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본 한국경마



시바타 유타카의 한국경마사랑

시바타 유타카 약력
현직: 일본중앙경마회 P.R센타 상무이사(1941년 9월 5일생)
약력: 1964년 4월 일본 중앙경마회 입사
1971. 10 ~ `98.3 핸디캡퍼, 재결위원 역임
90년 9월 ~ 11월 우리회 심판실에서 재결자문역으로 초빙


서울경마공원
1990년 한국에 왔을 때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하나는 출마표에 혈통이 기재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신마경주 때 경마고객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말들의 능력을 평가해 마권을 구매할 수 있을까? 그 능력판정의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혈통이다. 혈통을 바탕으로 신마전을 치른 후, 이후 1전 1전을 쌓아 가면서 경주거리에 대한 적성과 능력을 판정하게 되는 것이다. 적성거리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인 말은 당연히 생산계로 환류되어 그 경주성질을 자손에게 전달토록 하는 것이 바로 경마다. 아울러 대를 이어 경주를 제패하는 경주마 혈통의 우수성에 고객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되면 비로소 경마는 도박이 아닌 레저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의 경마종사자들은 ‘경주마거리=경주마능력’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직도 신봉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이다. 즉 경주마는 태어날 때부터 단거리마, 중거리마, 장거리마로서 만들어져 태어난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어찌 한국에서는 단거리마에서 점차 훈련을 거듭해 장거리마가 되는 것이 ‘성공’이라고 치부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경마는 단거리왕자, 중거리왕자, 장거리왕자의 혈통을 놓고서 각 분야의 우수마를 선발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단거리마의 스피드와 장거리마의 지칠 줄 모르는 스태미나를 놓고 어중간한 거리를 만들어 경주를 시켜 본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빠지게 하는 것은 경마의 사치가 아닌가 싶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양쪽의 중간에 해당하는 경주거리 2,400m가 태어난 것이다. 경주마세계에서의 왕자를 겨루는 대회로 말이다.

이런 점에서 ‘코리안더비’는 하루 빨리 1,400m가 아닌 1,800m 또는 그 이상의 거리에서 치러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렇게 경주거리를 변경하는 것은 향후의 생산목표를 정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생산지의 경주마 능력 등을 고려하여 바꾸어야 한다. 만약 내년에 당장 1,800m로 바꾼다면 지금까지 스프린터나 마일러에 초점을 맞춰 경주마를 생산해 온 생산농가는 보이지 않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혈통스포츠인 경마에서의 경주거리는 생산계를 지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주거리’가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바로 경주마 생산 등 경마의 기본을 이루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코리안더비’가 지금은 비록 마일러경주지만 앞으로는 세계에서 통하는 경마가 될 수 있도록 경주거리가 늘어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또한 경마의 세계화에 관련해 유럽경마로의 진출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잔디주로에서 2,400m를 주파할 수 있는 생산환경이 구축된다면 향후 건설될 경마장의 주로재질을 잔디주로로 해야 할 것이고 경주거리도 2,400m로 늘려야 한다.

경주거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경마는 유럽에서 귀족의 스포츠로 시작되었고, 매치레이스로 대표되는 장거리 경주 위주였다. 따라서 유럽경마는 어느 쪽인가 하면 장거리경주, 즉 스태미나를 중시하는 경마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의 주요 경주는 잔디주로에서 개최되며, 그 대표 거리인 2,400m로 진행되는 것이 영국더비·오크스, 프랑스더비·개선문상이다.

그럼 미국은 어떤가. 미국은 스피드를 중시하고 있다. 미국의 3관경주를 예로 들어 보자. 미국 3관 경주의 첫 관문인 켄터키더비는 2,000m이다. 2관문인 프리크니스스테이크스는 1,900m이다. 그리고 마지막 벨몬트스테이크스는 2,400m이다. 이들 3관 경주는 모두 잔디주로가 아닌 더트(Dirt)주로에서 펼쳐지는데(경마장에 따라 잔디로 개최되는 경우도 있음), 이는 경주마에게 주는 부담을 고려해 스피드를 요구하려는 의도인 듯싶다. 즉 경주마의 경주거리 부담에 있어 잔디주로에서의 2,400m는 더트주로에서 2,000m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트주로에서 진행되는 미국은 거리를 짧게 하고, 경주마에게 부담이 적은 잔디주로에서 경마를 시행하는 유럽과 일본더비는 2,400m로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한편 한국의 주로는 무기질성분이 많은 모래(Sand)주로로서 유기질로 구성된 미국의 더트주로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 경주마에 주는 부담 또한 달라진다. 그리고 언제나 베스트 컨디션으로 조정되지 못하는 서울경마장의 현실을 고려, 한국경마의 기본거리로서 1,800m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물론 이 경주거리는 과도기적 경주거리로, 향후 세계경마계에 데뷔하기 위해서는 2,400m를 겨냥해야 할 것이다. 샌드주로에서의 2,400m 질주는 경주마에게 많은 부담을 줄 것이기에 잔디주로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한국 서울경마장에서 2007년쯤에 국제대회를 유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경주거리는 몇 미터로 결정될지 지금부터 자못 궁금해진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코리안더비’를 봐서는 1,400m가 유력할 듯 싶다.

그렇다면 과연 어중간한 거리인 1,400m로 대회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상황을 보더라도 절대 무리라고 생각된다. 세계 유명 경주는 대개 1,600m(영국 1000기니·2000기니, 브리더스컵 마일), 2,000m(브리더스컵클래식, 두바이월드컵), 2,400m(영국·프랑스·아일랜드·일본의 더비 및 오크스)로 개최된다. 물론 단거리로서 1,000m나 1,200m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서울경마장은 1,600m 경주를 개최할 수가 없다. 여러면에서 1,800m 또는 2,000m로 국제대회경마를 개최하게 되지 않나 싶은데, 경주거리 결정은 어떻든 쉬운 문제는 아니다. 참가 가능한 각국에 먼저 의견을 타진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지금 한국의 생산계는 대부분이 단거리마 위주로 생산을 하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씨수말의 혈통을 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2007년을 위해서 기획을 한다면, 그 대회에 내보낼 수 있는 경주마의 생산을 당장 올해부터 준비해야 한다. 올해 노던댄서계열을 대신할 수 있는 장거리 혈통의 씨수말을 구입해 내년(2001년)에 교배를할 수 있도록 한다면 생산은 2002년, 육성·조교를 거쳐 경주마로서의 데뷔는 2004년(3세마)에 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시작해도 빠른 게 아니다. 이와 동시에 지금의 단거리 위주에서 점차 경주거리를 늘려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경주편성체계 개편은 생산·육성·조교가 뒷받침되는 중장기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한편 해외에서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안심하고 경주마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검증된 수의진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에라도 수의사 양성을 서둘러야만 할 것이다. 쉬운 예로 두바이월드컵 개최 시 가장 관건이 되었던 것은 세계 최고 일류마를 다룰 수 있는 수의시설을 갖췄다는 사실을 미국측에 설득하는 일이었다.

결국 미국측을 설득하는 데 성공, 1회 대회에 ‘시가’가 참가하게 됨으로써 두바이월드컵은 상금뿐 아니라 경주질에서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대회가 될 수 있었다.


제주도
제주도의 토양은 거의 대부분 산성토양이다. 화산재로 이루어진 홋카이도의 초지도 대부분 산성토양이다. 산성토양 여부는 개민들레가 자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초지를 위한 적정한 Ph는 6.5~7.5이다. 어느 정도 이용가능한 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Ph 5.0 이상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경주마 사료는 아직도 개량의 여지가 있다. 한국에서도 양질의 사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양질의 사료 공급이 좋은 말을 키우는 데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씨수말
어느 혈통이 번성하는 것에는 흐름이 있다. 즉 노던댄서계열이 현재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면 그 순간부터 노던댄서계를 대신할 다른 혈통과의 교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경주마의 세계에서 가장 ‘기적의 혈량’이라고 하는 3×4교배, 또는 2×3교배를 넘게 되면 좋은 형질의 유전보다도 안 좋은 형질의 유전이 나타나게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목장운영자뿐만 아니라 모든 생산계 종사자는 씨수말을 선정하는 일에서부터 좋은 경주마를 얻는 것에 대한 경쟁이 시작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의 생산계에서 운용되는 씨수말 교배는 경쟁 원리에 입각한 경주마생산이 아님을 깨닫고, 앞으로는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 마사회 보유 씨수말의 특징은 혈통면에서 스프린터나 마일러 계통이라는 점과 노던댄서계통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한 마리의 씨수말을 검정하는 데는 최소한 7년이 필요하다.

또한 좋지 않은 혈통이라고 판단되어 그 혈통을 없애려고 한다면 최소한 3대, 평균적으로 5대에 걸친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좋지 않은 형질마가 씨수말로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씨수말 구매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상황을 놓고 예를 들어보면 바야흐로 노던댄서계열이 아닌 다른 말을 씨수말로 써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마사회 경주마목장뿐아니라 생산농가는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마는 무조건 경쟁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우승열패’의 법칙 하에서 운영되어야만 한다. 경쟁없는 경마는 더 이상 경마가 아니다.

아울러 경마는 씨수말을 선정하고 고르는 데서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주마 생산계의 현실은 씨수말 선정에서부터 제비뽑기식으로, 즉 전혀 혈통과는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것은 2006년부터는 완전경쟁으로 갈 수 있도록 올해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생산농가도 커다란 지장없이 2006년부터의 완전경쟁 체제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경마공원에서도 제주경마공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경쟁체제, 즉 10두가 뛸 경우 8착 내 입상마에게만 출주수당을 주고 나머지 9, 10착마에게는 출주수당도 안주하도록 함으로써 능력이 미달된 마는 도태되는 ‘우승열패’의 경마가 도입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문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하려고 노력 중인 한국마사회를 비롯한 경마관련단체를 볼 수 있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2~3배 더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생산계를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향후 그 거취가 주목되는 한국경마의 성장모습을 그려보면 왠지 모르게 뿌듯해짐을 느낄 수 있다. 경마관계자들의 더 큰 노력을 바라면서 …
2006/01/03 23:20 2006/01/0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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