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입력시간 : 2004.11.29 18:32  

[내 생각은…] 가파른 원화 절상…폭·속도 조절해야
시장이 온통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입과 외환시장은 물론 증권시장.관광시장, 심지어 유학시장까지도 모두 난리다.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서비스부문 할 것 없이 국내경제가 요동치는 환율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 현상이 가속화할수록 환율은 단순히 수출입의 가격기능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자본의 이동과 실물 및 금융 흐름에도 직.간접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이 과거에 비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왕에 원화 환율이 시장수급보다 정책적 고려에 의해 저평가된 상태를 유지했다면, 오래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시장의 압력에 의해 다시 자리매김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환율 변동의 폭과 속도다. 환율 변동의 진폭이 크면 클수록,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그 충격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무역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환율이 하락할 때면 소위 적정환율이라는 것을 조사해 발표하곤 한다. 업종별로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환율이 과연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게 바로 적정환율이다.

문제는 적정환율이라는 게 모호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조사할 때마다 기업들은 환율 변동이 채산성과 손익분기점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답변하곤 한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환율이 내려가면 적정환율이란 것이 따라서 내려간다. 이른바 환율 따라가기 현상이다. 기업은 경제상황이 변하면 이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상황변화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크다면 그만큼 대응력이 커질 수 있다. 환율 변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가 단지 헤징이나 환위험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결제통화를 바꿀 수도 있고, 해외거래처를 다양화할 수도 있다. 기술 개발과 기술 도입을 서두를 수도 있고, 내수와 수출의 비중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환율 변동의 진폭이 크지 않고 속도가 급격하지 않다면 기업은 좀더 체계적으로 대비해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적정환율이 아니라 환율 안정이 중요한 게 아닌가. 적정환율을 내세우는 것은 정부가 환율을 어느 선에서 방어해 줄 것을 기대하는 심리다. 이에 비해 환율 안정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환율의 방어가 아니라 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을 정부가 완화시켜 달라는 심리다. 투기적 요인이나 경제외적인 요인으로부터 환율의 결정과정을 방어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정책적 고려에 의해 원화환율을 저평가 상태로 유지했다면 필연코 원화가치의 상승은 불가피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달 사이에 원화가치가 10%나 오른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 정부는 당연히 환율 안정에 정책의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필요하다면 선제적 개입도 불사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전에 우리 정부는 이유야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 고평가된 환율을 선호했었다. 우리 경제 상황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된 환율은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에 급격히 상승하고 말았다. 그리고 7년 뒤 우리는 지금 환율의 급락을 경험하고 있다. 단순히 환율변수만을 본다면 우리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은 매우 작아졌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환율이 급등락하는 가운데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은 높아졌고, 장애가 하나 더 늘어났다.

사실 적정환율이란 산출해 내기 어려운 개념이다. 시장에서 환율을 결정하는 변수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환율이 작용하는 변수 또한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이 단기적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고, 투기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도 커지고 있다. 심리적 현상에 의한 출렁거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적정환율에 대한 기대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시장에서 환율 변동의 진폭이 클 수밖에 없고,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환율 안정이야말로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동원가능한 다양한 수단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 환율 운용은 다른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환율 안정 그 자체가 중요한 목적함수로 다뤄져야 하는 것이다.

심영섭 산업연구원 부원장
2004/11/30 10:47 2004/11/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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