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4

2011/04/04 22:19 / My Life/Diary
  한 달 정도 전에, 고든 리빙스턴의 책 세 권,『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1,2』,『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을 읽었다. 담담하달까, 지루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내용들이 얇게 앙금진 것처럼 머릿속에 남는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의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읽었다. 470여 쪽의 책인데, 지루한 줄 모르고 읽고는, 조금은 행복해졌달까. 이 인간은 이름부터 웃기니까...

  같은 날,『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을 사들었는데, 단지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의 책이었기 때문. 아주 예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을 요약해서 재탕한 내용이었지만 읽으면서 흠칫흠칫 감탄했는데, 그 감탄하는 모습에 나 스스로 또 놀랬다. ㅡ 분명히 다 아는 내용인데 완전히 잊고 있었다니! 기억상실증 환자가 갑자기 기억을 다시 찾는 느낌? 그래서 책장에 꽂혀 있던 그의 책 세 권,『자기 책임의 원칙』,『자기 결정의 원칙』,『동기 유발의 원칙』을 다시 읽었다. 책 가득 그어진 줄들. 처음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읽었고, 두 번째는 헌책방에서 구입해 와 연필로 줄을 치면서, 세 번째는 빨간색 펜으로... 어린 날의 내가 담겨 있던 책들이구나.

  그 당시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싶어져서, 앤드류 매튜스의 『마음가는대로 해라 1,2』, 호리바 마사오의 『일 잘하는 사람 일 못하는 사람 1,2』를 출퇴근 길에 짬짬이 읽었다.

  중간에 다자이 오사무를 주제로 한 두 편의 영화,『인간실격』과『비욘의 아내』를 봤다. 두 작품 다 괜찮았고 특히『비욘의 아내』는 참, 뭐랄까, 아름답다랄까, 아니면 애달프다랄까... 다자이를 그려내는 작가와 감독의 애정이 느껴진 영화.

  S가 결혼한다고 저녁을 먹자고 해서 오랜만에 옛친구 둘을 만났다. 즐거웠고, 배불렀다.

  M이 추천해줘서 보기 시작한 미국 시트콤,『모던 패밀리』는 정말 정말 재미있어서 하루에 두 편씩 아껴서 봤는데, 벌써 다 봐버렸다. 유쾌함이 그리웠는지, 요즘은『마이 네임 이즈 얼』을 두 편씩 보고 있다.

  지난 주에는 서점에 들러서 책을 둘러보다가 70이 다 된 할머니 미나미 가즈코가 쓴 『늙지 마라 나의 일상』을 무작정 사들고 와서 읽었다.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도 같이 사서 읽었다. 두 권 다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 조금 늙은 것도 같다. 위안이 되었다는 뜻.

  어제는 붕붕이가 하루종일 토해서 내가 싫어졌고, 붕붕이에게는 화를 내고, 엄마를 속으로 욕했고, 동생에게 쓰레기통을 비우라고 시켰다. 단지 붕붕이가 토했기 때문. ㅡ 다분히 비이성적인 이런 행동의 이유는...

  오늘은 출근길에 찰스 S. 제이콥스의 『리와이어』를, 퇴근길에는 윤석철의 『삶의 정도』를 조금 읽었다. 참, 짐 로저스의 『상품에 투자하라』도 반 정도 읽었다. 다시 경영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게 한 달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이다.

  회사 이야기는 일부러 쓰지 않는다.

  중간에 생일이 있었고, 와이셔츠를 두 벌이나 잃어버렸고, 몇몇에게는 실망을 하고, 다시 그들을 이해하고, 잠깐 잠깐, 죽어버릴까라는 생각을 하는 등의 조촐한 일들로 일상을 채우는, 다른 이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 이제는 바람이 불어도 차갑지 않고 조만간 벚꽃은 미친듯이 필테다. 그리고 다시 한 달 정도 뒤엔 전지구적 방사능 비가 내리고... 이제 지구는 빙하기로 접어드는데... 쓰지 못하는 말은 여전히 쓰지 못한다.

  고독이라면 고독이고, 도피라면 도피를 하고 있다.

  아무 희망도 갖지 않고 산다.

  행복하다는 뜻.
2011/04/04 22:19 2011/04/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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