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生

2004/08/16 22:44 / My Life/Diary
바퀴벌레를 죽이는 것이 싫다.

하지만 눈에 보이면 여지없이 레이드를 뿌린다. 레이드를 뿌리면 바퀴벌레는 벌렁 천장을 보고 나자빠진다. 배를 보이고 누운 이상 다시 살아나지는 못한다. 고통에 모든 다리를 부르르 떨다가 서서히 떨림이 적어진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 알을 밴 바퀴벌레는 그 떨림이 더 심하다. 자신이 죽기 전까지 알을 낳고서야 죽어버린다. 母性愛다.

따지고보면 바퀴벌레는 사람에게 이유없이 살해당한다. 바퀴벌레는 어두운 구석에서 살인마의 눈을 피해 숨어있다가 적막 속에 활동하고 살기를 느끼면 재빨리 도망친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우리 인간은 그들이 害를 끼치던 끼치지 않던 눈에 보이기만 하면 무조건 죽이기에 혈안이 된다.

바퀴벌레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어느날 외계인이 들이닥쳐서 집 밖을 돌아다니는 인간들을 레이저로 쏴 죽인다고 생각해본다. 그러면 바퀴벌레를 죽이기가 싫어진다. 하지만 어쩌랴 난 인간이고 이 놈은 바퀴벌레인 것을. 죽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다.

내가 오늘 죽인 바퀴벌레는 자식들을 먹여 살리러 목숨을 걸고 나온 家長이었는지도 모른다.


2004.08.16
2004/08/16 22:44 2004/08/1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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