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05

2009/10/05 06:11 / My Life/Diary

과거가 있는 여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 아닌 타인과 몸마저 섞었던 여자를 사랑한다면… 그래, 끔찍하다. 일종의 병적 결벽. 이는 나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어느새 스며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렸을 적부터 가톨릭 교리에 동화된 탓이 클게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혹시 수녀들을 향한 동경을 갖고 있지 않을까? 이 또한 끔찍하다…

나는 공창제(公娼制)를 지지한다. 성매매특별법 입안자들이나 집창촌을 강제 철거시킨 자들의 명분은 전부 허황되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연민은 커녕 표면적으로도 진정 그들을 위한 정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의 윤리적 잣대 속에서, 그저 성매매 여성들이 꼴보기 싫었을 뿐. 결국 오늘날 성매매는 더욱 은밀해졌다. 부실한 직업훈련과 턱없이 부족한 정부지원금 앞에서 그 여성들은 다시 발길을 돌렸다. 누구를 위한 성매매특별법인가?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떡하든 끝까지 살아야 하는 거라면,
이 사람들이 끝까지 살기 위한 모습도 미워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아아, 이 얼마나 버겁고 숨 넘어가는 대사업인가.
ㅡ『사양』, 다자이 오사무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일까, 기억이 안 난다! 타향살이 하던 주인공은 어느날 여관으로 창녀를 부른다. 그들은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나란히 눕는다. 남자는 여자 쪽으로 등을 돌리며 자신을 뒤에서 꼭 안아달라고 부탁한다. 여자가 안는다. 다시 남자가 부탁한다. 더 꼭 안아달라고.

언젠가 사무치게 외로워지면 나도 저래볼 요량이다. 안아달라고 여관으로 수녀를 부를 순 없으니까! 그리고 내 결벽에도 저촉되지 않으니까… 올리버 색스의 책(역시 기억이 안 난다!) 가운데 선천적 뇌손상으로 감정을 상실한 어느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도 미움도 느낄 수 없는 그녀가 유일하게 안락감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의 몸을 감싸주는 기계(그녀가 직접 고안했다) 속에 들어있을 때 뿐이었다.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그녀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사랑이었다.

문학평론 강의 시간, 라캉을 다루는 중이었다. 여교수에게 우습다는 듯이 내가 물었다. “라캉은 사랑을 믿지 않는데 결혼은 두 번이나 했더라구요!” 우습다는 듯이 여교수가 대답했다. “사랑해야 결혼하니?”
2009/10/05 06:11 2009/10/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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