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

2001/01/02 22:58 / My Life/Diary
예전에는 내 반려자가 없는 중년이나 노후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도저히 살 수 없을거라 생각했고, 지금도 외로운데 나중엔 얼마나 더 외로울까 싶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그까짓 반려자 없어도 행복하고 기쁘게,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로 변해버렸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보고 밥을 먹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컴퓨터를 붙잡고 앉아있다가 멍청히 혼자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오밤 중이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만족스럽게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나돌아다니는거엔 별 취미가 없으니 돈 들어갈 일이 없고, 딱히 챙겨줄 사람이 없으니 이런저런 신경쓸 일이 없다. 고작 오늘 내가 신경쓴 일이란 어느 책을 몇 페이지까지 읽었으며, 아까 끓인 헤이즐넛이 너무 맛이 옅었으니 다음 번에는 물을 조금 덜 부어야 하겠구나... 혹은 내일은 학교에 가봐야지... 같은 사소한 것들 뿐이다.

하루종일 느꼈던 갈색 외로움 같은건 어디론가 휭하니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무감해 진건지 익숙해진건지 알 수 없는 내 삶 속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 사랑? 결혼? 이제는 끝간 터널구멍처럼 까마득히 멀리 느껴져서 내 머리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나란 인간은 x랜덤 함수에 무한 루프를 걸어준 것 같은 존재라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구나 싶다.

...

아! 다시 생각해보니, 당신에게 지쳐버린 것 같다.
2001/01/02 22:58 2001/01/0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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