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마에 대한 논란



대개의 사람들은 말이나 사람이나 할 것 없이 조교라든가 훈련을 많이 받으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경주마는 항상 최고조의 조교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실제는 그것이 어렵다. 또 최고조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심하게 조교를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낸다. 능력이 정상의 피크에서 하향곡선으로 내려간다.

어느 말이 능력에 있어서 정점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조교사나 기수다. 거기다가 당일의 컨디션 상태도 조교사나 기수만이 알게 된다. 이를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게 귓속말로 전해주게 된다. 오늘은 너무 과도한 조교 때문에 능력이 떨어졌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별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을 알려주게 될 것이다.



강한 조교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조교상태에 따라서 말의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외국에서는 대개 18~24개월의 망아지를 경주마로 만들기 위해서 조교를 시키는 데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만약 마음이 급해서 불과 2~3개월 만에 조교를 마치고 경주에 출전시킨다면 처음 한두 번은 성적이 좋다가 갑자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제대로 여물지 못한 근육·힘줄·인대·관절 등이 과다한 운동을 소화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즉, 운동기질병이 발생하여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평소 1천m를 1분3초에 달리다가도 어느 때에는 1분5초에 달리게 된다. 정보경마를 하려고 한다면 이도 정보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의 경마고객들은 능력조교검사의 성적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능력조교검사라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아주 좋은 절차다. 경주마로서의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의 주행능력뿐 아니라 발주에서부터 주행 중의 악벽까지도 알 수 있으며, 착순과 주파기록이 발표된다. 그리고 합격여부를 발표하는데, 각 말의 발주기 진입에서부터 주행상태, 그리고 주파기록을 가지고 합격여부를 결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주파기록인데 1천m를 1분9초 이내에 달려야 하는 것이다. 웬만한 말이라면 이 시간에는 달려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능력조교검사 이후 첫 경주의 성적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능력조교검사를 받을 때 겨우 합격선인 1분7~8초대에 달려 놓고는 경주에서는 능력을 최고조로 발휘하여 1분2~3초에 달려 들어온다고 한다. 신마경주에서 출주마의 능력을 아는 것은 능력조교검사 성적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능력조교검사 이후 갑작스럽게 능력이 향상되었는지는 몰라도 일부 고객들은 기수들이 고객을 우롱한다고 흥분한다. 이것도 역시 정보경마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마역사상 유명한 정보경마



역사적으로 경마에서 말의 조교와 능력상태로 인해 큰 문제를 일으킨 기록이 있다. 영국에서 조지 4세가 황태자 시절 마주로 있을 때 황태자의 말 ‘에스케이프(Escape)’ 때문에 황태자가 경마계에서 쫓겨난 이야기다. 경마계에서는 이를 에스케이프 사건(The Escape Affair)이라고 부른다. 1791년 10월 21일 뉴마켓에서 ‘에스케이프’가 60기니의 상금이 걸린 경주에 출주하였다. 기수는 황태자의 전속기수인 샘 치프니(Sam Chifney)였고, 말은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경주결과는 꼴찌였다. 황태자는 그 다음날 이 말을 다시 출주시키기로 했다. 이때 치프니 기수는 “오늘 이 말은 큰 피로감 없이 약간의 땀을 흘렸습니다. 그 덕에 기공이 열렸고, 아주 경쾌해졌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다음날 다시 기승하였다. 모두가 이 말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전날의 결과가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쉽게 우승을 했다.

당시의 재결위원은 그 유명한 찰스 번버리(Charles Bunbury)경과 더튼(Dutton), 토미 팬턴(Tommy Panton) 등 세 사람이었는데 모두가 귀족이 아닌 평민들이었다. 이들은 기수를 심문하였는데, 기수는 “어제 출주 전까지 이 말은 2주일간 한번도 문 밖에 나와 보지도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재결위원들은 기수와 황태자의 내기장부를 검사한 후에 황태자로 하여금 경마계를 떠날 것을선고하였다. ‘에스케이프’는 2주일간 마구간에서 가만히 놀고 있다가 10월 21일 출주해 비로소 조교를 받은 결과가 되었다.

기수가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도 했고, 땀도 내었으며, 기공이 열렸고, 말이 경쾌하게 되었다”고 말한 것은 단 1회의 경주로서도 조교가 잘 되었음을 나타낸 것이었다. 즉 최고의 컨디션임을 나타낸 것이다. 내기장부의 검사결과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0월21일 경주에서는 황태자와 기수가 에스케이프에 내기를 걸지 않았고, 그 다음날은 내기를 걸어서 많은 돈을 땄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황태자는 번버리경의 “전하의 말과 기수와는 앞으로 아무도 경마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에 심하게 화를 내면서 경마계를 떠났고, 기수에게 부과한 벌금 2백파운드는 황태자가 내주었다. 이것은 바로 “오늘 우리 말의 컨디션이 좋습니다”라는 귓속말과 같은 것이다.



단순한 정보제공도 부정경마인가



1990년 일본 경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그해 6월 21일 스포츠신문을 비롯한 일간지의 모든 사회면에는 가와사키경마장의 혼마 시게루(本向茂)기수가 경마법 위반혐의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실렸다. 혼마 기수는 남관동지방 경마에서 제일가는 일류기수였다. 경마법 위반혐의로 체포된 혼마 기수는 1988년께부터 가와사키 시내의 빠찡꼬점포에서 알게 되어 술친구가 된 가와소이라는 사람에게 자신이 기승하는 레이스의 예상정보를 알려 주었고, 가와소이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고객들에게 마권을 구매토록 하고 적중시 고객들로부터 정보료를 받아서 혼마 기수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그 배분은 가와소이가 50%, 고객과 혼마 기수가 각각 25%를 나누어 가졌다고 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일본의 어느 민속학자가 기고한 글은 우리에게 새로운 잣대의 논쟁거리를 던져 준다. 그가 개인적인 관점에서 기록한 것을 보면 혼마 기수의 사건은 부정경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정경마는 불확정요소가 강한 게임의 과정에서 미리 결과를 어느 방향으로 설정해 놓고 그렇게 되도록 게임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마의 경우 레이스 결과를 미리 짜놓고 그와 같이 레이스를 조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혼마 기수는 과연 레이스를 조작했는가. 그리고 그것은 그가 흘린 예상정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는가. 가령 그가 레이스에서 실제로 무엇인가 의도적인 조작을 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인기마에 타고 일부러 지는, 혼자서 하는 부정경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자기 혼자 이기기 위한 부정경마도 상대가 있는 이상 실제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경우 그가 사전에 ‘내가 이긴다’라고 한 것은 부정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한 ‘주변과는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이길 수 있는 것이다’라는 의미밖에 없다. 이 경주는 레이스, 자체는 주최측이 부정이 없는 것으로 인정해 착순을 확정했던 것이다.



다시한번 새로운 잣대로 금을 그어야



부정경마에는‘수입이 낮다’는 것과 ‘술과 여자의 유혹’ ‘폭력단에 의한 부정경마의 결탁’등의 도식이 있었다. 지금도 우리 경마계에서는 과거 뚝섬시대의 수입이 낮을 때 맺은 인연으로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당시 술과 여자라는 향응을 제공하고 고리를 만든 사례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이런 도식으로 움직여질 것이다. 일부 폭력단이 기수들과 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도되기도 하였다.이러한 연결고리라든가 경마정보를 제공했다는, 즉 부정경마가 있었다는 신문보도만 나가도 경마 자체를 부정시하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두드러기가 생길 일이다.

과거 적극적으로 경마고객과 짜고 승부를 조작하는 일부 부정기수가 있었다고 하여 모두를 싸잡아서 부정경마꾼으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또 부정경마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즉 공개되지 않고 있는 일부 사항을 일반에게 공개한다면 기수가 자기가 잘 아는 사람에게 귓속말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미 알려진 사실을 귓속말로 했다면, 이도 부정경마인가? 혹은 귓속말의 대가로서 사례를 받았다면 과연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잣대로 다시 한번 새로운 금을 그어야 할 필요는 없을까.


이시영 / 경마평론가
※ 알고 이기는 부정경마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01/03 21:48 2006/01/0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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