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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ffettmania
추종자 줄잇는 ‘證市의 鬼才’

DANIEL MCGIN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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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老 투자가 버핏, 월스트리트서 16년간 최고의 수익률 올려

시카고의 펀드 매니저 래리 오버맨(32)은 5년 전부터 버크셔 해더웨이社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왔다. 그는 매년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면 오전 5시 회의장에 도착해 맨 앞에 서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이 회사의 워런 버핏(66) 회장과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주 있었던 금년 주주총회에는 평소보다 15분 늦게 회의장에 도착했다. 함께 참석하기로 했던 여자친구 데비 코언이 늑장을 부렸기 때문이다.

『전에는 함께 즐기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PC통신에 들어가 버크셔 주식 관련 토론에 참여할 생각만 한다』고 그녀는 불평했다.

오버맨도 그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사교집단이나 다름없다. 워런이 자살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월 스트리트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老투자가 버핏에 대한 신격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추산으로 1백80억 달러의 재산가로 알려진 버핏은 연중 거의 대부분을 철저하게 베일 속에서 생활한다. 인터뷰나 사인은커녕 출근 때 수행차량도 없다. 그러나 1주일간 진행되는 버크셔의 연례 주주총회 때만은 예외적으로 추종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버핏이 일종의 투자신탁 회사로 운영하고 있는 버크셔社는 작년까지 16년 연속 스탠더드 & 퓨어 5백종 주가지수보다 나은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연례모임 참석자 중 다수가 거기에 편승해 거액을 벌어들였다. 버핏의 추종자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 두 명의 경호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핏과 악수를 나눈다. 주주들은 초등학생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주주총회에 데려가 시황분석에 대한 버핏의 강연을 듣게 한다.

그러나 골수 추종자들은 공식일정보다 하루 앞서 일요일부터 움직인다. PC통신 아메리카 온라인(AOL) 게시판에 정기적으로 버크셔에 관한 글을 올리는 팬 5~6명이 한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모임을 주선한 사람은 최근 「두슈즈」(Doshoes)라는 ID로 AOL 게시판에 등장한 오마하의 한 여성.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시며 기다리는 사이 뜻밖에도 두슈즈가 버핏과 함께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알고보니 그녀는 버핏의 딸 수지로 그동안 조용히 게시판의 내용을 모니터해 버핏에게 보고해 왔던 것이다. 워런은 팬들과 몇 분 간 인사를 나눈 뒤 야구경기 시구를 위해 로젠블라트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극성 팬 중 존 가트먼은 경기장까지 쫓아가 다른 관중들 틈에 끼여 또 다시 버핏을 대면했다.

그의 여자친구는 『그들은 마치 록스타를 쫓아다니는 「오빠부대」 같다』고 푸념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버크셔 산하의 금은방인 보샤임에서 추종자들의 하루가 시작됐다. 버핏이 보샤임을 나설 동안 건물 안에는 주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건물 밖에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생 데이비드 터넬과 4명의 급우들이 초조한 모습으로 서성대고 있었다. 다음달 경영학 석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는 그들에게 이번 주말은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일종의 보너스 휴가인 셈이다. 그들은 차에 올라타고 버핏의 자택을 찾아 파넘街로 향했다. 배달원으로 가장한 그들은 동네 주민들에게 버핏의 집 위치를 물었다. 그들은 한 구역을 맴돌며 모퉁이에 있는 갈색의 대저택을 예의주시했다. 그 후 그들은 버핏의 회사 건물로 찾아가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칵테일 바로 향했다.

몇 시간 뒤 그들은 고래트 스테이크 레스토랑에 모습을 나타냈다. 주주들은 버핏 일가가 T본 스테이크와 양파 링을 먹을 동안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투자회사 간부인 J. P. 탄은 자신의 우상을 만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왔다. 그는 버핏의 테이블에서 멀지 않은 식탁에 앉아 메뉴판을 들고 있었다. 한 웨이트리스가 다가와 식사주문을 요구하며 그의 즐거운 환상을 깼다.

『버핏씨가 가장 좋아하는 걸로 주시오.』 그것은 T본 스테이크였다.

『어떻게 드시겠습니까.』 웨이트리스가 물었다.

『버핏씨는 어떻게 주문했소?』 식사 후 라운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의견을 나눴다.

버핏이 세상을 떠나면 버크셔의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까(20%가 지배적인 견해). 버핏이 얼마나 더 살까(보험전문가에게 물어봤다는 한 팬은 16년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는 버핏이 암에 걸렸다는 루머에 화제가 집중됐었다.

그에 대해 딸 수지는 『의사는 아버지가 22세 청년의 몸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버핏의 건강에 대해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면 그의 목소리뿐이었다. 주주들과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눈 탓에 일요일 밤이 되자 목소리가 쉬고 만 것이다. 월요일 아침 연례 주주총회는 8시 30분에 시작됐다. 대형 TV 스크린에서는 코카콜라·디즈니·덱스터 슈즈 등 버핏의 펀드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광고와 함께 빌 게이츠, 뉴스 앵커맨 톰 브로코 등이 보낸 축하 메시지가 방송됐다. 로비에서는 칼, 자동차 보험 등 버크셔가 취급하는 상품들이 판매됐다. 건물 밖에서는 낙태 반대론자들이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버핏의 기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9시 30분 버핏과 부회장 등이 기립박수 속에 강단에 올라섰다. 이어 무려 여섯 시간 동안 7천5백 명의 투자자들 질문에 응했다.

사실 버핏이 한 말은 모두 지난 20년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적인 서한에 담겨 있는 것들이었다. 버크셔는 그것들을 책으로 묶어 1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은 버핏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저평가된 회사를 찾아내는 방법을 설명할 때마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내용이 몇 가지 있었다. 자본소득세 인하에 대한 반대입장과 다우존스 지수가 3천5백 포인트 하락한다 해도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오후 3시쯤 버핏이 상해보험 사업에 대해 장황한 광고성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생들은 한동안 들썩거리더니 공항으로 차를 몰아 버핏의 유명한 회사 전용기 인디펜서블號를 찾아냈다. 래리 오버맨과 데비 코언은 약혼반지를 둘러보기 위해 다시 보샤임으로 향했다. 회의장에 모여 있던 다른 추종자들도 지식욕을 모두 충족시킨 듯 다음 해를 기약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조명이 어두워지며 버핏도 건물을 떠났다.


출처 : 뉴스위크 (1997. 5. 21)
2004/06/13 03:59 2004/06/13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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