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를 건전한 놀이로 즐겨야





인간은 어떤 한 가지에든 기대어 산다. 삶은 자주 우리를 지치게 하고, 우리는 이 삶에 대항하여 원기를 차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는 술에 기대고 니코틴과 커피에, TV에도 기댄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서로서로에게 의지하며 즐거움과 자유, 휴식을 주는 놀이에 의지한다. 경마는 우리 앞에 그런 놀이의 하나로써 존재한다. 생존경쟁으로 채워진 산업사회의 1주일이 우리들의 일상이라면 놀이는 일상의 바깥 쪽에 존재한다. 일상생활은 우리가 욕망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반면에 놀이는 일상으로부터 우리를 어떤 일시적인 활동의 영역, 쾌활함과 황홀감 및 자유가 생동하는 공간으로 건너뛰게 한다. 그래서 놀이는 순수한 의미에서 욕망의 수레바퀴와 일상생활을 정지시키고, 우리를 필요와 욕망의 밖에 잠시 존재하게 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원기와 힘을 되돌려준다.



놀이는 살아갈 수 있는 원기와 힘을 준다



그러나 놀이에는 분명 위험성도 내재한다. 놀이는 때로 우리를 현혹시키고 사로잡는다. 대개의 사람들은 놀이를 놀이로써 주말의 시간 내에 머물게 하지만, 어떤 사람은 놀이를 일상의 날들에까지 끌어들여 일상이 곧 놀이의 장소가 되어 버린다. 놀이가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놀이는 놀이로써의 즐거움을 잃어 버리고 삶을 지배하는 중독이 된다. 모든 놀이들처럼 경마 또한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경마를 즐기고 그 즐김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상담을 통해 경마중독에 빠진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본 결과, 그 사람들은 대개 1주일의 시간을 모두 경마에 빼앗기고 있었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주말에는 경마장으로 몰려가고 월요일·화요일이 되면 자신이 경마를 했으며 돈을 잃었다는 실의와 자책감에 빠진다. 그러나 수요일·목요일이 되면 다시 ‘이번에는 큰 돈을 따지 않을까? 잃은 돈을 찾아야 한다’하는 불확실한 기대와 조급함에 사로잡혀 경마예상지를 사보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주말을 기다린다. 금요일에는 베팅할 액수와 말을 결정하고 목돈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주말이면 첫 경주부터 베팅하기 위해 경마장으로 바쁘게 뛰어가서 하루종일 거의 모든 경주에 베팅을 하며 주말을 보낸다. 그래서 이들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만큼이나 1주일이 바쁘게 지나간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생활이 가족과 일을 중심으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1주일의 생활중심에 바로 경마가 있다는 것이다.




경마중독에 빠진 사람들



나는 이렇게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낀다. 그 안타까움은 첫째로 많은 사람들이 너무 늦게 상담을 요청한다는 데서 연유한다. 상당수가 직장과 가족을 잃고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는 상태에까지 자신을 내몰며 도박을 지속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이 중독상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젠가는 단 한번에 복구를 할 수 있겠지’하는 비현실적 착각에 사로잡혀 경마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 중에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상담에 임하는 경우도 많다.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마를 끊으려는 마음가짐, 자기 인생과 가족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돈 따는 베팅방법을 알기 위해, 잃은 돈을 복구할 방법을 알기 위해’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셋째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중독에 빠진 사람들 중에는 자신을 포기하려고 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자신의 중독수준을 말기 암환자에 비유한 사람도 있었다. 심한 중독의 경우에는, 모든 생활이 뒤바뀌면서 자신이 이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고 또 했었는지를 까마득히 잊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다시 일상의 세계로 돌아가 어려움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다시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되찾으려 하지 않는다. 놀이의 본성을 상실한 유희는 그처럼 위험하다. 모든 중독은 위험하다. 술은 사교생활에 필수적인 수단이지만 알코올중독은 생명을 빼앗고 인생을 황폐하게 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마약이나 약물은 뇌와 육체에 손상을 입히거나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도박 혹은 경마중독은 모든 중독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질병이다.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은 자신의 육체와 정신만을 망치지만 경마중독은 가족 전체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빠져들게 한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자주 가족과 친구들에게 ‘돈을 잃었으면서도 땄다’고 하고, 혹은 ‘경마할 돈을 빌리거나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결국에는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주변사람들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고 급기야 중독자를 비난한다. 경마중독의 무서운 점은 이렇게 경제적 손실로 인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 무서운 점은 가족과 친구에게 신뢰감과 자존감을 잃게 된다는 데 있다.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존심과 신뢰를 잃는 것이다. 중독자들은 경제적인 복구를 위해, 잃은 자존심과 신뢰를 복구하기 위해 다시 베팅의 세계로 뛰어든다. 그러나 그럴수록 손실을 보상하려는 안간힘과 불합리한 기대가 커지면서 거는 베팅액, 빌리는 액수와 거짓말, 손실만 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뿐이다. 이렇게 점점 가정불화와 경제적 파탄, 실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되면서, 우울감과 불안감에서 도피하기 위해 다시 베팅을 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경마를 하였지만 이제는 반대로 경마가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중독자들은 다시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마를 한다. 기묘한 말이지만,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분명 경마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시 경마를 통해 풀려고 한다.



병으로 받아 들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중독수준이라는 것을 내심으로는 알면서도 이를 치료받을 병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숨기려고 한다. 그러나 중독은 분명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며,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암보다도 무서운 병이다. 중독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소인이 있는 사람만이 중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일생에 한번쯤은 우울증에 걸리는 것처럼 열심히 삶을 살던,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들도 중독이라는 질병에 ‘감염되거나 걸릴 수’ 있다. 또한 알코올중독에 술을 마시지 못하면 손이 떨리고 초조해지는 금단증상이 있는 것처럼 경마중독에도 금단증상이 있다. 경마중독에 빠진 어떤 사람들은 베팅을 하지 않더라도 경주를 봐야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이 가라앉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주말만 되면 경마장을 찾게 되고, 1주일 내내 주말에 있을 경마가 기다 려진다고 한다. 주말에 경마장에 가지 못하거나 베팅을 못하면 속이 타고 불안해지는 금단증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바로 경마중독이 깊은 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따라서 이미 중독상태에 있다면 중독을 숨기거나 베팅을 통해 잃은 돈과 자존심을 복구하려 하지 말고, 중독을 병으로 받아들이고 치료받으려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당신도 이전에는 건강한 시민이요, 직장인·사업가였고, 책임감있는 아빠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어떻게 돈을 벌었으며 어떻게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는가를 떠올려 보라. 과거를 돌아보면 건강했던 스스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가정에 문제를 털어놓고 대화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족의 신망을 잃고 질책을 받을 일이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을 다 잃은 이후에는 어차피 가족과 친구들이 사실을 알게 되고 당신을 비난할 것이며, 그러면 더욱 더 어려운 곤경에 처할 것이다. 그 때에는 이미 다시 시작할 기반이 아무 곳에도 없게 된다.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황폐할 것이다. 미래를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 솔직한 것이 훨씬 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희망이 높다.



놀이를 놀이로 즐기기 위해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위험시기를 잘 알아 스스로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베팅액이 갑자기 커질 때나 위험도가 높은 곳에 베팅하기 시작할 때, 가족이나 직장에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경마로 인해 일에 지장을 받을 때, 경마를 하기 위해 빚을 지거나 자기 소유의 물건 등을 팔려고 할 때 등이 위험한 시기다. 이런 경우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빨리 자각하고 문제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되도록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가족이나 믿을 수 있는 주변사람들, 상담기관에 이야기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 또한, 놀이로서의 경마규칙과 목적을 존중해야 한다. 경마는 놀이이며, 주말에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경마 본연의 목적이다. 경마를 게임으로 여겨 그 규칙과 목적을 존중한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걸지 않을 것이다. 놀이하는 자는 자신의 능력과 게임의 규칙을 다 같이 존중하므로 모든 경주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걸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확신되는 경주에만, 자신의 능력에 맞는 액수 한도에서 베팅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투자한 것이 많을수록 발을 빼기가 어렵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액수 한도에서 베팅을 하고, 거는 게임이 적을수록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투자에는 경제적 투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에는 나의 기분과 생각 및 열정과 같은 모든 지적·정서적 투자가 포함된다. 경마는 30분 동안 심사숙고를 하면서 모든 지적·정서적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경주에 그만큼 더 많은 집중을 하게 되며, 그만큼 결과에 대한 흥분과 즐거움 및 아쉬움도, 같이 넘치게 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을 유지하고 게임을 자신의 능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과신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주사위를 던질 때 6개의 숫자 중에서 1이 나올 확률은 1/6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주사위를 던진 후 다시 던지면 1이 나올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확률은 스스로의 운명을 따를 뿐, 사람들의 손끝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치 확률을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주사위를 던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물론 경마는 완전한 확률게임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말과 기수, 그외의 가외조건을 열심히 공부해서 선택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우리 자신의 우월한 지적 능력으로 1등을 맞힐 수 있는 가능성은 20~30%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마를 게임으로, 확률로, 그리고 놀이로 존중하고 즐겨야 한다. 놀이에는 놀이만의 가치와 즐거움이 있다. 재미의 요소가 놀이의 본질이다. 경마를 놀이로, 재미로 존중한다면 우리는 중독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거의 도박수준의 베팅을 통해서, 혹은 베팅을 병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희망을 품고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이 바로 중독의 상태다. 중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도박을 끊으려는 마음을 갖고 자신의 능력과 운, 과거, 미래, 현재를 바로 볼 때만이 잃어버린 인생과 가족, 친구를 되찾을 수 있다.
● 경마상담실 : 080-342-0200(목, 금요일만 운영)
2006/01/03 03:36 2006/01/03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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