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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미의 문예기행(27) 메리 셸리, 새로운 장르의 어머니 안녕하세요. 류가미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대로, 메리 셸리(1797-1851)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사실 이 작품만큼 최초라는 말이 많이 붙은 작품도 없을 겁니다. 평론가들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최초의 공포 소설이자 SF 소설이며 또한 최초의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메리 셸리의 아버지 고드윈은 매우 급진적인 사회 사상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정치적 정의와 그것이 일반 미덕과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고찰, 1793>을 통해서, 정부는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게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는 인습적인 정부를 거부하면서 그 대안으로 공동 생산과 공동 분배가 이루어지는 소규모 자립 공동체를 제안합니다. 그는 19세기에 사회주의 혁명을 부르짖었던 마르크스의 선구자였던 셈입니다. 메리 셸리의 어머니 메리 울프스톤 크래프트는 최초의 페미니스트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 <여성의 권리 옹호>를 통해서, 여성이 남성의 쾌락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관념을 비판하면서 여성도 교육, 직업, 정치에서 남성과 똑같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여성의 자존을 주장하면서 남성들만의 ‘반쪽뿐인 세계’에 저항했습니다. 살아생전, 메리 울스톤 크래프트는 ‘나는 새로운 종(種)의 시조가 될 것이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메리 울스톤 크래프트는 딸 메리 셸리를 낳은지 열흘 만에 산욕열로 죽고 맙니다. 메리 울스톤 크래프트는 딸에게 메리라는 자신의 이름을 남겨주었을 뿐 전혀 어머니 노릇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메리 셸리는 ‘나는 새로운 종의 시조가 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선언에 영향을 받았는지, 오로지 남자에 의해서 창조된 새로운 종의 이야기를 씁니다. 그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의해서 실험실에 창조된 한 이름 없는 괴물이 이야기입니다. 당대 유명한 사상가들을 부모를 둔 메리 셸리는 그 당시 여자로서는 드물게 지적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났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적은 삶은 그다지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죽은 지 얼마 안되서 그녀의 아버지는 재혼을 했고 그녀는 이복형제 자매들과 함께 자라나야 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집에는 수많은 사상가와 문학가들이 드나들었죠. 그 중의 한 사람이 문단의 이단아였던 퍼시 셸리였습니다. 열여섯 살이었던 메리는 스물 한 살 난 젊은 시인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퍼시 셸리 역시 철학과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이 총명한 처녀에게 온통 정신을 빼앗기죠. 그러나 그들의 사랑에는 큰 장애가 있었는데 그것은 퍼시 셸리가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퍼시 셸리의 아내는 남편과 메리의 불륜에 절망한 나머지 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 후 메리는 퍼시 셸리와 결혼하지만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을 곱지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그것은 한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결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환경 때문이었을까? 퍼시 셸리와 결혼 한 뒤, 메리 셸리는 조산을 하고 맙니다. 그리고 일찍 세상에 나온 그녀의 아이를 태어나서 얼마 못가 죽고 맙니다. 메리 셸리는 겨우 열아홉의 나이로 출산과 아이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그 해 프랑케슈타인을 씁니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는 여름 날씨 때문에 그들의 아름다운 레만호의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야만 했습니다. 무료했던 그들은 독일의 콩트집 팡타스마고리아니(Fantasmagoriana)에서 영감을 받아, 유령 이야기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단 조건은 그 유령 이야기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날 밤 잠들기 전, 의사인 폴리도리는 메리와 그의 친구들에게 갈바니 전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줍니다.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갈바니가 해부 실험 중 개구리의 다리가 해부도에 접촉하여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동물 전기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메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학이 보여주는 새로운 전망들에 매혹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자극을 받아 이상한 꿈을 꾸게 됩니다. 그날 밤 그녀가 꾼 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자신이 만든 창조물 주위에 창백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는 신성 모독적인 기술의 신봉자를 보았다. 나는 누운 채로, 위력적인 기계가 작동하자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끔찍한 형체가 딱딱한 몸짓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장인은 자기의 성공 자체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고는 공포에 사로잡혀 재빨리 도망쳤다. 그는 잠자고 있었다. 아니 깨어난다. 그는 눈을 뜬다. 그러자 그 무시무시한 존재가 커튼을 젖히면서 자신의 누르스름하고 흐릿하면서 사색에 잠긴 듯한 시선을 그에게 고정시킨 채 머리맡에 있었다. 다음날, 친구들과 모여 유령 이야기를 할 때, 메리는 이 꿈 이야기를 합니다. 바이런과 퍼시 셸리는 그녀에게 그 꿈을 소설로 써볼 것을 권합니다. 그들의 격려에 힘을 입어, 메리 셸리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소설화합니다. 그날 밤 메리가 꾼 꿈에는 소설 프랑케슈타인의 중요한 테마들은 다 나옵니다. 강박적인 과학자, 금지된 지식과 금기 위반, 창조자에게 버려진 괴물, 괴물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 등이 말입니다. 그런데 빌라 디오다티에서 탄생한 공포 소설은 프랑켄슈타인만이 아니었습니다. 바이런의 비서이자 주치의였던 폴리도리는 이곳에서 얻은 영감으로 ‘벰파이어, 설화(The Vampyre, A tale)’를 썼습니다. 메리 셸리가 프랑케슈타인을 창조해내는 동안, 폴리도리는 매력적인 흡혈귀 귀족, 루벤스를 창조해낸 것입니다. 흡혈귀 루벤스는 심미안을 가진 귀족으로 여자들을 유혹해 그녀들의 피를 빠는 바람둥이입니다. 사람들은 흡혈귀 루벤스가 바이런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평소에 바이런은 폴리도리를 심하게 놀렸다고 합니다. 어쩌면 폴리도리는 바이런에게 품었던 자신의 반감을 루벤스라는 흡혈귀를 통해 표현했는지 모릅니다. 루벤스라는 흡혈귀가 중요한 것은 그전에는 단순한 전설상의 인물이었던 흡혈귀를 독특한 개성과 내적인 동기를 가진 현대적인 캐릭터를 재창조해냈다는 데 있습니다. 사실 루벤스는 프랑켄슈타인만큼 유명한 괴물, 드라큘라의 원형이 되는 캐릭터입니다. 브람 스토커는 폴리도리가 ‘벰파이어, 설화’를 쓴지 거의 80년 후인 1897년에 드라큘라를 완성합니다. 제네바의 빌라 디오다티에 머무르는 그 짧은 기간동안, 인조인간 프랑켄슈타인과 심미적인 흡혈귀라는 문학사 남을 불멸의 캐릭터가 두 명이나 창조되었다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자 이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속으로 들어가 보죠.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일찍부터 연금술에 몰두하다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합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지식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 듯, 그는 생명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금기를 위반합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시체를 조합해 8피트의 인조인간을 만들고 동물전기를 이용해 되살려 냅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프랑켄슈타인,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입니다. 다시 말해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그리스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을 창조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 보다 훨씬 무책임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창조물을 위해 신들이 금한 지식(불)을 훔쳐오지만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창조물을 외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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