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약물검사를 실시하다



미국에서 최초로 화학검사를 실시한 주는 플로리다였다. 그리고 경주마의 약물검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플로리다와 뉴욕에 건의한 사람은 조지프 와이드너(Joshep J. Widner)란 마주였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경마를 했는데, 이들 나라의 경우 실험실에서 약물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약물관리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직접 확인했던 것이다.

와이드너의 건의에 따라 플로리다주 경마위원회의 수의사인 찰스 모건(Charles Morgan)과 화학자인 제임스 캐틀릿(James Catlett)이 파리와 런던을 수차례 방문하여 약물검사방법을 배웠고, 그후 최초의 약물검사는 트로피컬 파크(Tropical Park)경마장에서 1933년 12월30일 실시되었다. 와이드너는 호주에서 사용되고 있던 토털리제이터시스템(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배당률 계산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오늘날 미국경마를 세계제일로 만드는 데 공헌하였다. 가장 발달된 검사시스템과 치밀하고 완벽한 수사를 자랑하는 서러브레드경마보호국을 갖추고 있는 미국에서도 아직까지 경주마 약물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필관계자들도 마권을 구매하므로 의도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1989년 옥스 우승마인 ‘아리샤’가 약물 양성반응을 보임에 따라 재결위원이 ‘아리샤’를 실격처리한 일이 있다. 그러자 ‘아리샤’의 마주인 아가칸4세는 실격판결의 무효를 주장하며 왕립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문제의 약물은 ‘아리샤’가 사료로 먹은 홍당무 속에 함유되어 있거나 깔짚에 묻어 있던 것이 ‘아리샤’의 체내로 스며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런던의 고등법원은 “자키클럽이 재정한 사항은 심리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기존 2건의 판례에 따라 아가칸이 낸 소송을 기각처리했다. 그후 아가칸은 영국의 예탁마를 모두 철수해 영국경마와 오랫동안 단절상태에 있다. 프랑스나 아일랜드에서는 금지약물이 검출되면 만일을 위해 별도의 시험소에서 재검사를 하는데, 영국에는 그러한 제도가 없어 마필관계자들 사이에 상당한 불만을 사고 있다.

그후 영국자키클럽에서는 재검사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의 시행을 검토중이며, 아가칸도 다시 영국 경마계에 발을 들여놓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가칸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2천마리의 경주마를 소유하고 있다.서러브레드 경마가 아닌 아랍말 경마에서도 약물이 검출되어 관계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영국의 아랍말 경마는 두바이 막툼왕가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80년대에 크게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대 레이스 중 하나인 두바이인터내셔널에서 2년간 계속 우승마가 약물로 실격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89년의 우승마 ‘디다체리’는 리도케인이 검출되어 실격되었고, 90년에는 ‘드러그’가 프랑스에서 원정온 말을 4마신이라는 큰 차이로 꺾고 우승하였으나 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실격됐다. 소련산으로 네덜란드에서 조교를 받은 우승마 ‘드러그’(Drug;약물)에게서 ‘드러그’(약물)가 검출되었다는 것은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당시 ‘드러그’에게서 검출된 약물은 카페인, 데오브로민, 데오필린 등이었다. 90년 9월29일 켐프톤경마장에서 개최된 챔피온십경주에서도 우승마인 ‘디스코텍’이 약물검출로 실격처리되었다. 이 말에는 여성기수인 셸리 켈러웨이가 기승했는데, 그 실격으로 90년도 우승횟수가 하나 줄어서 26회에 머물렀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약물검사



우리나라에서도 약물검사를 실시하기 이전에는 많은 말들이 약물에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고의적이지는 않았지만 경주마의 강장제로 갖가지 한약들이 사용되었는데, 어떤 말은 경주 후에도 기수가 말을 제어하지 못해 주로를 몇 바퀴 돈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다. 필자가 1974년부터 극히 초보적이긴 하지만 ‘박층크로마토그라피’로 시험적인 검사를 할 때 양성반응을 보이는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실험실이 갖춰지고 기술진이 확보되면서 검출기술이 개발된 이후에는 양성반응건수가 줄어들다가 1980년대 일단의 투약범죄자들이 월담을 하여 경주마들에게 투약을 한 사건이 발생한 후 사전검사체제로 개선돼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가장 큰 사건으로는 1985년 11월 전직 마필관리원 8명, 전직 기수 1명, 전직 장제사 1명과 고객 3명 등 총 13명이 월담하여 마필 51두에 약물을 투여한 것과 87년 3월 전직 마필관리원 3명과 경마고객 8명이 마필 17두에 약물을 투여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우수한 경주마에게 진정제를 주사하여 다음날 경마에서 이들 말의 능력을 떨어뜨려 비인기마가 착순에 들게 될 때의 고액배당을 노린 것이었다. 당시 사용한 의약품은 콤벨렌이었다. 이외에도 간간이 약물투여를 모의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대형사건뿐 아니라 과거 뚝섬시절에는 많은 범법자들이 월담을 해서 경주마들에게 투약을 했던 것이다. 1975년의 일로 기억되는데 경주마 중 ‘중앙호’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너무나 성질이 거칠어서 조교를 시킬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1주일에 한번 정도 출주해도 별 이상이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느 경마일에 해당 조교사가 그 말이 이상하다고 보건소로 끌고 왔다. 자세히 보니 목에 주사놓은 자국이 선명하였다. 그래서 출주취소를 시키고 약물검사를 해 보니 역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러한 범법자들 때문에 우리 경마에서 가장 발달한 부분이 약물검사 분야가 아닐까 한다.



경주전검사와 경주후검사의 차이



사전검사는 모든 출주마에 대해 발주 3시간 전에 수의사들이 혈액을 채취하고 이것이 도핑검사소로 보내져 검사를 하는데, 결과는 발주 30분전까지 발표된다. 이때 양성반응이 나오면 1993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엉뚱한 이유를 붙여서 고객들의 의혹만 가중시켰는데, 지금은 즉각 약물 투여 사실을 밝히고 출주를 취소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판정된 말이 1`~3착으로 들어오거나 재결이 지정한 말로서 사후검사를 받을 때 양성 판정을 받게 되는 경우다. 사전검사에서 양성으로 걸러져 출주취소된 말은 고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사후검사는 고객에게 피해를 입힌다. 필자는 종종 우리 경마계에서 가장 발달한 분야를 약물검사 분야라고 말한다.

그동안 돈도 많이 들였다. 그 결과 현대적인 장비를 갖추게 됐고, 검출기술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런데도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만 나오면 말이 많다. 사전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는데 그후 불과 2~3시간 후에 채취한 시료에서는 양성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해서 도핑검사소는 이러한 사실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한다. 어떤 경우는 사전검사에서는 약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왜 사후검사에서 나왔느냐, 나왔다면 사전검사시료를 채취한 후 누군가가 그 말에게 약물을 투여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검사 시료 채취 후 약 3시간동안의 말의 보호는 누가 하여야 하는가 등 많은 의문과 논란이 쏟아진다.


또 소량의 약물, 즉 1억분의 1g정도의 약물이 과연 경주능력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식으로 항의를 한다. 어떤 경우는 진정제인 약물을 투여받았는데 왜 우수한 성적으로 골인할 수 있는가 등 아주 전문적인 지식도 도마에 오르게 된다, 심지어 사전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한 후 마필관리의 책임한계가 대두되는가 하면 사후검사를 폐지해도 좋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전검사는 경주마를 관리하는 동안 금지약물을 투약하지 말도록 책임을 떠 맡기고 그 책임을 다했는지를 검사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알아서 하도록 떠 맡긴 책임을 사전검사 이후까지 지속시킨다면 사전검사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어느 경마담당기자가 경마잡지에 투고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와같은 의혹과 궁금증은 사전검사와 사후검사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초래되고 있다. 약물검사를 하는 도핑검사소나 마필보건소에서 명백하게 이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실제 사전검사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십만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삼지 못한다. 불과 두어시간내에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수십종에 대해서만 실시한다. 한데 약물명은 밝혀서는 안된다.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는 사전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다가 몇시간이 경과한 후 다시 채취한 시료에서 양성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것도 마필관계자들에게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는 약물의 종류에 따라 말의 몸 속에서 분해되는 시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떤 약물은 불과 수시간만에 완전히 생체에 흡수돼 발견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수십일이 경과해도 생체 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 경마당국은 통상적으로 출주전 9~10일 이내에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약물을 투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투여된 양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많은 양을 투여하였다면 오랫동안 생체에 남아 있을 것이고, 적은 양일 때는 생체에서 빨리 배출될 것이다. 또한 운동량에 따라서도 달라지게 된다. 가만히 마사에 누워 있었다면 오랫동안 생체 속에 남아 있을 것이고, 땀을 흘리면서 운동을 하였다면 빨리 빠져 나갔을 것이다. 그 결과 3시간의 차이 인데도 검출될 수도 혹은 안될 수도 있다. 어떤 약품은 다른 의약품과 함께 혼합해서 사용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10일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생체에 남게 되는 것도 있다. 약물투여를 은폐하기 위해서 다른 약물과 혼합해서 투여하면 그 혼합물질로 인해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는 것도 있다.한편 우리의 검출가능량 10억분의 1g이 과연 운동능력에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반문하거나 이 정도의 미소량이라면 처벌을 함에 있어서 차이를 두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해 세가지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비록 적은 양이라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말에서 나타날 수 없는 약물이 검출됐다는 것은 부정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일반적으로 신경계에 작용하는 의약을 투여하면 비록 그 약물이 생체내에서 완전히 없어졌다고 해도 몇시간 혹은 1~2일간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우리가 검출할 수 있는 양이든 검출이 불가능한 미소량이든 생체에 약물이 있다고 하면 있는 만큼은 생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시영│경마평론가
2006/01/03 03:21 2006/01/0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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