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기행2] 문학과 예술의 기원을 찾아서
번호 201377 글쓴이 류가미(ryugami) 조회 3804 등록일 2006-12-15 14:57 추천413 톡톡1

기원을 찾아서



▲ 삶과 죽음의 사이클을 나타내는 곡물신 중 하나였던 디오니소스.http://depthome.brooklyn.cuny.edu/ classics/dunkle/tragedy/dionysa.gif 

안녕하세요. 류가미입니다. 한 주일 동안, 별일 없이 잘 보내셨는지요? 오늘 약속대로 문학과 예술의 근원을 찾아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자 이제 마음속에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보세요. 문학과 예술은 과연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독자 여러분들은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으셨나요?

독자 여러분이 어떤 답변을 내놓았건, 여러분의 답변은 다음 세 개의 범주 안에 속할 것입니다. 세 개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답변이 있다면 댓글에 올려주세요. 어쩌면 새로운 문예 이론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문학과 예술의 기원이 무엇이냐를 두고 비평가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지만 그들의 주장은 크게 묶어보면 다음 세 가지 범주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심리학적 기원설입니다.

이 학설은 인간이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특별한 목적 때문이 아니라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내적 욕구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학설은 예술과 문학의 기원을 인간의 본능적인 창조 심리, 즉 예술 충동(art impulse)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술 충동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이 학설을 지지하는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모방본능설, 유희본능설, 흡인본능설, 자기표현본능설 등으로 의견이 갈라집니다.

모방본능설은 외부의 사물을 모방하려는 인간의 본능이 예술의 기원이 되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유희본능설은 문학과 예술이 유희 본능에서 출발했다는 입장입니다. 흡입본능설은 문학과 예술이 남을 즐겁게 해주어서 그들을 끌어들이려는 흡인본능에서 출발했다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 새들이 노래 소리로 짝을 불러들이듯 인간들도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할만한 행위를 통해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다는 겁니다. 자기표현 본능설은 예술과 문학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는 본능에서 시작되었다는 이론입니다.

두 번째는 사회학적 기원설입니다.

이 학설은 문학과 예술이 심미적이고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 생활과의 깊은 연관 속에서, 즉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학설을 지지하는 비평가들은 문학과 예술이 사회적 결속과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발생했다고 봅니다. 모내기 할 때 부르는 노동요처럼 문학과 예술은 사람들에게 노동하려는 의욕을 자극하고 사람들 사이의 협동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제의적 기원설입니다.

제의적 기원설은 문학과 예술의 기원을 고대의 종교적인 제의에서 찾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고대 종교적 제의에서는 시와 춤과 노래가 한데 어우러진 원시적인 가무가 행해졌는데 그 원시적인 가무에서 문학과 예술이 발생했다는 이론입니다. 고대 제의에서 행해진 원시적인 가무를 발라드 댄스(Ballad Dance)라고 합니다. 발라드 댄스는 원래 미분화된 원시종합예술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원시적인 가무 속에 들어 있던 언어는 문학으로 소리는 음악으로 몸짓은 무용과 연근으로 분화되었다는 것이지요.

비평가들은 문학과 예술의 기원을 이처럼 크게 세 가지 학설로 구별하지만, 저는 이 세 학설이 그 중 하나만 옳고 나머지는 틀린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대의 문학과 예술은 인간의 예술 충동을 표현한 것인 동시에 집단의 노동과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독하게도 제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문학과 예술의 기원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에 대답을 내리기 전에, 잠시 여기서 고대 그리스에서 벌어졌던 디오니소스 축제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말 그대로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드리는 제의였습니다. 디오니소스는 원래 신이 아니었습니다. 디오니소스는 모든 신의 아버지인 제우스와 테베의 왕녀 세멜레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세멜레를 질투한 헤라의 농간으로, 세멜레는 제우스가 떨어뜨린 번개에 맞고 죽게 됩니다. 그때 세멜레는 임신을 하고 있었는데, 제우스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세멜레의 뱃속에서 아기를 꺼내 자기 허벅다리에 넣습니다.

아기는 아버지의 허벅다리 속에서 남은 달을 다 채운 뒤에 세상에 태어났지요. 출생 후 그는 뉘사 산의 동굴에서 요정이 가져다주는 소젖을 먹고 자라게 됩니다. 그러다가 거인들에게 사로잡혀 온 몸이 찢기는 불행을 당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제우스의 어머니인 레아의 도움으로 그는 찢긴 몸을 회복하고 다시 부활합니다. 부활한 디오니소스는 신으로 인정받아, 올림포스 산에 사는 열두 신의 반열에 오르게 되지요.

신화를 보면 알 수 있듯, 디오니소스 신은 온몸이 찢긴 채 살해되어, 이듬해 공동체의 먹거리로 부활하는 곡물신의 계보에 속하는 신입니다. 디오니소스에게는 디튜람보스라는 별명이 있었습니다. 훗날 디튜람보스는 디오니소스신 뿐만 아니라, 그에게 바치는 찬가를 일컫는 말이 됩니다.

디튜람보스는 두 개의 문을 거친 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의역하자면, 두 번 자궁 문을 열고 나온 자라는 뜻이 됩니다. 다시 말해, 이 말은 처음에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오고 나중에는 아버지의 허벅지(자궁)에서 나온 디오니소스를 가리킵니다.

삼한시대 제천 의식인 영고와 동맹과 무천이 쌀의 파종(5월)과 추수(10월)와 관련이 있듯이, 디오니소스 축제는 밀의 파종과 수확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스 같은 지중해성 기후에서는 주로 겨울밀을 키우는데, 겨울밀은 11~12월 사이에 파종해 3~4월 사이에 추수합니다. 다시 말해, 디오니소스 축제는 농사물의 풍작과 다산을 기원하는 제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 국가 아테네는 농사를 짓는 시골과 아크로폴리스를 중심으로 한 도시 두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디오니소스 축제가 시작된 것은 농사를 짓는 시골 마을에서부터였습니다. 시골에서 벌어지는 디오니소스 축제를 디오니소스 소축제 혹은 시골 디오니소스 축제라고 합니다. 반면 아테네의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디오니소스 축제를 디오니소스 대축제 혹은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라고 합니다.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 당시, 합창과 연극 경연대회가 벌어졌던 디오니소스 극장.http://www.utexas.edu/courses/introtogreece/lect14/jDionysusTheater0411060500.jpg 
시골 디오니소스 축제는 그리스 달력으로 포세이돈 월에 행해졌습니다. 포세이돈 월(the month of Poseidon)은 현재 달력으로 11~12월에 해당됩니다. 대략 겨울밀의 파종시기와 일치합니다. 반면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는 엘라페볼리온 월(the month of Elaphebolion)에 벌여졌습니다. 이 또한 대략 겨울밀의 추수 시기와 일치합니다.

12월에 행해진 시골 디오니소스 축제는 남근 모양의 조각상을 든 여자들의 행렬로 시작됩니다. 이 남근상을 든 여자들 뒤로 바구니를 든 어린 소녀들과 길고 커다란 빵을 든 사람 그리고 다른 봉헌물을 든 사람과 물단지를 든 사람과 포도주 단지를 든 사람들이 잇따릅니다. 이런 행렬이 끝난 후에는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합창과 연극 경연대회가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시골 디오니소스 축제는 훗날 벌어지는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의 원형이 됩니다.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는 기원전 6세기 경, 도시국가 아테네의 참주였던 페이스시트라토스에 의해서 국가적인 행사로서 그 형태가 갖추어집니다.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는 시골 디오니소스 축제와 달리, 국가적 행사였습니다. 사실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는 아테네 시민들의 단결과 도시 국가 아네테와 지중해 연안에 있는 아테네 식민도시의 결속을 다지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오늘날로 치자면,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는 자국민의 단결과 다른 국가와 친선을 다지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행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의 준비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를 주관하는 것은 최고 집행관인 아르콘(Arcon)이었습니다. 도시국가 아테네에는 열명의 최고 집행관이 있었는데, 축제를 담당하는 최고 집행관은 행사를 돕는 두 명의 보좌관과 열명의 감독관에 의해 선출되었습니다.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는 총 5일에 걸쳐서 펼쳐졌습니다.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는 첫째 날 아고라에 있는 디오니소스 신전에서 디오니소스신의 나무조각상을 내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디오니소스 상을 든 사제들 뒤로 아테네 시민들과 아테네에 거주하는 외국인, 그리고 아테네의 식민도시에서 온 대표들이 뒤따랐습니다.

시골 디오니소스 축제와 마찬가지로 이 행렬에는 나무 혹은 청동으로 만든 거대한 남근상을 실은 수레뿐만 아니라 바구니를 든 소녀, 물병과 포도주병을 든 사람들도 뒤따랐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아테네가 최전성기를 맞이한 5세기 중엽에는 아테네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무기들과 각국에서 보내온 축하 선물들이 이 행렬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디오니소스 상을 든 행렬은 시가지에 있는 다른 신들의 사원을 돌아다닌 후, 디오니소스 극장 앞으로 갑니다. 디오니소스 극장 앞에는 제단이 설치되어있었습니다. 행렬이 제단 앞에 도착하면, 디오니소스신의 가면을 쓴 제사장이 황소를 희생 제물로 바칩니다. 희생 제의가 끝난 후에는 디튜람보스 합창 경연 대회가 열렸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디튜람보스는 디오니소스 신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에 대한 찬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디튜람보스를 부르는 합창단(코러스)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아테네에서 가장 부유하고 힘있는 유지들이었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없는 사람이 50명이 넘는 합창단을 후원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후원자들의 자존심이 걸려있었기 때문에 이 디튜람보스 합창 경연대회는 매우 경쟁적이었다고 합니다.

합창 경연대회가 끝나면 다시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희생 제의가 치러졌고 그 후에는 모든 아테네 시민들이 즐기는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 때 술 취한 사람들이 행렬을 이루어 아테네 시가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이 행렬을 코모스(Komos)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도시 디오니스소스 축제의 첫날이 끝납니다.

축제의 두 번째 날부터는 비극, 희극, 사튀로스극의 경연대회가 벌어집니다. 이 연극 경연 대회의 심사위원들은 제비를 통해 뽑았습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디오니소스 극장 제단에서는 어린 돼지가 희생물로 바쳐졌습니다. 두 번째 날에는 5편의 희극이 공연되었고 셋째날, 네쨋날, 다섯째날에는 매일 비극 3편과 사튀로스극 1편이 공연되었습니다. 사튀로스는 디오니소스를 따라다니는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양인 반인반수를 말합니다. 사튀로스극은 이러한 사튀로스를 흉내내는 짧고 우스꽝스러운 연극을 말합니다.

시골 디오니소스 축제와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벌어지는 합창과 연극들은 모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디오니소스 신을 모방하고 있습니다. 왜 아테네 사람들은 해마다 합창과 연극 경연대회를 열어, 디오니소스의 삶과 죽음을 모방하고 싶어했을까요? 죽음과 삶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표현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본능적인 충동이었기 때문일까요?

또한 디오니소스 축제는 사람들을 독려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려는 파종제와 추수제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더불어 아테네 시민의 단결이라는 사회적인 목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디오니소스 신에 대한 제의였습니다. 축제 동안 벌어지는 합창과 연극은 원시종합예술인 발라드 댄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저는 문학과 예술의 기원은 어디일까라는 맨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 합니다. 예술의 기원은 표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내적 충동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아니면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적 결속을 다지기 위한 사회적 목적에서 시작되었을까요? 또 아니면 고대에 신에게 지내던 제의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인간의 내면 심리와, 그들이 모듬살이하는 사회, 그리고 그들이 믿는 종교는 서로가 서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음주에는 도시 디오니소스 축제 때, 비극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한,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 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평안한 한주가 되시길.....



ⓒ 류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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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30 07:27 2007/06/3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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