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1

2010/06/22 00:21 / My Life/Diary

요즘, 아주ㅡ 즐겁다. 쓰는 글마다 어째 울적하지만, 그건 글이기 때문. 그런 글만 써왔으므로 즐거울 때조차 그런 글밖에 나오질 않는 것이다. 무표정 짓기와 우울한 글짓기는 오래된 습관이다. 여하튼, 즐겁다. 말하자면, 지금 나는 해맑은 웃음를 지으며, “당장이라도 죽을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고 쓴다. 오로지 하루 일과를 충실히 마치겠다는 생각. 그리고 내일 새벽에 죽어버리면 그만, 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네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구하던 하루”라는 개소리가 있다. 지하철 화장실 변기 앞에 붙어 있는 “멋진 당신,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같은 느낌. 내가 내일 죽을 줄을 오늘 안다면, 내일 하루를 갈구하느니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겠다. 내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또한 헛되이 보내는 하루 따위는 없다. 살아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충실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러고 있단 말이다…

무작정 열심히 일하고 있다. 목표도, 계획도, 희망도 없다.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다. 일이 있으니까, 누군가 시켜서, 남들도 하니까ㅡ 나도 한다. 집에 돌아와선 컵에 꼭 술을 반씩 채워 마시며 책을 읽는다. 아무 걱정이 없다. 여차하면 죽으면 그뿐. 나는 지금 죽음이니 자살이니 하는 우울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하루를 충실히 사는 방법을 정말 확신에 차서, 얼굴에 미소까지 지어가며 쓰고 있는 거란 말이다…

해탈했다고 생각했다. 불경도 꽤 읽었고, 새벽마다 백팔배도 해온데다가, 요 며칠, 증오도 분노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러나 어제, 잠들기 전 물을 마시러 나갔다가 엄마가 툭 던진 한마디에 세게 맞았다. 어김없는 개소리. 아무 것도 느껴지질 않았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분노하고 있었다. 괴로웠던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돌려보면서 불에 기름을 붓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타오르질 않았다.

결국 하릴없이 살짝 웃고는 방에 들어와 불을 끄고 눕는데, 뭔가 번쩍ㅡ.

문득, 나 자신, 분노가 되버린걸까.

술병이 떨어졌다.

2010/06/22 00:21 2010/06/2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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