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6

2011/06/26 13:52 / My Life/Diary
  태풍이 몰아치는 날엔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샤워를 하는 게 좋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이면 영화『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생각난다. 재밌는 건, 비가 참 많이 내리던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못봤다는 사실.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이야기가 절정에 달하는 그 시점에, 내내 참고 있던 내 대장 운동도 절정에 달해 화장실을 가야 했고, 돌아왔을 때 이미 영화는 잔잔한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다른 어떤 것보다 비와 태풍, 아쉬움의 느낌만이 강하게 남아있는 영화다.

  나중에 영화를 꼭 다시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6~7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다시 보질 못했다. 사실 그 기간은, 기억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것 같은, 내가 살아 있지 않은 채로 이 세상이 꾸역꾸역 시간의 흐름을 견뎌내다, 어느 순간 내가 다시 살아나 지나온 시간을 회상했을 때, 그 무엇도 바로 떠오르지 않는 그런 어리둥절한 느낌만 남아있는 곳이다.

  밤새 덜컹거리는 창문, 끝을 저민 호스의 틈에서 뿌려지듯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

  흠뻑 젖은 마음을 잘 걷어 놓고, 일 속에 빠져 살아야 한다. 그 어떤 관계도 지속할 믿음이 없다. 메아리가 올라온다.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샤워를 해야 겠다. 붕붕이를 좀 안아주고, 혹은 붕붕이에게 안긴 다음.

  창문이 계속해서 덜컹거린다. 현실이다.
2011/06/26 13:52 2011/06/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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