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상식 - 수영조교(1)



경주마의 무산소운동 조교

수영조교의 역사
말은 다른 동물에 비해 수영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 듯하다. 강을 건너 서식처를 옮기거나 맹수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물에 뛰어들지는 몰라도 수영을 즐길 만큼 물과 친한 동물은 아니다. 길을 가다가도 물이 괴어 있으면 반드시 피해 간다. 달리다가도 물이 흥건하면 펄쩍 뛰어넘는다.

그렇지만 말은 오래전부터 수영을 해왔다. 고대 로마의 전투용 말이나 나폴레옹의 군마 그리고 아메리카의 인디언이 타던 말들은 전쟁에 대비해서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수영훈련이나 수영경주를 실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경주마에게 있어서는 사람들의 ‘좀더 강한 말 만들기’에 대한 욕구가 끊임없이 작용되어 갖가지 훈련법이 적용되는데, 그중에 하나가 수영조교다. 미국에서는 1937년부터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경주마들에게 수영을 시켜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 후로 많은 나라에서 경주마에게수영을 시켜 체력이 보강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각국의 경주마 트레이닝센터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말 수영장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연중 날씨가 더운 나라에서는 주로 야외수영장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추운 나라에서는 실내수영장을 만들고 더운 물을 공급하여 말들이 추운 겨울에도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춘 곳도 있다. 심지어 수영장 벽을 유리로 만들어 수영 중인 말의 몸동작을 밖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하거나 물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흐르도록 하여 말에게 운동부하를 더 주도록 설계된 초호화 말수영장을 갖춘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육성목장과 원당 종마목장에 말수영장이 있어 육성마들에게 수영조교를 시키고 있으며, 서울경마장에도 2개의 말수영장이 있어 여름철에는 경주마들에게 수영을 시키고 있다. 제주도 조랑말 경주마의 경우는 별도의 수영장은 없으나 바닷물 속으로 말을 끌고들어가 고삐줄을 길게 하여 보트에 매달고 수영훈련을 시키는데, 그런 말들이 종종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수영조교의 대상 및 효과
수영조교를 시켜야 하는 특별한 대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 육성기의 말들에게는 물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주고 말의 발육을 촉진시키기 위해 실시한다. 어린 시절부터 물에 대해 친근감을 주면 나중에 경주마가 되어 본격적으로 수영을 시킬 때 빨리 적응되어 훨씬 도움이 된다. 경주마로 활동하고 있는 성마의 경우도 근육의 유연성과 심폐기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영조교를 많이 시킨다.

말이 수영을 할 때는 큰 코가 벌름거리며 숨소리가 수영장 실내에 크게 울려퍼질 정도로 격렬한 호흡을 한다. 그만큼 수영은 심폐기관을 자극한다는 증거다. 물 속에 들어가면 수압이 작용하여 흉곽이 압박돼 의도적인 노력성호흡이 필요하며, 그런 과정에서 호흡관련 근육들이 발달한다.

지상에서만 훈련할 경우에는 사용하는 근육이 한정되어 있는데, 수영을 하면서 주변의 다른 근육들을 함께 운동시킴으로써 실제 경주에서 주로 작용하는 근육을 도와 피로감을 지연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수영조교의 대상으로 빼어 놓을 수 없는 것은 운동기질환에 걸려 휴양 중인 말이다. 관절염이나 건·인대염에 걸린 말들은 지상에서 운동을 하면 무거운 체중과 운동시 충격에 의해 환부에 무리를 주어 치유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고 장기간 운동을 전혀 시키지 않는다면 체중이 증가될 뿐만 아니라 말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나빠져서 세월이 흘러 운동기 질병이 치유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전만큼 잘 달리지 못하거나, 다시 예전 수준의 컨디션으로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정성스럽게 단계적 조교를 시켜야 한다. 그만큼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말들에게 수영을 시키면 체중의 유지는 물론 운동기 환부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말의 심폐기능을 유지 또는 발달시키고 사지 근육의 퇴화도 예방해 운동기 질환이 치유된 직후 경주에 곧바로 복귀할 수가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질환을 앓고 있는 관절이나 건·인대의 주변 조직들을 강화시켜 보상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므로 오히려 운동기질환의 치유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수영조교의 준비
수영 전에는 여러가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소홀하면 사고가 유발되거나 마체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수영운동 2∼3시간 전에는 건초 등 조사료 급여를 삼가는 것이 좋다. 복부압박으로 산통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망굴레를 씌운 후 재갈을 물리고 마방고리에 재갈끈을 통과시켜 그 끝을 재갈에 부착시킴으로써 수영 중 굴레가 벗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영 중에 굴레가 풀어지면 말을 통제할 수 없어 낭패를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체의 위축이나 폐출혈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영조교 개시 전 30분 정도의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심장마비나 마체 손상이 초래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 샤워장에서 다리, 허리, 어깨 등의 순으로 물을 충분히 끼얹어 마체에 붙어 있는 모래나 지저분한 것을 씻어 주고 말이 물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좋다. 이밖에 말이 수영 중 물을 마시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수영 전에 반드시 충분하게 물을 먹여야 한다. 수영 중에 물을 마시면 사레에 걸리거나 기침을 반복하여 호흡곤란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말을 수영장 진입 통로까지 조용히 끌고가 진입로 외측에서 끈을 잡아 천천히 수영장 안으로 유도한다.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 뒤에서 채찍으로 쫓거나 또는 말의 앞다리가 물에 잠길 때까지 사람이 함께 진입로 안으로 끌고간다. 처음 수영장에 들어가는 말은 공포감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비교적 즐겁게 들어간다. 그러나 두번째부터는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며 소동을 피우거나 도망다니는 말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말이 수영장 입장을 완강히 거부할 때에는 수영을 삼가고 우선 물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주기 위해 무릎 정도까지 차는 물웅덩이를 수시로 걸어서 통과하는 연습을 시킨다. 그런 후에 수영장 진입을 재시도하면 수월하게 진입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서서히 단계적으로 물에 익숙해지면 대부분의 말은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글 김병선 핸디캡 부장
2006/01/03 23:33 2006/01/0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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