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0

2010/01/20 23:33 / My Life/Diary
2010.01.20

책을 읽고 있었다. 해가 저물었다. 책을 놓았다. 그리고 머리를 팔에 괴고서 적갈색에서 회색으로 바뀌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약하고 무방비 상태인 것을 느꼈다. 인생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냉소(冷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자기 내부에서 끊임없이 요구가 많은, 그리고 권태로 무거운 그런 생명력의 어떤 한부분이 말살되었을 때에, 비로소 기분이 편안해지는 그런 종류의 인간에 속하고 있었다. “너는 너의 인생을 어찌할 것이냐, 무엇이 하고 싶다는 것이냐?” 고 질문을 제시하는 그 어떠한 부분, 그 질문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다.

아마도 행복이란 나와 같이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일종의 부재(不在), 권태의 부재, 안심할 수 있는 부재에 불과하지 않을까.

ㅡ『어떤 미소』, F. 사강
2010/01/20 23:33 2010/01/2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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