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6

2007/09/16 01:52 / My Life/Diary

학승(學僧)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대처승(帶妻僧)과 동의어다.

신정아 사태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니,
뭐 아무렇지도 않다. 학벌권력의 뿌리 깊음과 그 각인을 다시금 확인했을 따름이다,
라고 말하지만 다소 놀랍기도 하다.

삼불정책 폐지와 대학입시 자율안 같은
신자유주의 담론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되는 일련의 헛소리들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극히 신자유주의적이고 친기업적인 내 눈에.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③ 훈장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균등, 평등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틀 안에서 정치는 표퓰리즘을 띌 수 밖에 없고, 소위 성장 분배의 논란에서도 당연히 분배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열며, 일단의 페미니스트들은 --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은 시인들은 -- 논리를 부정하고 언어를 뭉게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당대의 논리는 데카르트에서 시작돼 이어져 온 남자들의 논리이며, 우리들의 언어는 그 논리적 맥락안에서만 의미를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힘을 잃기 시작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재료들이 이미 앞선 세대의 남성들에 의해 구축된 것이기에.

헌법 역시, 당대 일단의 권력-식자층이 제정한 것이다. 또한 헌법의 해석과 하위 법률의 제정, 집행은 모두 '교육 받은 이들'이 전담하고 있다. 헌법이 그 어떤 위대하고 고결한 사상을 담고 있다한들 그 한계는 명백하다.

학위검증센터를 만들고, 학위인증 가능 대학을 선정한다는 것은 권력의 성곽을 더 높게 둘러치는 짓일 뿐이다. 학벌파괴를 아무리 외쳐도 성곽은 공고하다. 외치는 이들이 학벌의 세례를 흠뻑 받은 자들이라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까. 학벌이 받쳐주는 이들이 학벌파괴를 외쳐야 들어주는 건 아이러니를 넘어선다.

모든 논리는, 그 전제가 합당하지 않을 때 수 많은 오류를 낳는다. 하지만 이 오류에 당황한 논자는 전제를 다시 살펴보는 대신 수 많은 예외 사항을 마련한다. "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 라는 격언을 수없이 되뇌이면서.

예외 조항은 넘쳐흐르고 예상치 못한 결론들이 도출되는 상황의 한 가운데서,
우리의 문제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사실이다.


절망

김수영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2007/09/16 01:52 2007/09/16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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