온 세계가 이 아름다운 한 쌍에 매혹되었고, 사람들은 곧바로 그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둘의 로맨스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온갖 관심을 쏟게 되었지요. 이 사건은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며 일반적인 낙관론이 유럽의 증권시장에도 전염되었습니다. 그럴듯한 이유도 없이 시세는 오르고 또 올랐지요. 많은 투자자들은 부자가 되었고 사람들은 집을 사고 재화를 벌어들이며 투자를 계속했습니다. 당연히 경제는 번창해졌지요. 이렇게 해서 시세상승 투자가 발생한답니다. 」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동의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으며, 그들 부모님들이 이야기해 주었던 당시의 황금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증권시장 여우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나쁜 소식이 날라듭니다. 혼인은 깨어졌고 왕자와 공주는 싸우다가 서로 헤어졌지요. 이 뉴스는 하나의 충격으로 작용하며 증권시장의 폭락을 불러일으켰답니다. 주가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으며 부를 구가하던 그 동안의 모든 생활이 거품처럼 날라가 버렸지요.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이것이 바로 시세하락 투자입니다. 」

잠시 침묵이 흘렀고, 결국 처음에 질문을 했던 사람이 화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 아니, 도대체 귀족들의 결혼이 증권시장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

그러자 늙은 여우가 이렇게 되물었다.

「 이상하군요. 내가 처음에 시세상승 투자를 설명했을 때는 왜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나요? 」



자칭 순종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의 이야기입니다. 가치투자와는 거리가 있지만 시장을 설명하는 그의 이야기들은 참 좋습니다. 이 이야기의 본래 주제는 정치와 주식시장의 관계인데 요즘 상황에도 맞는 것 같아 옮겨봤습니다.

제가 스크랩하여 가지고 있는 2003년 12월 3일자 신문기사를 보면 큰제목이 《 경기 3분기에 바닥쳤다 》 입니다. 재경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경기선행지수가 실제 경기를 3~5개월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저점통과가 유력하다 」고 말합니다. 더욱이 주가는 경기를 선행한다고 하고, 주가가 올랐으니 경제는 더 좋아져야 했지요. 하지만 한 신문 경제면의 내일자 머릿글은 이렇군요.《 한국경제 '먹구름' 몰고오나 》. 반 년이 지났을 뿐 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어이없어 해야할까요?

주가가 상승할 때는 아무도 그 이유를 찾으려하지 않고, 단지 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투자의 성공과 경제의 번영을 믿습니다. 작년만해도 주가는 올라도 직접 체감하는 경기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떨어졌던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어떤 종목은 떨어지기 이전보다 더 올랐기에 자신의 '가치투자'가 증명이 되고 있으며 경제가 더 나아지면서 주가는 더 오를 것이고 아직 상승추세는 끊기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 …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앞으로의 경제전망이 어둡자 사람들은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정치권에서 사건이 터지면 희생양을 찾듯이 주가가 떨어지는 수 많은 문제점을 찝어내고 자신의 투자와는 상관없는 다른 것들을 꺼내들기 시작했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모든 것들은 예전에도 있어왔으며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일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한탄하고 욕을 해도 공허한 메아리만 울릴 뿐이죠.

우리 모두는 가치투자란 기업의 내재가치를 찾는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와 시장의 변덕스러움은 예측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잘 알고 있을까요?

지난 6개월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회사 속에서 찾는 가치와 시장 속에서 찾는 가치를 계속 혼동할 지도 모릅니다.

「 만약 우리가 주식을 매입하고 1년이나 2년 동안 주식시장이 문을 닫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100% 소유한 시즈 캔디나 브라운의 주식을 만약 팔게 되면 얼마쯤 될지 알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7% 소유한 코카콜라의 주가 수준을 꼭 알아야만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워렌 버펫


2004.07.29
2004/07/29 04:14 2004/07/29 04:14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Trackback RSS : http://www.fallight.com/rss/trackback/25

Trackback ATOM : http://www.fallight.com/atom/trackback/25


« Previous : 1 : ... 1216 : 1217 : 1218 : 1219 : 1220 : 1221 : 1222 : 1223 : 1224 : ... 1284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