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알리다여 알리다여...

Alydar와 칼루멧 목장
알리다의 이름은 여 생산자 Markey의 친구 알리 칸 왕자(Prince Aly Khan)를 위해 이름 붙여진 ‘Aly darling’이란 뜻이다.

알리다는 ‘Affirmed와 Alydar’의 한쪽 부분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그만큼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미국 경마 역사상 최고의 화젯거리이기도 했다.

한편 칼루멧 목장은 1900년대 중반 미국의 최고 생산목장이다. 창설 후 10년 만에 최고 상금수득목장, 최우수목장의 영예를 10년 이상 연속해서 독점했다.

여기에는 더비마 8두(삼관마 2두 포함), 연도대표마 선정 5두, 명예의 전당 헌액말 11두, 수많은 챔피언, 그리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씨수말 Bull Lea 등등… 그 영광의 나열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칼루멧 목장의 파산…반세기도 채 이어가지 못한 영광의 끝자락에 Alydar의 처참한 죽음이 있었으니, 사람들은 이를 20세기 최대의 미스터리라 부른다.

그리고 필자는 이를 우리의 정서인 한(恨)이란 글자로 풀어 보려 한다.

Affirmed와 Alydar
Alydar는 1975년 3월 22일 켄터키 칼루멧 목장에서 Raise A Native와 Nasrullah의 손녀딸 Sweet Tooth 사이에서 태어난 밤색 수말이다.

많은 경주마에게 별명이 있는데, Alydar는‘경주에 지게 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진 말’로 이해함이 타당할 것이다.

77년부터 78년까지 삼관마 경주를 거치면서 Affirmed와 10번 대결했는데 3승 7패(10번째 경주의 승리는 상대방의 진로방해로 얻은 실격승임)를 기록했다.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2번 이길 때는 3½마신, 1¼마신 착차였다. 질 때는 목차, 머리차, 코차였다. 켄터키더비에서의 1½마신차가 가장 크게 완패한 경우이고 프리크니스스테이크스에서는 목차, 벨몬트스테이크스에서는 머리차였다.

조카(부마쪽에서 볼 때 Alydar는 Affirmed의 삼촌이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총 22마신 차이로 여유있게 후착마를 따돌리고 삼관마에 등극했을 것이다.

마지막 실격승을 양보받았을 때 그의 비통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2세, 3세 챔피언 선정 때도 Affirmed에게 패하면서 “가장 위대한 차점 탈락자”란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는 점점 신경질을 부리고 쌓인 스트레스로 벽을 걷어차는 등 자학하곤 했다.

씨수말로 명예회복을 노리다
3년간 26회 출주해 1착 14회, 2착 9회로 수득상금이 100만달러에 약간 못 미친 채 경주생활을 은퇴하고 고향에서 씨수말로 데뷔하면서 그는 마음을 비우려 무진 애썼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의 성적은 Affirmed를 대차로 앞질렀다.

1회 교배료가 25만달러에 달하고(올해 초 고령으로 안락사된 Affirmed의 교배료는 3만달러 수준) 첫 자마군 1세마들이 키니랜드 경매에서 80만달러를 가볍게 뛰어 넘어 단숨에 노던댄서에 이어 2인자의 자리에 오른다.

670만달러를 수득하여 당시 최고 상금마가 된 Alysheba, 선데이사일런스의 영원한 파트너 Easy Goer, 90년 올해의 말 Criminal Type, 91년 더비마 Strike The Gold 등 수많은 준족들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86년부터 사망한 해인 90년까지 최고의 씨수말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몹쓸 인간들이 채 아물지도 않은 그의 가슴을 다시 쥐어뜯기 시작했으니, 빚쟁이들에게 그의 교배료 2∼3년치를 앞당겨 팔아먹은 것이다.

칼루멧의 몰락과 Alydar의 죽음
이제 미국 경마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이자 아직도 의혹만 더해가는 그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인 것 같다.

1930∼40년대의 짧은 목장의 전성기는 1950년 설립자 Warren Wright Jr가 죽으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상속자들이 고인의 손녀사위 Lundy라는 이방인을 경영자로 추대하고 난 뒤부터다.

Alydar가 죽은 지 정확히 8개월 후부터 파산절차가 시작되고 오래지 않아 경매에 부쳐졌다. 당시 그 목장을 욕심냈던 3,000명 이상이 경매에 참여했는데 낙찰가격은 Alydar 보험금 3,650만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만, 돈을 너무 흥청망청 쓴 결과로 추측될 뿐이다. 자꾸만 들어오는 수입금을 주체할 수 없어 누구든지 보이는 대로 먼저 쓰는 이가 임자였으니, 목장 매니저의 1년 판공비가 100만달러가 넘고 경영자 Lundy가 죽은 후 그가 사용처도 밝히지 않고 가져간 현금이 3억달러가 넘는다는 증언도 나왔다(목장 최초의 미스터리 Lundy의 의문사는 보험금을 노린 사건이란 것이 최근 수사 결과 밝혀졌다).

빚쟁이들은 Alydar의 교배료를 받아 챙기기 위해 줄을 섰다. 경주마 시절의 울분을 억지로 삭이고 있던 그에게는 이제 삶 자체가 고통이었으리라. 그는 빌었다. - 앞으로 나의 후손들은 인간들을 위해 절대로 빨리 달리지 말라 - 정말 그의 손자세대부터는 평범한 가문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1990년 11월 13일 저녁 Alydar의 사고 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전국에 전해졌다. “오른쪽 뒷다리 정강이뼈가 완전히 부러졌다. 이유는 마방문을 심하게 걷어찼기 때문이다.” 경주마 시절 기수의 회고에 의하면 은퇴 후 Alydar에게는 분명히 자학증세가 있었다. 마방에서 “헤이, 챔프”하고 부른 후 몸을 숨기면 그를 부른 사람이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스스로 가해행위를 했다고 한다. 이런 습성을 이용하여 마방문에 까치발을 설치하고 다리가 부러지기를 기다렸던 듯하다.

그러나 첫번째 사고는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수술 후 그는 분명히 안정되었고 건초도 잘 먹었다. 다음날 또 같은 사고가 났다. 그리고 다음날 죽었다. 어떤 사람들은 보험금 3,650만달러보다 살아 있는 채 교배료를 착취하는 것이 더 유리했으니 죽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다.

하여튼 오리무중이다. 사고 후 10년이 지난 2000년 2월에 미국 수사당국은 아직도 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장례식은 최고의 말에게만 베풀어지는 ‘Whole’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 맺힌 한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잠들게 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글 / 김종식 푸른목장 대표
2006/01/04 00:27 2006/01/0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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